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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관정도서관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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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슈독, 나이키의 어린 시절 관찰기 요즘 슈독을 읽고 있다. 예전에는 분명 조금 읽다가 재미없어서 그만뒀던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책을 그만 읽을 수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재밌다. 오늘 출근길에는 마음에 드는 페이지 사진까지 찍어뒀더랬다. 나이키 로고를 만드는 장면과 나이키라는 회사명을 정하는 장면이다. 모두 “이게 정말 최선이야?”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던 것으로 묘사됐다. 하지만 지금의 나이키와 그 로고는 정말 거대하지 않은가. 당시에 지금과 같은 나이키를 상상이나 했을까, 하는 왠지모를 가슴벅참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이것 저것 해보고 싶은 것은 많고, 막상 집중력은 떨어지는 요즘이다. 축구 전술을 디지털화해보거나, 재활 운동 과정을 자료로 잘 정리하거나, 몸을 더 키우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다지거나, 머신러닝 튜토리얼을 작성해..
[도서리뷰] 축구철학의 역사: 되게 재미없는 철학 핵심교양 첫 장을 펴자마자 오잉, 번역가가 첫 머릿말을 썼네. 아무리 작가와 번역가가 함께 쓴다고는 하지만, 느낌과 감정을 전달하는 인문학 책에서나 통용되는 말이고, 이런 사실관계 위주로 전달되는 책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작가를 전방에 배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누구시길래...하고 찾아봤더니 축구 동호회에서 기술고문을 맡고 있는 학원 강사님이시다. 나는 고등학생 시절, 학생회장으로 입후보할 배짱은 없고, 한 자리 할 수 없을까 해서 맡았던 게 "선거관리위원회"였다. 세 후보 가운데서 나는 마치 학생회장인양 설치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런 실수를 다시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어렸을 때 했던 실수이니 좀 더 각인이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요지는 내가 나서야 할 때와 서포트에 머물러야 할 때를 잘 구..
[도서리뷰] 원씽 - 명언집에 가까운 자기계발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덤그랜트의 오리지널스, 기브앤테이크 등을 읽다가 보니 이 책에도 다다렀다. 부제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단순함의 힘" 이라는 제목이 나를 이끌었던 것이다. 오리지널스, 기브앤테이크는 모두 세상의 이치와 반하는 이론을 제시하고 다양한 사회실험을 통해 해당 내용을 검증하고 있었다. 이 책도 그렇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며 읽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실망에 가까웠다. 책의 주장은 한결같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정하고, 그걸 위해서 올해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올해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이번 달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번 달에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이번 주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번 주에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오늘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명백한 명제를 검증하기보다는 감정에 ..
[책 추천] 찰스 두히그, 습관의 힘: 나쁜 습관을 몽땅 없앨 수 있을까? 서울대학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 중에 한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이 이 학교에 들어온 것은 머리가 남들에 비해 심하게 똑똑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좋은 습관 몇 개를 학창시절에 잘 가지고 있었던 거예요. 근데 학교에 들어오기만 하면 그 습관들을 몽땅 버려버리는 것 같아요" 당시에 그 말을 듣고 참 맞는 말씀이로군...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곧바로 피시방에 갔던가 어쨌던가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습관의 힘의 저자 찰스 두히그는 예일대 역사학 학사와 하버드 MBA를 나온,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기자활동을 오래했으며, 퓰리처 상까지 받을 정도로 뛰어난 기자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심리학자나 뇌인지과학자가 아니라 웬 기자가 사람의 습..
[도서 리뷰] 상대방을 설득하는 다섯 가지 방법 - 다니엘 핑크, "파는 것이 인간이다" 작년 초, 한창 직장에 다니고 있던 내가 대학원에 다니고 있던 친구를 만났을 때 추천받은 책이다. 그 친구 역시 다른 친구에게서 추천받았다고 했지만, 본인은 별로 와닿는 책이 아니었다고 했다. 나는 결국 그 친구를 따라 대학원에 들어오게 되었으니, 어쩌면 그 친구는 이 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설득의 기술을 터득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니엘 핑크의 "파는 것이 인간이다"는 상당히 자세한 내용으로 "세일즈"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준다. 여러 가지 기본 원칙들과 함께 (가끔씩 서로 상충되기도 하지만) 적절한 예시에 덧붙여 심지어는 관련 내용이 수록된 논문 인용법까지 충실히 지켜주고 있다. 원체 많은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보니 모두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고, 가장 와닿는 내용 한 두 개만 가져가도 책을 읽..
