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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서의 첫 번째 성과 - 방향을 틀다가 만난 첫 번째 정류장

 하려던 일이 어그러졌을 때 빠르게 방향을 트는 법에 대한 글을 두 차례 쓴 적이 있다. 둘 모두 같은 수업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창업을 주제로 하는 수업에서 "환경 관련 아이템은 어떨까?" 하고 제안한 것이 처참히 무너지며 어그러진 것이 첫 번째였고, 다시 한 번 정한 아이템으로 "이런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해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 또 무너진 것이 두 번째였다. 그리고 오늘, 그 모든 방향전환 끝에 첫 번째 정류장에 도달했다.


 수업에서 정한 아이템은 "택배기사 근골격계 보조를 위한 엑소슈트" 였다. 이런 주제로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와 멘토링을 하면서 여러 차례 모욕적인 언사도 참아냈더랬다(관련 글1, 관련 글2). 그러다가 결국에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참 잘했습니다" 하는 칭찬도 이끌어냈고(관련 글) 내친 김에 "학내 창업지원프로그램에 지원해보겠습니다" 하는 제안이 어그러진 것이었다. 

 

 하지만, 해당 지원프로그램을 위해 영입했던 친구가 한 "저 지난 주에 쿠팡 알바 다녀왔는데" 라는 말에 "오 그럼 담에 한 번 같이 가보자" 가 되었고, 지난 주에 오산 물류센터로 오후조 알바를 다녀오게 된 것이었다(관련 글). 그리고 오늘, 수업의 최종 발표날에서 드디어 첫 번째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1) 아무 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낸 점, 2) 프로토타입을 활용해서 쿠팡 알바를 직접 해본 점, 두 가지가 주요하게 작용해서 수업 최종 발표 1등을 한 것이다. 

 

 사실 공신력이 있는 결과도 아니고, 1등을 해서 별달리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치킨 상품권이 주어진 점은 매우 기쁘게 생각하지만, 그 뿐이다. "이번 수업을 들은 팀 중에서는 제일 괜찮았다" 하는 것. 추가로 창업을 지원해주겠다, 혹은 연구비 지원을 해주겠다 하는 의미는 없다. 아이템을 더 이끌어 나가느냐는 오롯이 나의 몫으로 남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결과가 기쁠 수 밖에 없는 것은, 공대에 와서 거둔 첫 성과이기 때문이다. 2017년 처음 공대 복수전공을 시작하며 들었던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이런 발표에는 F를 줄거야" 하는 말도 들었더랬다. 심지어 그때 같이 수업을 들었던 동생도 현재 대학원생이 되어 이번에도 같은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랬던 내가, 이제는 "수업에서 가장 괜찮은 발표였습니다" 하는 인정까지 받을 수 있다니, 상당히 기쁜 일이다.


 이게 이번 수업의 종착역이 아니라 첫 번째 정류장인 이유는, 아이템을 그래도 다음 스테이지로 끌어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다음 스테이지라 함은, 연구를 좀 더 진행해서 하다 못해 컨퍼런스 발표에라도 데리고 나가는 것이다. 학내 창업지원프로그램이 있었더라면 좀 더 추진력 있게 진행할 수 있었겠다만, 그렇지 않은 이상 추진력은 오롯이 나의 몫이 되었다.

 

 하지만, 두 차례 하려던 일이 어그러지며 방향전환을 해왔던 결과가 해피엔딩이라는 것이 상당히 고무적이다. 내가 방향전환을 하긴 했었구나, 마냥 좌절하고 있지는 않았구나, 하는 반증이 되어주는 것 같다. 창업지원프로그램을 쓰기 위해 친구에게 연락하지 않았더라면 쿠팡 알바를 가볼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테다. 결과적으로는 참, 다행이다.

 

 거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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