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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관정도서관 서재

[책 추천] 찰스 두히그, 습관의 힘: 나쁜 습관을 몽땅 없앨 수 있을까?

 서울대학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강연 중에 한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이 이 학교에 들어온 것은 머리가 남들에 비해 심하게 똑똑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좋은 습관 몇 개를 학창시절에 잘 가지고 있었던 거예요. 근데 학교에 들어오기만 하면 그 습관들을 몽땅 버려버리는 것 같아요"

 

 당시에 그 말을 듣고 참 맞는 말씀이로군...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곧바로 피시방에 갔던가 어쨌던가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다. 


언뜻 봐도 언론인처럼 생긴 찰스 두히그

 습관의 힘의 저자 찰스 두히그는 예일대 역사학 학사와 하버드 MBA를 나온,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기자활동을 오래했으며, 퓰리처 상까지 받을 정도로 뛰어난 기자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심리학자나 뇌인지과학자가 아니라 웬 기자가 사람의 습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가 궁금했지만, 그만큼 글을 잘 쓰기에 아무 주제나 관심있는 것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웬만큼 조사를 하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남들에게 이해시킬 정도로 써내려 가는 사람인 것이다. 

 

 하여튼 이 책은, 사람이 습관에 얼마나 지배 당하며 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뇌에 심각한 손상을 입어 정상적인 암기를 할 수 없는 사람이 어떻게 습관에 힘입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지를 시작으로 습관이 개인의 뇌에 자리잡는 과정을 보여주고, 기업들이 어떻게 소비자들의 습관에 잘 녹아들어 물건을 판매하며, 더 나아가서는 사회운동들이 어떻게 사회를 바꾸어 나갈 수 있는지를 소개한다. 물론 "이게 습관이랑 무슨 연관이 있담" 하는 구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이클 펠프스가 수경에 물이 새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완주한 후 금메달과 신기록을 동시에 세울 수 있던 까닭이 늘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습관에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 근거가 부족한 비약도 종종 나온다. 그럼에도 과연 그럴 수 있겠군... 싶어 읽다보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책에서 말하는, 습관을 고치기 힘든 이유는 명확하다. 뇌의 기저핵이라고 불리는 부위가 습관을 관장하며, 의지는 감정과는 별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습관은 신호와 반복행동 그리고 보상으로 이뤄지며 그 사이클을 이루는 원동력은 특정한 자극에 대한 갈망이다. 양치를 하는 습관은 박하유 등으로 인해 입안을 얼얼하게 만드는 자극으로 인해 생기고, 샴푸나 폼클렌저 역시 거품이 그런 열망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박하유가 첨가되기 전의 치약은 아무도 쓰지 않았다는 것으로 반증되는 주장인데, 꽤나 발칙한 내용이 아닐 수가 없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습관이 형성되기도 한다니. 

 

 내가 가진 나쁜 습관은, 나지막하게 욕을 뱉는 것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꽤나 심각한 병 같지만, 이따금식 찾아오는 옛 생각을 (주로 내가 돌이켜 봤을 때 후회하게 되는 상황들) 주체하지 못하고 욕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뱉고 보면 "아차,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생각과 동시에 조금이나마 후련해지는 느낌인데, 이불킥을 하고 싶을 때마다 욕을 하는 것도 나름대로 곤란한 일인지라 꼭 바꾸고 싶은 습관 중에 하나이다. 

 

 이런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다양한 반복행동으로 실험을 해봐야 한다. 욕을 했을 때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습관의 형성 원인이라면, 자체적으로 나쁜 기분을 새롭게 만들어주는 주문을 하나 만들어야 한다. 하루키 소설 "댄스 댄스 댄스"에서는 주인공이 숫자를 스페인어로 센 뒤 박수를 한 번 치는 식으로 무력감을 떨쳐내는 모습이 나왔는데, 그렇게 번거로운 일은 아니더라도 나름의 규칙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반대로, 이따금씩 찾아오는 이불킥 모멘트 자체가 습관의 원인이라면, 아예 그 상황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하면서 이불킥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수정해나가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1년 전에 썼던 이불킥 관련 글(링크)에 등장한 사례들은 어느새 나의 이불킥 회상 목록에서 제외된 듯 하다. 다른 목록들이 넘쳐나는 것이 문제지만...


 하나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과연 좋은 습관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찰스 두히그는 어떤 좋은 습관이 있었을까? 내가 존경하는 스티브 잡스나 월터 아이작슨 같은 사람들은 어떨까? 그리고 글을 쓰다가 생각난 것은, 내가 가진 다른 나쁜 습관들도 서서히 고쳐나가는 연습을 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을 멈춘 지도 반년은 된 것 같은데, 습관 모니터링 용도로라도 다시 글을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