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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대학원생이 교수님 주도 창업 팀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잠깐 좀 올라오렴" "네 알겠습니다"

 점심을 먹고 룰루랄라 갈릭크림치즈 베이글까지 챙겨서는 연구실 휴게공간 책상에 앉으려던 찰나, 교수님 부재중 전화가 눈에 들어왔다. "어라?"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하니, 딱 위 두 마디로 대화가 종결되었다. 그렇게 교수님 방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가면서 별 생각을 다했더랬다. 혹시 블로그 글 보셨나? 문제될 만한 글이 있던가? 문제가 되면 왜 문제가 되는 건가? 머릿속으로 쉐도우 복싱을 하면서 연구실에 도착하니, 교수님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내셨다. "창업을 하려고 한다"

 

 사실, 지난 번 두 차례에 걸쳐서 창업 관련 노크를 해 본 적이 있었다. (관련 글) 단번에 퇴짜를 받는 두 번의 경험은 교수님이 야속하게도 느껴졌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잘못이었다. 교수 자리로서는 잃을 게 너무나도 많은 반면, 나로서는 아무 것도 잃을 것이 없다. 어쨌거나 연구실 타이틀을 달고 창업 생태계로 뛰어들려는 상황에서 내가 못 미더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상당히 경솔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고서 한동안 조용히 지내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창업이라니?

서울대 박종우 교수 (세이지 리서치), 성균관대 최혁렬 교수 (에이딘 로보틱스)

 

 교수 창업의 예시는 꽤나 많다. 예전 글(링크)에서도 잠깐 소개한 적이 있었지만, 기계과에서는 "데이터"에 대한 수집과 해석이 전기과/컴퓨터공학과 보다 떨어지기에 창업에서 불리한 조건에 놓여있다. 성장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팀의 역량"이 전부라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험한 상황에 놓이는데, 대표가 교수일 경우에는 여러 장단점이 따른다. 하지만 다른 장점은 모두 제쳐 두고서라도, 의사소통의 흐름이 일방적이게 되는 단점이 있다.


 교수님과 이제껏 이야기를 하며 느끼는 점은, 나름대로 "현실 왜곡장"을 만들고 계신다는 것이다(관련 글). 그것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내 스스로 단단한 기둥을 세워야 한다. 물론 땅에 뿌리박은 기둥은 아니고, 튼튼한 배에 든든한 기둥을 달고서 바람이 불면 추진력을 얻되 전복되진 않아야 하는 것이다. 무엇인가 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려는 참인 것 같은데, 이 바람을 타고 순항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