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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운동

Progressive Overload (점진적 과부하), 과연 정답일까? - PT가 필요한 이유와 없어도 되는 이유

유튜브에서 헬스를 검색해보면 자연스레 나오는 키워드다. 점진적 과부하. 조금 더 많은 영상을 보면, 근비대(Hypertrophy: 근육 섬유 두께를 키우는 운동)와 스트렝스(Strength: 근육의 출력을 높이는 운동) 훈련이 다르고, 이에 따라 세트 수, 횟수, 중량 설정을 다르게 해줘야 한다는 둥, 동심성 수축 운동 (concentric contraction)보다 신장성 수축 운동 (eccentric contraction)이 좋다는 둥, 여러 외래어가 섞이면서 이해가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이 많은 키워드들, 과연 정답일까? 2644건의 피인용수에 달하는 리뷰논문을 읽어보면서 공부해봤다.

 

Fundamentals of resistance training: progression and exercise prescription - PubMed

Progression in resistance training is a dynamic process that requires an exercise prescription process, evaluation of training progress, and careful development of target goals. The process starts with the determination of individual needs and training goa

pubmed.ncbi.nlm.nih.gov


 일단 이 글의 목적은, 근비대 hypertrophy를 효율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성취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것이다. 인체는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ATP-PC system을 운용하고, 이 시스템을 자극시키는 것이 스트렝스 훈련 (ATP-PC system의 효율을 높이는 일), 시스템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근섬유에 골고루 전달하는 것이 근비대 훈련 (Hypertrophy, 근섬유를 두껍게 만드는 훈련) 훈련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말이 너무 어렵지만, 쉽게 말하자면 엔진에 엔진오일을 넣는 것이 스트렝스 훈련, 휘발유를 넣고 달리는 것을 근비대 훈련이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절대 나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방법이 옳네, 저 방법은 틀리네 논란의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공통된 의견은, 둘 다 골고루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서론이 길어졌지만, 점진적 과부하는 근비대와 스트렝스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원리다. 사실 원리 중 하나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근비대와 스트렝스를 통칭하는 저항 훈련 (Resistance training)의 3원칙은 1) 점진적 과부하 (progressive overload) 2) 구체성 (Specificity), 3) 변형 (Variation) 으로 이뤄진다.

1. 점진적 과부하 Progressive Overload

점진적 과부하, 그래서 정답이냐고? 맞다. 정답이다. 실험 결과, 저항운동 초보자들은 4주에서 8주면 근비대가 확연히 드러난다고 한다. 생각보다 짧지 않은가? 초보자의 기준은 저항운동을 3개월동안 시행하지 않았던 사람이기 때문에, 여기에 속한다면 일단 축하를 받고 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근섬유의 활성도가 떨어진다. 인체가 저항훈련의 강도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이 때 과부하를 통해 근섬유의 활성을 높여주는 것이 지속적인 근비대로 이뤄지는 것이다. 

문제는, 점진적 과부하가 말이 너무 쉽다는 것이다. 점진적으로 1) 무게를 2) 반복 횟수를 3) 세트 수를 늘리거나 4) 수행 시간을 5) 동작 속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과부하를 줄 수 있는데, "늘리거나" 와 "줄이거나"에는 필연적으로 "직전에 수행했던 방식보다" 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 말인즉, 운동 수행 내용을 기록해두고 전날 수행했던 방법보다 과부하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몸을 쓰면서 머리까지 써가며 운동하기가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PT가 존재하여 운동 강도를 설정해주고, 가이드를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운동 수행 내용을 기록해두고 적절한 방법으로 과부하를 줄 수 있다면 PT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운동 초급단계에서는 어떻게 해서도 수행능력은 증가하기 마련이다. "어떻게 해서도" 란 말을 과대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2. 구체성 Specificity

인체가 저항운동에 적응하는 방식은 생각보다도 더 구체적이다. 단순히 "운동강도"로 뭉뚱그려지지 않는다. 위치-속력 프로파일 (특정 구간에서 어떤 속력으로 운동하는지), 가동범위, 활성화되는 근육 그룹 (다관절인지 단관절인지) 등등, 어떤 운동을 할 때 성과를 내기 위해서 통제해야 하는 변수들이 이렇게 많은 것이다. 

 일례로, 나는 이전에 동심성 수축이 좋은지, 신장성 수축이 좋은지 궁금했었다. 그렇게 발견한 논문에서는 신장성 수축의 근비대 효과가 동심성 수축보다 좋다는 결론을 냈다. 근데 웬걸, 신장성 수축도 빠른 신장성 수축과 느린 신장성 수축으로 나뉘며, 빠른 것만 효과가 있고 느린 것은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펜들레이 로우

 논문을 통해 검증된 운동 방식으로는 다음과 같다

1) 운동 순서: 복합 관절 운동을 먼저 할 것. 더 큰 무게를 덜 피곤한 상태에서 다룰 수 있다.

2) 운동 속도: 빠르게 운동할 것. 그간 봤던 운동 팁과는 반대되는 말이었다. "무게 날리지 말고 천천히 들어라" 같은 말들을 익히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펜들레이 로우나, 점프 스쿼트 등과 같이 동심성 수축을 최대 가동범위로 빠르게 해주는 것이 (Ballistic Resistance Exercise) 수행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3) 휴식시간: 스트렝스 훈련에서는 3분 이상의 휴식, 근비대 훈련에서는 1분 가량의 휴식을 취하라. 3분 휴식을 통해 피로를 회복할 수 있고, 이는 더 큰 무게를 들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하지만 혈류량을 늘려 근비대를 이뤄내야 하는 훈련에서는 1분 가량의 휴식만 취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4) 중량 및 반복횟수 설정: 스트렝스 훈련에서는 1RM의 80~85% 수준, 즉 6RM 미만의 중량으로 설정. 근비대 훈련에서는 1RM의 70~80% 수준, 즉 6~12RM의 중량으로 설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3. 변형 Variation

 앞서 말했듯, 저항운동을 시작한 뒤 4주에서 8주면 근비대 효과가 명확히 드러난다. 그 이후에는 적응으로 인해 근섬유 활성도가 필연적으로 떨어진다고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부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부하를 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운동 요소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이는 앞서 말했던 "구체성"에 변화를 주는 것을 의미하며, 이런 운동 방식을 주기성 운동 (Periodized Strength Training)이라고 일컫는다. 주기성 운동은, 단순히 "최적"이라고 생각되는 운동을 지속하는 것보다도 오히려 수행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검증된 바 있다.


글이 길어지면서, 후반부는 뭔가 소개가 빈약한 듯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지 싶다. 다양한 운동방법 정석을 공부하는 좋은 기회가 된 것도 있지만 제일 중요한 점은 역시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낀 것이다. 내일 운동할 때는 어떤 툴이 됐건 간에 기록을 남기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