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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이 벤처캐피탈 사람을 만나면 물어봐야 하는 것 - 퓨처플레이 3탄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와 두 번째 멘토링 시간을 가졌다. 여전히 무례하고 단순한 멘트로 점철된 시간이었지만 딱히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었던 시간- 이라고 한 줄 평을 남길 수 있겠다.


 뭐 이런 저런 이야기는 차치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다른 팀에 비해 창의성이 떨어지네요" 하는 평가였다. '다른 팀'이라고 하면, 소프트 센서를 활용한 장갑, 자율주행을 활용한 아파트용 서비스 로봇을 말한다. 

소프트 센서를 활용한 장갑 (시제품 예시) - Stretchsense

 

 창의성이라고 말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알 것 같다. "딱 와 닿는 것"이 없다는 소리다. 해당 분야에서 업계 선도로 치고 나갈 수 있는 기술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조들의 경우 현재 연구 중인 주제(소프트로봇 연구실과 자율주행 연구실)를 활용해서 파고들 시장을 선정했고, 우리 팀(웨어러블 연구실)의 경우에는 솔루션은 뒤로 한 채 타겟 시장과 문제점을 위주로 생각해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류중희 대표 본인의 아이디어였다. 

 

Verve motion에서 개발중인 물류노동자용 슈트

 하지만,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웨어러블 학계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하버드의 Conor Walsh 연구실에서 창업팀이 있는데 (Verve Motion) 해당 팀의 특허(출원상태)가 공개되어 공부해 본 적이 있다. 특허 파일에는 제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적혀있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특허로 인해 보호받는 조항(Claim)일테니, 해당 특허에서 어떤 항목을 보호받고자 하는지 찾아보면 아래와 같다.

 

특허 파일에 삽입된 그림 - SafeLift의 작동 원리

 

 핵심 기술은 위와 같다. 언뜻 보더라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이다. 평소에 걸어다닐 때는 등 뒤에 연결된 고무줄이 늘어나지 않게끔 도르래를 연결해 두었다가, 허리를 굽히는 상황이 오면 도르래가 고무줄을 잡아당김으로써 허리에 힘을 가해주는 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아니 이런 것도 특허를 내준단 말이야?" 아직 특허 출원단계일 뿐 등록은 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저런 기술로 하버드 출신 연구진이 당당하게 특허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웨어러블에서 메커니즘을 개선하겠다는 생각은 이제는 때늦은 고민이 아닐까 싶다. 상용화만이 남은 상태에서 중요한 것은 무게와 가격을 혁신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인데, 해당 분야를 쟁취하는 기업이 시장을 파고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창의적인 연구보다는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필요한 단계라고 해석해도 좋겠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당연히 창의성도 필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새로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의 것을 단순화하거나 가성비 좋은 재료로 바꿔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연구에서의 마음가짐부터가 다른 것이다.


 "그 생각도 괜찮군요. 한 번 해보세요" 하는 우호적인 발언들로 가득찬 멘토링이었다면 이런 고민쯤은 하지 않고 둥가 둥가 자료조사를 하고 있었을 테다. 앞뒤 고려하지 않는 무례한 사람 덕에 이렇게 또 고민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으니, 연구 초기에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다만 앞으로 창업 생태계로 나아갔을 때, 저런 사람들만 가득하다면 그 나름대로 참 피곤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떻게 창업하라는 사람들만 만나면 창업하고 싶다는 마음이 싹 사라지는지 모르겠다. 그와는 별개로 창업을 위한 방법론은 그런 사람들이 참 잘 가르쳐준다. 이런 모순되는 과정을 겪어야 창업을 할 수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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