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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이 벤처캐피탈 사람을 만나면 물어봐야 하는 것 - 퓨처플레이 2탄

 오늘 퓨처플레이 사람을 만나기 전 어제의 마음가짐은 어땠는가. "만나서 뭐 별 할말 있겠어" --> "이왕 만나는거 내 기술을 팔아보려는 역할에 심취해보자" 라는 흐름을 타고 갔더랬다. 그래 오늘 류중희 대표를 만나면 어떻게든 내가 정의한 시장에 대해 설득해보려고 해야지. 이런 마음으로 오늘 아침 10시 비대면 미팅을 진행했고, 결과는 예상을 한참 빗나갔다.


 어떤 점이 예상을 빗나갔는가, 하면 우선 공격성을 빼놓고 말할 수가 없다. 아니, 공격은 상대방을 타격하겠다는 의도가 있을 때 공격일테니, 무례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사람간의 대화에서는 허례허식이 있어서, 본론을 말하지 않고 빙 돌아가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시간이 아까운 듯 했다. 어떻게 보면 올바른 대화 방법일 수도 있겠다만, 비대면이 더 발전해서 원격으로 뚝배기라도 깨뜨릴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본론이라는 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우선 안일하게 생각하던 대학원생의 자세를 아주 혼쭐을 내줬던 것이다. 그의 견해에서는(카이스트 전자전산학 박사) 엔지니어로서 좋은 연구의 기준은 딱 두 가지 뿐이다. 창의성과 사업성. 엔지니어의 연구는 세상을 어떤 식으로든 변화시킬 수 있는데, 작은 규모의 대상에 대해 독창적인 기술을 도입해서 변화를 가져온다면 그건 예술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명확한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아주 혁신적인 기술이나, 뭐 이런게 다 있담- 하는 말이 절로 나오는 연구들이 그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뭐 이런게 다있담" - 연구실에서 진행했던 소금쟁이 연구

 

 반대로 사업성은 보다 큰 대상을 상대로 보다 큰 삶의 변화를 이끌어 오려는 것을 말한다. 현재 연구하는 기술이 더 혁신적이기를 바라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창의성을 목표로 하는 논문은 분명히 가치가 있지만, 사업성이 없는 논문이라고 해서 모두 창의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안일하게 연구주제를 잡았을 가능성이 99%는 될 것이다. "연구로서 가치가 있는 주제입니다" 하고 말하는 것은 자기 기만에 불과할 수 있는 것이다.

 

 나로서는 아직 구체적인 연구주제를 잡기 전에 이런 조언을 (그것도 짧은 시간 안에 압축적으로) 들을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다. 벤처캐피탈 심사역들이라 함은, 멘토링 중에 넌지시 언급되었는데, 보통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을 뜻할 테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고객들에 더 많은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잘 할 것 같은 팀을 만나면 "이 돈 줄 테니 빵 사와... 아니 기술좀 만들어봐" 하듯이 투자하는 것이다.


 연구주제를 탐색하려는 노력을 앞으로도 몇주, 몇달은 더 해야겠구나 생각했었는데, 다시 보니 평생 해야하는 고민인 것 같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한 번 해봐야겠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하는 자기기만에 빠지지 않고 무례한 사람 뚝배기 정도는 깨뜨릴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실력을 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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