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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관정도서관 서재

니체, 이 사람을 보라: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니체의 "이 사람을 보라"는 친구에게서 본격적으로 니체를 읽기 전에 배경지식으로 읽어두면 좋을 책으로 추천 받은 책이지만(관련 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본격적인 글을 이해하기 위해 배경지식을 쌓으려고 하는데, 배경지식조차 이해할 수 없다면 어디가서 하소연을 해야 하나? 몸소 철학의 진흙탕 속에서 헤엄친 결과를 정리해 본다.


니체, 이 사람을 보라, 지식을 만드는 지식

 

 먼저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용어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가장 빈번하게 나오는 단어 중 하나는 "데카당스"라는 것인데 아무런 해설없이 대뜸 "독자들은 내가 어떤 점에서 변증법을 데카당스의 징후로 보는가를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라는 식으로 사용된다. 아뇨, 모릅니다. 변증법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데카당스는 역사적으로는 문화의 대전환기(로마의 멸망이라든지, 제국주의의 대두라든지 등등)에서 벌어지는 기존 문화의 쇠퇴를 의미한다. 영어로 Decadence 이고, 하락을 의미하는 decline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하니, 뭐 그럴 듯하다. 니체는 자신의 추구하는 삶의 형태(잘 모르지만 '귀족'으로 정의할 수 있다)와 반대되는 모든 것들을 데카당스라고 불렀던 것 같다. 현학적인 용어라고 생각이 되지만('일부러 열받으라고 어려운 용어를 쓰나?'), 읽다보면 누구를 열받게 하려고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 사고가 원체 날카롭다보니 앞뒤 맥락을 뚝뚝 끊어먹고 글이 쓰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니체 읽는 느낌

 두 번째 문제는 문장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한글은 한글인데, 의미 전달이 전혀되지 않는다. 당장 어느 페이지를 펼치더라도 그런 문장들이 수두룩하다. 당장 30쪽에서, "나는 왜 이렇게 영리한가"(놀랍게도 장의 이름이 이런 식이다)의 첫 문단 안에도 "예컨대 나는 나의 경험으로부터는 진정한 종교적 난점들을 알지 못한다" 같은 문장이 존재한다. 종교적 난점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것인가? 종교적 난점은 또 무엇인가? 그걸 경험할 수 있다는 건 또 무슨 말인가? 이런 건 기본적으로 해설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해설이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던 원문의 문제일 수도 있다. 


 결국 책 마지막 부분인 해설을 읽고서야 "아 니체가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았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해설에 따르면 니체는 두 가지 (원래는 '자신에 대한 찬양'을 포함해서 세 가지이지만, 제외한다) 사상을 중점적으로 책을 써왔다고 느껴진다. 첫 번째는 "모든 가치의 전도"이고 두 번째는 "새로운 가치의 전파"이다. 

 

 모든 가치의 전도라 함은, 니체가 있던 시기까지 문화를 지배해왔던 도덕과 종교의 가치를 뒤엎는 것을 의미한다. 니체가 보기에 당시의 도덕은 인간의 삶을 부정하는 용도로밖에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새로운 가치의 전파는, 이와는 반대로 삶을 긍정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삶의 부정은 무엇이고 긍정은 무엇인가? 이건 각각의 사상을 대변하는 "선악을 넘어서"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었을 때 좀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읽고서는 실망감으로 가득했다. 명색이 철학자인데, 발언에 대한 근거가 전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쩌면 철학이라는 게 원래 근거가 없이 주장으로만 채워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니체 책을 한 권만 더 읽어보고, 그때도 아니라면 다른 사람으로 넘어가든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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