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렌드 한눈에 보기/학계 트렌드

책상 위에 서서 생각할 수 있는 방법 - Molex Climping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영어 원제 "Dead Poets Society"로, 정확히 말하면 "죽은 시인들"이라는 모임의 이름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말이 좀 더 어감이 심오하니 초월번역이라고 불러도 무방할지도 모르나, 뜻이 완전히 바뀌었으므로 칭찬할 것은 못된다.

 

로빈 윌리엄스 주연, 죽은 시인의 사회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문구는 역시 "현재를 붙잡아라" 라는 뜻의 "Carpe Diem"이지만, 오늘 유달리 생각나는 말은 다른 것이었다.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키팅 선생님의 수업에서, 선생님이 갑자기 책상위로 올라가서는 자신이 왜 책상 위에 올라가있는지 아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는 장면이다.

 

 "키가 좀 커보이고 싶어서요?" "아니,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기 위해서란다." 지극히 평범하게 바라보던 세상도, 책상 위에 올라가는 순간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일부러라도 가끔씩은 책상 위에 올라가서,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 삶을 살아오진 않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오...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지만, 함정이 있다. 인간의 생각은 성을 쌓는 작업과도 같다. 성벽을 쌓을수록 아래쪽에 괴어놓은 돌은 꺼내기가 쉽지 않듯이, 무심코 넘어간 생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영화 "인셉션"에서 디카프리오가 '영원한 잠'을 무릅쓰고 사람들의 생각 깊은 곳에 자그마한 표식 같은 것을 남겨두는 까닭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작은 표식 하나로 사람의 성향을 송두리째 바꾸는 것은 참 쉽다.

몰렉스 핀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사소하게 잘못된 생각 하나로 무려 4~5 시간은 내다버리고 말았다. 위 사진은, 전기 회로를 만져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접해봤을 법한 "몰렉스 핀"이라고 부르는 제품이다. 납땜이 필요없는 것은 둘째치고, 일반 헤더 핀보다 좀 더 단단한 체결이 가능하다. 

 

몰렉스 클림핑 도구

 

 납땜 없이도 단단한 체결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위 클림핑 도구로 전선과 핀을 꽉 조여버리기 때문이다. 코르셋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당연히 납땜보다 간단해 보인다. "살짝 집어주기만 하면 되는군!" 

 

 나로서는 몰렉스를 오늘 처음 접해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림핑 도구 사용법을 슬쩍 훑어보고서는 "직접 해보면서 노하우를 쌓지 뭐"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몰렉스에 덤벼들었다. 그러고 네 시간 정도를 보낸 것이다. 저녁 7시 즈음부터 12시가 다 되어서까지 10가닥을 채 체결하지 못했고, 내일 아침에 다시 해야만 한다.


 "어 잘 안되네?" 하는 순간부터 관점을 달리 해서 "좀 정확한 사용법을 익히자" 하는 자세를 가졌더라면 진작에 끝내고 후련한 마음으로 일찍 집에 돌아올 수 있었을 테다. 그러나 이미 높은 성이 되어버린 생각은 무너질 줄을 몰랐고, 나는 그 위에서 계속해서 헤매고 있었다. 

 

 따지고보면, 책을 통해서 접한 클루지라는 개념도 이와 동일할 텐데, 내가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음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 참 아쉬울 따름이다. 이럴 거면 블로그는 왜 쓰니?

 

 이런 저런 후회는 뒤로 한 채, 일단 내일 아침 일찍 다시 연구실로 가서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사용법은 영어로 유튜브에 치면 잘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