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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오산물류센터 오후조(17:00~02:00) 아르바이트 후기

 쿠팡 오산물류센터는 롯데물류센터를 일부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 지상 7층은 냉동, 지하 2층은 냉장 창고로 각각 오산1센터(냉동)와 오산2센터(냉장)로 나뉜다. 냉동창고는 너무 추울 것 같아(기온이 영하로 유지된다고 한다) 냉장으로 신청하였지만, 방한복을 입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오산은 아르바이트 전날 오후 네시부터 쿠펀치 앱을 통해 지원받는다. 타임어택으로 급하게 지원하지 않아도 되니 긴장하지 말고 오후 네시가 조금 넘어서 지원해도 괜찮다. 처음 가는 사람의 경우 이름과 생년월일을 보내라는 문자가 오는데, 이때 같이 가는 친구가 있다면 "추천인" 제도를 이용하여 추가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다. 다만 같이 가는 친구가 오산물류센터 유경험자여야 하니 참고하도록 하자.

 오산으로 가는 통근버스는 오산쿠팡 사이트(링크)에 잘 정리되어 있다. 모든 노선은 ("오후조 퇴근" 노선 제외) 출퇴근시 모두 이용 가능하니 "이거 출근할 때만 여기서 타고 퇴근할 때는 여기서 못 내리는 거 아냐?" 하는 걱정할 필요 없다. 다만, 셔틀을 타기 위해서는 "버스인승객" 이라고 하는 어플을 추가로 받아서 등록해야 한다. 이 어플을 통해 출근을 했는지도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만, 꽤나 번거롭다.

 버스는 서울대입구역에서 약 한 시간이 걸려 오산으로 도착한다. 출근 방법을 알려주는 문자가 따로 와서 이동 경로를 잘 봐두어야 한다. 냉장과 냉동의 출퇴근장소가 아마 다를 테니,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무작정 가다가는 잘못된 센터로 가게 될 수도 있다. 

 출퇴근 장소로 무사히 도착했다면, 16시 50분까지 주어진 자유를 최대한 활용하다가 일어나는 것이 좋다. 16시 50분에 등록을 하면서 바코드 번호를 지급받고(명찰 뒤에 잘 보관하도록 하자) 휴대폰을 제출하고 나면 "아 시작됐군"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래도 처음 가는 사람은 안전교육을 해 주는데 무려 40분간 의미없는 내용을 반복한다. "팔레트는 두명이서 운반하세요" 같은 지침들을 말해주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전혀 적용되어 있지 않다. 안전교육 당시에는 "참 무의미하군" 하며 투덜거렸지만, 근무를 하다보니 안전교육이 10분만에 끝나고 현장에 투입되었다면 중간에 탈주했을 거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냉장센터 출퇴근 장소

 

 나는 "출고" 업무를 지원했지만, 줄을 서는 과정에서 "HUB"로 배치되었다. HUB의 시급이 출고보다 조금 더 많다고 하는데,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다. 출고는 상품이 담긴 선반에서 상품을 빼다가 카트로 옮기는 작업을 뜻하고, HUB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날라지는 박스들을 분류하는 작업을 뜻한다. 장시간 서있다보니 무릎이 상당히 아프고, 몸을 비트는 동작이 많아 어깨가 아프기도 하다. 하지만 뭐, 견딜만한 수준이다.

 HUB에서 일하게 되면 웬만하면 계약직 아저씨들과 함께 일하게 되는데, 대부분 무신경한 사람들이다. 반말은 기본에 욕과 짜증은 옵션인 수준인데, 괜히 주눅들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편하다. 현장투입된지 30분 만에(18시 30분) 저녁을 먹으러 가게 되었는데, 줄을 선 뒤 밥을 먹고 음료수를 한 잔 먹으면 다시 업무로 돌아가야 한다. 음료수는 300원에 다양한 음료들을 팔고 있지만, 저녁시간 즈음이 되면 모두 매진이 되고 오란씨 파인애플 맛만 남는다. 

휴식 장소

 결국 19시 30분부터 본격적인 업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부터 21:30분까지 물량이 피크였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두 시간이 흘러있었다. 처음에는 물건 분류하는 일만 하다가, 일이 점점 많아지다보니 물건을 쌓는 것과 랩으로 둘러싸는 일, 혹은 팔레트 위로 실려온 물건을 컨베이어 벨트로 옮기는 일까지 하게 되었다. 

 

 물량이 어느 정도 줄어들고 보니, 30분 쯤 지났나~ 하고 시계를 보면 3분쯤 지나있는 일이 빈번해졌다. 그래서 22:00 부터는 노래를 30곡 정도는 불렀던 것 같다. 큰 소리로 불러도 센터 내 공기순환장치 소음 때문에 주변에 잘 들리지도 않는다. 옆에 있는 계약직 아저씨한테는 들렸겠지만, 나도 무신경해지기로 했으니 별 상관 없었다. 

 

 나는 "남양주1/2" 스티커가 부착된 박스들을 분류했는데, 마감 시간이 다가올수록 다른 지역 스티커를 다루는 곳으로 이동하며 업무 보조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다가 02:00가 되면 (사실 01:58 즈음) 뒤도 돌아보지 말고 퇴근 길로 직행하면 된다. 퇴근 시에는 바코드를 등록하고 쿠펀치 앱을 통해 퇴근을 꼭 눌러줘야 정상적으로 임금을 받을 수 있다. 

 

 퇴근 버스는 멸치떼처럼 모여있기 때문에, 내가 타고 가야 할 버스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나는 친구와 길을 나눠 탐색한 끝에 겨우 찾아낼 수 있었다. 대충 반시계 방향으로 오산~ 수원~ 신림 행 버스가 놓여있었는데, 혼자 온 사람은 어떻게 버스를 찾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뜩이나 업무가 고되었는데, 퇴근 버스 찾는 것도 일이라면 참 난감하다. 일이 끝났으니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거냐! 투덜투덜


 02:20 정도에 버스가 출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잠이 오지 않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있었는데, 문득 "다음 날도 이걸 해야 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02:54 경이었을 것이다. 아, 쉽지 않겠는걸. 내가 취직했을 무렵의 심정을 "1회사"라고 하면 쿠팡 아르바이트는 "5회사" 정도는 가뿐히 넘는 수준으로 별로였다. 

 

 "형 덕평센터가 여기보다 1.7배 정도 힘들어요" 같이 갔던 덕평물류센터 유경험자 친구의 말이었다. 확실히, 체력적으로는 오산센터에서 그다지 힘든 일이 없었다. 다리가 아픈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만 함께 일하는 계약직 아저씨들의 불손한 태도를 감당하는 것이 버거울 뿐이다. 그래도 물량이 그만큼 많고, 일손이 부족하다는 것이 보여서 이해는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