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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가스라이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는 생소하기 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참 많이 다루는 단어이다. 사실 관계를 교묘하게 조종하면서, 대화 상대방을 헷갈리게 만들거나 심지어는 자신이 원하는 상태로 빠뜨리게 하는 일을 뜻하는데, 일종의 최면에 가깝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어원이 된 영화 "가스등"

 "사실 관계를 어떻게 교묘하게 조종해야, 사람 마음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거지" 하는 의문이 들기 쉽지만,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사람의 마음은 조종된다. 촉망받는 정치인이던 안희정을 단숨에 나락으로 빠뜨린 "그루밍 성폭력" 역시, "피해자가 가해자(안희정) 앞에서 애교를 부렸다" 라는 안희정 부인의 진술을 "안희정이 정신 지배를 통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불륜이 아닌 성폭행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중에는 "푸쉬"가 있다. 말 그대로 건물 옥상에서 사람을 밀어버린다는 뜻이다. 여러 상황을 연속적으로 매우 빠르게 진행시키면서, 아주 평범한 사람을 살인자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심리 실험을 다큐멘터리로 담아낸 것이다. 이런 사례들만 보면, 가스라이팅이란 정말 못돼먹은 방법인 것 같다. 정보의 우위 혹은 권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조종하려 들다니, 괘씸하기 짝이 없다.

 

 

대런 브라운, "Push", 넷플릭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펼쳤던 경영방침도 가스라이팅의 일종이다. 단지 명칭이 "현실 왜곡장(Reality Distortion Field)" 라는 유쾌한 이름으로 불렸을 뿐이다. 스티브 잡스는 부하 직원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아이디어라고 우기는 경우(본인은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가 많았으며, 목표를 정할 때도 절대 실현 불가능한 것들을 손쉽게 정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와 매킨토시, 그리고 현실왜곡장

 

 직원들은 그런 불합리성에 지쳐 항의를 하다가도, 막상 잡스 앞에서면 다시 현실 왜곡장 안에 빨려들어가는 것을 경험했다고 스티브 잡스 전기에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도 "이거 되는 거 아냐?" 하는 마음으로 진행한 결과 매킨토시가 탄생하고, 아이팟, 아이폰 등이 줄줄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오늘 교수님과 진행했던 개별면담에서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사실 관계를 교묘하게 비틀면서 말씀을 하시고 있구나!' 공개적인 장소에 쓸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스티브 잡스도 그랬다는데 뭐 어때! 가스라이팅이라고 하면 기분 나쁜 것이고, 현실 왜곡장이라고 하면 대단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현실왜곡장에 살아남기 위해서 직원들은 아주 단단한 기둥을 세웠다고 한다. 명확한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자신있게 주장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만, 스티브 잡스는 고집을 꺾고 주장을 수용했다고 하니 꽤나 험난한 준비를 마쳐야 살아남을 수 있었을 테다. 그만큼 강력한 현실왜곡장을 만들어냈던 스티브 잡스 역시 대단하지만.

 

 결국 교수님의 Force Field에 맞서기 위해서는, 더 많이 정확한 정보들을 습득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교수님이 흥미있어 하는 분야들에서 팩트체크를 분명히 해가면서 정보를 습득한다면, 앞으로 발생할 Force Field 속에서도 내 위치를 정확히 지키고 서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