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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다운펌의 서로 다른 세 가지 방식: 셀프, 미용실, 미용실에서 해주는 셀프

 내 연구실에는 아주 잘생긴 친구가 있다. 

 이런 식의 표현은 지극히 평범해서 별로다. '아주 잘생긴' 이라는 말도 평범해진다니! 아침에 연구실에 일찍 도착해 있으려고 하면, 그 친구가 머리를 말리며 슬그머니 나타나곤 한다. 그러곤 묻는다.

 

 "무얼 해?"


 실제로 이런 소설같은 대사(강신재, 젊은 느티나무)는 치지 않지만, 옆에 오기라도 하면 자연스레 물끄러미 바라보게 된다. 지난 번에는 그러다가 머리를 자른 것을 발견했다. "어 머리 잘랐네?" "응 그랬지" "다운펌도 한건가?" "아니, 직모라 그냥 이렇게 달라붙던데?"

 

 잘생긴 사람의 직모는 옆머리에 착 달라붙는구나!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나로서는 곧게 뻗어나오는 생직모를(샤프심 수준이 아닐까?) 보유하고 있으며 머리가 자라는 모습을 대략적으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그렇기에 머리를 깎을 때마다 다운펌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단골 미용실이 없이 그때 그때 가까운 곳을 가는 편이기에 미용사의 솜씨에 따라 결정이 된다. 게다가 상당한 근시인지라, 이발이 완료되어 안경을 쓰고 확인하는 순간 다운펌을 해야하는지/안해도 되는지 판가름이 서는 것이다. 최근에는 다운펌을 해야하는 수준의 빈도가 높은 편이었다.

 

 일반 파마가 머리카락을 둘둘 말아올린 채로 열을 가해주면서 변형을 만들어 곱슬거림을 가지게 하는 것이라면, 다운펌은 모근 바로 윗부분만 변형을 가해서 옆머리가 뜨지 않게 해주는 효과를 낸다. 각종 도구가 필요한 파마에 비해, 약품을 바르기만 하면 되기에 상당히 간단하여 가격도 만 원 ~ 만오천 원 선에서 책정된다.

 

 하지만 오늘 간 미용실에서, 세 번째 다운펌 방식을 확인하며 이렇게 간단한 파마에도 참 다양한 방식이 있구나 하고 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확인한 방식은 1) 셀프 방식 2) 미용실 방식 3) 미용실에서 하는 셀프 방식이다.


1. 셀프 방식

올리브영 다운펌 제품들

 다운펌은 올리브영에서 판매하는 다운펌 제품들을 가지고 혼자서도 할 수 있다. 하나에 만 원 꼴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으며, 하나의 제품을 3~4회는 시행 가능한 것으로 생각되니 그렇게 비싸지 않다. 옆머리에 치덕치덕 바른 뒤 동봉된 종이호일로 머리를 감싸면 군고구마라도 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역시 미용실에서 하는 파마처럼 효과가 좋지는 않다. 무엇보다도 열을 가해주는 등 추가적인 노력이 없다면 위 사진처럼 거의 효과를 낼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무엇보다 혼자 하게 될 경우 어느 정도 양으로 몇 분 동안 해줘야 하는지 등에 대한 추가 정보가 거의 없으므로 매우 불안하다. 

 

2. 미용실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약품은 기본적으로 셀프 약품과 동일하다(냄새로 판별한 결과이지만). 모두 끝난 뒤 종이 호일로 군고구마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까지도 동일하지만, 이번에는 일반적인 파마에 사용되는 열 기구를 더해줌으로써 한층 더 심도있는 군고구마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전문가 미용사분들은 "이 정도 머리라면(샤프심 정도) 꽤 오래 약을 발라야겠군" 하는 식의 대응이 가능하기에 편하다. "선생님, 지난 번에 다운펌은 효과가 너무 짧게 지속되던데요" "앗 그럼 이번에는 강력하게 붙여드리겠습니다" 하는 식의 VOC도 청취해주니 역시 전문가구나 싶은 것이다.

 

3. 미용실에서 하는 셀프 방식

 슬프게도 오늘 했던 방식이 3번 방식이었다. 이발 비용 만 원에 다운펌 추가비용이 또 만 원인, 현대 미용실 치고는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긴 했지만, 약품을 머리에 바른 뒤 종이호일은 물론 열 기구까지 생략해버림으로써 그냥 약품을 머리에 바른 채 우두커니 거울 앞에 앉아있어야 했다. 게다가 눈도 보이지 않아 말 그대로 우두커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저런 생각이나 하면서. 

 

 다만 1, 2번과는 달리 "중화제"라는 것을 약품 처리 후 20분이 지난 뒤 머리에 발라주었다. 머리카락은 케라틴 단백질로 이뤄져 있는데, 파마 약품은 염기성으로 단백질을 변형시킬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변형만 시키게 되면 머리카락이 상하고 뻣뻣해지므로, 다운펌시에는 머리카락이 오히려 더 뻣뻣하게 치솟을 수도 있기에 중화제가 필요하다.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어서 전통적인 군고구마 느낌을 제외시켰구나- 싶었다. 결과물도, 다운펌 후 5시간 째인 지금까지는 나쁘지 않다. 내일까지는 샴푸로 머리를 감지는 못하겠지만.


 오늘로서 다운펌을 네 번 정도는 미용실에서 해봤던 것 같다. 이 정도면 셀프로 해볼 수 있는 능력치가 채워졌을 거라고 생각이 되니, 다음에는 남아있는 올리브영 제품으로 시도해볼 일이다. 다만, 열 기구는 없으니 중화제를 추가로 구매하든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