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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차라리, 아예 다 뒤집어 엎고서 새로 시작하는 편이 나을까? - 사고의 한계

 지난 사흘간은 연구실에서 하루 평균 14시간은 있었던 것 같다. 주 100시간은 집중할 수 있어야 어떤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지극히 단순한 작업들인 납땜과 배선 정리 등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계항공공학부 학부과정 4년간 배우는 것을 단기간에 속성으로 하고 있구나- 하고 그러려니 넘긴다. 이런 것들이 밑바탕이 되어서 내 연구도 할 수 있겠지.


I2C 통신은 케이블 길이가 길 경우(50cm 이상) 사용이 어렵다

 나를 그간 괴롭히던 문제는 상당히 많았다. 다음주까지 해야 하는 일이 대략 5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면, 각 단계별로 난관을 만나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영차영차 잘 헤쳐나가고 있었는데, 어제 막힌 문제는 정말 맷돌(머리)을 아무리 굴려봐도 대책이 나서질 않았다. 그때 이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볼까?'

 

 이유는 간단하다. 1) 내가 미리 계산한 시뮬레이션은 문제가 없다. 2) 그럼에도 현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3) 아무리 찾아봐도 문제점을 발견할 수가 없다. 4) 그렇다면 과정에서 내가 놓친 부분이 있을테니 처음부터 다시 밟아보면서 시도해보자 로 이어지는 사고를 한 것이다. 


 위 단계는 꽤나 그럴듯해 보인다. 지금까지 수 차례 해당 사고 과정을 밟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2번은 명백한 사실인데다가 4번은 경험상 꽤 괜찮은 전략이다. 하지만 1번과 3번은 상당한 문제를 가진 문장이다. 

 

 지난 글에서는 "지금까지의 생각을 버리고 새롭게 생각해보는 것"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틀 연속 난관에 봉착하고 보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의 생각을 버리고 어디의 생각은 살려야하는지 판단할 수가 없다. 날 괴롭히던 문제는 3월 3일에 "아 이 정도면 완벽히 정복했다" 하고 넘어갔던 주제이다(아두이노 I2C OLED) . 블로그를 써두니 명확한 증빙자료가 되어 좋구나. 그럼에도 "케이블이 길어지면 I2C 통신은 어려워진다" 라는 조건을 알지 못했고, 결국 이틀을 애꿎은 케이블을 교체해가며 디버깅을 하고 있던 것이다.

 

 내 사고 과정도 문제인 것이, 납땜 후 멀티미터를 통해 단선된 부분 없이 잘 연결된 것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는 합선이 난 것이다" 하고서 계속해서 선을 갈아치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잘 되던 것이 "납땜"을 한 이후에는 고장이 났으니 "납땜"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 판단을 내린 것인데, 너무 뭉뚱그려서 생각해버렸다고 생각한다. "기존"을 이루던 요소들(짧은 선, 헤더핀 결합)에서 납땜이라는 과정을 통해 "긴선, 납땜 결합"으로 바뀌었는데 납땜이라는 행위 자체에만 집중을 한 셈이다. 


 사실 그렇게 자책할 문제는 아닌 것 같기도 하다. 50cm나, 5m나 멀티미터로 찍어봤을 때 전도체로 나오는 것은 명백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침에 문득 "어라 혹시 긴 선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다음 번에도 I2C를 활용한 제품을 만들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만, 지금으로서는 두 번 다시 사용할 일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