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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에서 1600억을 들여 개발 중인 아이언맨 슈트 - 마무리

 내일(6월 23일)이면 알키미스트 프로젝트(관련 글)의 1단계가 끝이 난다. 현재 경쟁 중인 팀들 중에서 오직 한 팀만이 2단계로 넘어갈 자격을 얻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5년간 연구실의 방향이 결정이 되는데, 나로서는 주위 사람들 조금씩 도와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4개월간 참 다양히도 배웠다.


 행사는 시청 근처의 호텔에서 열리는데, 발표에 필요한 인원을 제외하고는 입장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연구원들과 호텔 밖에서 꽤나 오랜 시간 대기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보다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다른 팀의 발표내용이라도 좀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럴 가능성은 0이다. 

 

 그럼 그 동안 가장 크게 배웠던 것이 무엇인지라도 정리를 해보자. 우선, 교수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것을 처음 봤다. "뭐가 달라도 다르겠지?" 하는 두근거림이 있었는데 웬걸, 다들 똑같이 고민하는 것이었다. "이건 아닌 것 같아요" "그게 뭐가 어때서요" 하는 원론적인 말다툼부터, 말도 안되는 시나리오까지 짜면서 소속 대학원생한테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하는 코멘트까지 받는 일은 돈주고도 보기 힘든 일일 것이다.(관련 글

 

 두 번째로는 보다 설득력 있는 제안서를 쓰는 방법이다. 사실, "제안서를 쓰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불가능한 일이다. 배울 수 있는 일이라면 이렇게 박터지게 회의하는 모습을 보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내가 배울 수 있는 기회조차 생기지 않았을 테다. 결국 제안서를 쓰는 과정을 배웠다는 것은, 제안서를 쓰기 위해 다들 박터지게 회의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는 뜻이다.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늘 어렵다.


 다른 팀원 중에는 이렇게 큰 과제에 참여해본 적이 없어서 부럽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을만큼, 큰 과제이다. 상당히 많은 인력이 투입되었고, 그만큼 기대도 크다. 내일 발표를 하면 저녁즈음에 바로 결과를 말해준다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상당히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