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대학원에서의 마지막을 정리하며

사실 마지막은 아니다. 졸업은 8월에나 할 수 있고, 졸업 발표도 해야 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로서 서울대 바이오로보틱스 연구실로의 출근은 마지막이었다.

 

회사를 다니다가 현재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던 것이 2020년 초 쯤 되었을 것이다. 인턴 생활을 좀 하고 오라는 말에 인턴 생활을 하면 바로 입학이 가능한 줄로만 알았더랬다. 직장을 그만둔 것이 2020년 3월 말. 4월부터 바로 안산 KITECH 생산기술연구원으로 인턴생활을 시작했고, 6개월 간 연구실 출신 박사님께 지도를 받았다. 그러고서는 다시금 교수님께 입학요청을 드렸고, 허락을 받아냈다. 허락을 받든 말든, 입학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나중의 일이다.

 

어쨌든 안산에서 6개월 인턴 생활을 마치고, 10월부터는 바로 서울대학교에서 인턴생활을 이어갔다. 말이 인턴이지, 나를 담당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어디 외딴 공간에서 나 홀로 5개월을 지냈다. 공용 책상에서 할 일을 하다가, 누군가 미팅을 하러 오면 자리를 비켜주고, 어쩌다 자리를 배정받아서는 또 다시 다른 사람이 오기로 했다며 자리를 비워주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런 곳에서 잘도 5개월 간 있었구나, 싶다. 블로그를 보면, 강화학습을 공부했던 시절이 딱 그 즈음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2021년 1월, 한 달간 휴식기간을 가지기로 했고 실제로 푹 쉬었다. 뭐하고 쉬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북한산을 한 번 갔던 것 말고는 한 달의 시간이 몽땅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오늘까지 연구실 출근을 하고 내일부터 다른 곳으로 출근을 하는 것이 합당하게 느껴진다. 어차피 나중에 쉬는 시간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2021년 2월 초였을까, 연구실로 복귀하여 어깨 재활 기기를 선배와 함께 조립했다. 이미 다양한 글(링크)에서 소개한 바 있는, 똑똑한 선배이다. 그때만 해도, 이 연구로 내가 석사졸업을 할 줄은 몰랐다. 애초에 박사졸업을 할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꿈도 꾸지 못했겠지. 어쨌든 그렇게 내 연구실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 일련의 과정들은, 내 블로그 글에 소개되어 있다. 나중에 내 대학원 생활을 정리해서 하나의 책으로 쓴다면, 위 내용은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부분일테다.

 

2년의 과정을 통해서 나는 무엇을 얻었을까? 무엇을 포기해야 했을까? 그런 선택의 과정들은 과연 최선이었을까?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주인공은 모든 평행우주에서 가장 나쁜 결과를 맞이한 사람이다. 확률분포곡선의 가장 왼쪽 끝에 존재하는 하나의 케이스. 내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주제였다. 과연 나는 올바른 선택을 내리며 살아 왔을까? 앞으로는 어떨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책에서, 무수히 많은 점같은 존재인 하나의 인간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말해준다. 멀리서 봤을 때는 각 점이 한없이 보잘 것 없지만, 각 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다른 점은 한없이 중요한 존재다. 내가 내렸던 모든 결정들, 그로 인해 얻었던 모든 것들과 포기했던 모든 것들은 보잘 것 없지 않다. 지금까지 올바르게 선택했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올바르게 선택하겠다는 마음가짐을 끊임없이 붙들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사회로 발을 내딛어야 하는 순간이다. 마음 속의 불안보다는, 눈앞의 상황을 직시하여 올바른 선택을 내리겠다는 다짐에 좀 더 집중해서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