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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한눈에 보기/산업 트렌드

한국전자전 KES 2023 관람 후기 - 약진하는 AR 제품들

한국전자전 2023 박람회에 다녀왔다. 코엑스에서 열렸기에, 몇 주 전 다녀온 헬스케어 박람회나 (관련 글) 로보월드의 (관련글) 경험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훨씬 더 사람이 많았고 언론의 관심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CES를 표방하는 일반 소비재 전자제품을 소개하는 곳이기 때문일 테지만.

 

 

그리고 K-CES, 전자제품 박람회답게 두 회사의 부스가 웅장해진다. LG전자와 삼성전자다.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갔었는데 막상 가보니 부스를 굉장히 잘 꾸며놨더랬다. 특히 LG는 자신의 제품들로 이뤄진 공간을 완전히 분리시키면서, "이 자식들... 꽤 하잖아?" 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내가 쓰는 가전 중 LG 제품이 하나도 없는 것은 차치하고서. 

 

투명 OLED를 활용한 전시

 

가장 눈에 띄었던 제품은 투명 OLED 이다. 벽을 2중으로 설치해서 안쪽 벽에서 다른 디스플레이로 화려한 색감을 보여주는 동시에, 바깥쪽 벽에서도 화려한 색감의 영상을 덧칠해놓았고 사진을 안찍을 수가 없었다. 작가와 협업해서 내놓은 이동형 투명 OLED 제품 역시 매혹적이었다. 가만있자... 이 제품이 왜 필요하지? 같은 의문은 들 새가 없었다. 지난 로보월드, 헬스케어 박람회에서 돌아다니면서 "이 제품은 이런 곳에 좋습니다!" 하는 똑같은 내용들을 들으면서 지쳤던 것과 달리, 이번 박람회는 확실히 눈을 즐겁게 해줬다. 반대로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근데 어디에 쓰지?" 하게 되는 것이다. 거 참

 

 

틔운 미니 제품으로 숲을 이루고 있었던 것과, 이에 맞춰 방향제를 풀 냄새가 나게끔 설정해뒀던 것, 그리고 신발 전시용 스타일러를 잔뜩 배치해서 실제 신발 수집가의 방을 보는 것처럼 꾸며놓은 것도 인상깊었다. 와 이런 거 정말 럭셔리해 보인다~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해놓은 것이다. 자꾸 비교하게 되는 것은, 헬스케어 박람회에서 "와 이런 거 있으면 정말 건강하게 살 수 있겠다~" 라든가, 로보월드에서 "와 이런 로봇 정말 필요하겠다~" 하는 생각을 거의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뭐가 문제일까? 단순한 마케팅의 효과일 수도 있겠지만, 고민해봄직한 문제다.

 

 

광고로 본 적이 있던 폴더블 랩탑도 전시중이었다. 실제로 펼쳐볼 수도 있었는데, 화면이 크기에 영상을 보거나 할 때는 도움이 되겠지만, 실제로 우리가 랩탑으로 하는 작업을 수행하기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폴더블 태블릿의 큰 버전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타자를 치는 것도 자판의 타격감이 없으니 영 불편하고, 그렇다고 키보드를 따로 챙겨다니자니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이런 것도 있구나~" 싶은 전시다. 시간이 지나고 "근데 이거 어디다 써?" 하고 묻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삼성은 딱히 볼 게 많지 않았으니 생략하고, 이번 전시에서 또 하나의 테마로 등장한 분야는 가상현실이다. AR/VR 부스가 따로 있었고, VR용 햅틱 슈트를 들고 나온 팀도 있었다. 햅틱 슈트의 성능은 그렇게 좋진 않았고, 단순히 진동 피드백을 준다는 것도 한계가 명확해보였지만, 뭐 아직 성장하는 시장이니까 어쩔 수 없겠거니 싶었다. 진짜 흥미롭게 봤던 것은 AR 기기들이었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AR을 제공한다는 것이 우선 놀라웠다. 투명한 안경 위로 영상을 띄워야 하기에 당연히 다양한 방식이 존재해야 하는 것인데, 그렇게까지 사고가 도달하지 않았다.

 

 

 

위 영상은 "핀 틸트"라고 하는 방식으로 AR을 구현한 안경이다. 작고 많은 렌즈들로 전체 화면을 보여주는 방식인데, 찾아보니 '레티널'이라고 하는 누적 투자액 200억 원에 가까운 스타트업이었다. 정말? 이게?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뭐 일단 그렇다 치고. 착용했을 때 무게가 굉장히 가볍게 느껴졌던 것은 맞지만, 화질이 상당히 나쁘다. 그리고 잠자리 같은 눈 모양도 좀 별로다. 시제품이니 그럴 수 있겠지만... 

 

 

P&C 솔루션이라는 회사에서는 메타렌즈라는 제품도 시연 중이었는데, 이는 프리즘 방식 이라는 다른 기술을 사용한다. 말은 좀 어렵지만, 안경 렌즈 위의 디스플레이에서 거울을 활용하여 안경 쪽으로 화면을 띄워주는 것이다. 무게가 600g이 넘지만, 다른 VR 기기들이 그렇듯 머리 전체에 쓰고 나니 크게 무겁게 느껴지진 않았다. 다만 잠깐 착용했음에도 어지럼증이 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가격은 600만 원 정도라고 하는데... 정말?

 

 신기술들이기 (나름대로는) 때문에 다들 고가의 제품이겠지만, 퀄리티는 기존 제품들보다 훨씬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아직 AR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믿기지가 않는다. 현재 기술로는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그래도 또 나중에는, 현재 고스펙의 스마트폰을 너나할 것 없이 들고 다니듯, 퀼리티 좋은 AR 안경을 다들 쓰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