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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관정도서관 서재

[도서 리뷰] 상대방을 설득하는 다섯 가지 방법 - 다니엘 핑크, "파는 것이 인간이다"

 작년 초, 한창 직장에 다니고 있던 내가 대학원에 다니고 있던 친구를 만났을 때 추천받은 책이다. 그 친구 역시 다른 친구에게서 추천받았다고 했지만, 본인은 별로 와닿는 책이 아니었다고 했다. 나는 결국 그 친구를 따라 대학원에 들어오게 되었으니, 어쩌면 그 친구는 이 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설득의 기술을 터득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다니엘 핑크의 "파는 것이 인간이다"는 상당히 자세한 내용으로 "세일즈"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준다. 여러 가지 기본 원칙들과 함께 (가끔씩 서로 상충되기도 하지만) 적절한 예시에 덧붙여 심지어는 관련 내용이 수록된 논문 인용법까지 충실히 지켜주고 있다. 

 

 원체 많은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보니 모두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고, 가장 와닿는 내용 한 두 개만 가져가도 책을 읽는 소득이 있을 것이다. 나로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이라고 한다면, "확정적인 선언이 아니라, 끊임없는 의심이 성취도를 높인다" 라는 내용이다. 위와 같이 논문화되기까지 했다. 논문이 실린 저널 (Psychological Science) 역시, impact factor 4.9를 (2018년 기준) 자랑하는, 수준 높은 저널로 확인된다(일반적으로 3이 넘으면 준수한 저널로 생각된다).

 짧게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간단한 퀘스트를 실험 참여자에게 던져주고, 한쪽 그룹에는 "나는 할 수 있다" 같은 내용을 되뇌이면서 풀도록 한 반면, 다른 그룹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을 되뇌이면서 풀도록 했다. 그 결과 의문문으로 혼잣말을 하며 문제를 푼 그룹의 성취도가 훨씬 높았다는 것이다. 

 

 논문에서는 이런 결과의 근원이 결국, 의문형 자기 다짐이 결국에는 자신을 더 낫게 만드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이런 저런 연습을 거듭해왔으니 잘 할 수 있을거야" 혹은 "지난 번에 이래서 결과가 별로였으니, 이번엔 저렇게 하면 될 것 같아" 같은 내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뭐가 본질적인 이유이건간에, 단순히 생각의 방법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결과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책의 문제점이라고 한다면, 우선 제목이 형편없다. 영어 제목은 "To Sell is Human" 이니 나름 충실한 번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만, 지나치게 직설적인데다가 무슨 비문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책 초반부는 별로 영양가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세일즈"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세일즈의 역사라든지, 세계적인 현황 같은 것을 알기 위해 이 책을 고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사소한 단점을 제외하면, 상당히 읽을 만한 책이었다. 앞서 말했듯, 상대방을 잘 설득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방법 같은 내용은 열 번도 넘게 나온다. 하지만 그 핵심을 모두 동일한 것에서 출발한다고 생각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더 잘 듣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