엔드 오브 타임 - 초끈이론을 더 이상 연구하지 않는 물리학자들 이론물리학자 브라이언 그린이 쓴 "엘러건트 유니버스"는 1999년 책으로, 초끈이론을 활용한 우주에 대한 설명을 거의 최초로 대중들이 읽을 수 있는 수준으로 풀어쓴 책이다. 그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서는 "우주의 구조"를 읽고 (엘러건트 유니버스와 내용이 거의 똑같다) 이번에는 신작 "엔드 오브 타임"까지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았다. 그러고서 개탄을 금치 못했다. "초끈이론은 정녕 끝났는가!" 물리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내 고등학교 친구 역시 중학생 시절 엘러건트 유니버스를 읽고 물리학의 길로 빠져들었다고 했다. 그 친구에게 "초끈이론의 현재는 어떻니" 하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엘러건트 유니버스는 20년도 전에 쓰인 책이고, 그간 과학기술의 발전으로만 따지자면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
"단편소설은 뭐하러 읽어요?" - 무라카미 하루키, 렉싱턴의 유령 어렸을 때는 단편소설을 정말 싫어했다. 단순히 재미없어 한 것이 아니라, 싫어한 것이다. 아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소설집 "나무"를 읽은 뒤부터가 아닐까 싶다. 그 전에는 "개미"며, "타나토노트", "천사들의 제국" 등등 재밌게만 읽다가, "나무"는 정말 형편없게만 느껴진 것이다. 짧은 글들이 서로 개연성 없이 놓여있는 와중에, 각 작품의 이야기 구성 역시 이렇다할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단편소설은 장편소설보다 완성도가 떨어진다' 혹은 '단편소설은 습작 정도에 불과하다' 하는 편견을 지니고 살았던 것 같다.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모든 소설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가슴 깊이 공감할 수 있어야 온전히 그 메시지를 따라 행동할 수 ..
[도서리뷰] 파워포인트 대신, 6장의 보고서 -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 스티브 잡스가 떠난 현재, 가장 혁신적인 기업가를 꼽으라면 제프 베조스와 일론 머스크가 후보에 오른다. 제프 베조스는 이제 아마존에서 사임하는 나이가 되었고(1964년 생이다),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 삼매경에 빠지며 입지가 급속도로 추락하는 국면이니, 새로이 스타트업의 영웅이 선정될 차례인가 싶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아직 아마존의 황금기는 오지 않았구나! 거창한 소개문구로 글을 시작했지만, 사실 이 책은 베조스가 쓴 책이 아니다. 오히려 베조스가 "말한" 책에 가깝다. 베조스의 연설문들과 주주서한을 모아서 책으로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속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베조스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다. 연설문과 주주서한은 분량이 제한..
[도서 리뷰] 볼품 없는 티셔츠에 관한 매력적인 글 - 무라카미 T 나온 줄도 몰랐던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신간을 친구가 선물해줬다("고마워!").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는 한 번 읽은 것을 나중에 또 읽어도 재밌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서, 웬만하면 중고 서점에서 눈에 들어오는 대로 사는 편이었다. 그런데 신간을 새 책으로 읽을 수 있다니. 성공한 삶이다. "왜 내 주위 남자들은 이렇게 하루키를 좋아하지" 하는 일반화에 휩쓸리게 된 가슴 아픈 경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침착맨 유튜브에서 가족나들이(유튜브)를 하건, 새벽에 칼싸움을 하건(유튜브) 냉큼 달려가서 시청하듯이, 하루키만 나오면 안 읽고서는 못배기는 것이다. 나에겐 이게 미스터트롯이다~ 이 말이야. 그 동안 하루키의 에세이가 본인 생각을 단편적으로 기술하는 내용들이었다면, 이번에는 자신이 모으듯이..
니체, 이 사람을 보라: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니체의 "이 사람을 보라"는 친구에게서 본격적으로 니체를 읽기 전에 배경지식으로 읽어두면 좋을 책으로 추천 받은 책이지만(관련 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본격적인 글을 이해하기 위해 배경지식을 쌓으려고 하는데, 배경지식조차 이해할 수 없다면 어디가서 하소연을 해야 하나? 몸소 철학의 진흙탕 속에서 헤엄친 결과를 정리해 본다. 먼저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용어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단어 중 하나는 "데카당스"라는 것인데 아무런 해설없이 대뜸 "독자들은 내가 어떤 점에서 변증법을 데카당스의 징후로 보는가를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라는 식으로 사용된다. 아뇨, 모릅니다. 변증법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데카당스는 역사적으로는 문화의 대전환기(로마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