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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타인과 함께 일하는 것은 왜 어려울까? - 직장 vs. 대학원

 나로서는 단언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 "대학원생의 삶이 정말 즐겁다!" "이런 삶이 주어진 것에 정말 감사하다!" 이렇게 텐션 높은 감사함을 항상 느끼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누군가가 "대학원 어때요?" 하고 물어본다면 위와 같이 대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기복은 당연히 존재한다


 그런 와중에, 오늘은 옛 직장의 동료들을 만났다. 사실 동료라고 딱딱하게 말할 것까지도 없고, 이제는 친한 형들이다. 이 형들을 만나면 늘 하는 것이 있다. 직장생활의 푸념을 듣는 것이다. "XXX XXXXX XXX (욕)" "하이고 힘들겠다" "XXXX XXXX (더 심한 욕)" "취미생활로 스트레스 좀 풀어야겠어" "하... XX XXXX XXXX" 뭐 이런 식의 대화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래 나도 이런 직장생활을 했더랬지, 하고서는 "대학원생 즐겁다!" 하는 마음이 더욱 커지곤 한다.

 

 혼자서 일하는 사람들도 물론 스트레스는 있겠지만, 누군가와 같이 일할 때 이런 스트레스는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이유는 타인에 대한 기대치와, 나에 대한 과대평가 때문일 테다. "나는 이 정도로 열심히 하는데, 저 XX는 늘 저거밖에 안하네? 어 열받네?" 하는 식으로 점점 분노가 쌓이는 것이 아닐까. 대학원생은 기본적으로 나의 모든 노력들이 내 실력이 되고 내 성과가 된다는 생각이기에, 일이 많을수록 즐거울 수밖에 없다.


 대학원생의 삶에서도 타인과 함께 일하는 것은 물론 존재한다. 혼자서 진행하는 연구가 있는가 하면, 다른 연구원과 함께 진행하는 연구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만 하더라도, 함께 연구하는 동료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더랬다. "이 일은 내게 후순위에 있으니까, 연구 진행은 긴 호흡으로 해보자."  

 

 아니 함께 하는 일인데, 혼자서 업무를 후순위에 두면 어떡해야 한다는 것인가. "으응, 그래 그래" 하고 넘어가긴 했지만 곱씹을수록 난감했더랬다. 그러다가 혼자서 난감하면 뭐하나, 그냥 혼자 진행하라는 뜻이겠거니- 하고 열심히 또 관련 논문을 뒤적이던 참이었다. 이렇게 "그래 그럼!"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도, 혼자 진행하건 타인과 함께 진행하건, 결국엔 내 실력이 높아진다는 믿음 덕분일 테다.


 직장 생활동안 (9개월이었다) 제일 힘들었던 것은,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이었다. 일이 없으면 없는대로 눈치 보며 빈둥 거리고, 일이 있으면 있는대로 비효율적인 일을 하는 나날이 정말 불행했다. 직장 생활이라 함은, 이런 생활을 평생하는 것인가? 에잇 퉤! 하고 대학원으로 들어온 것이다. "서울대 놈들은 기껏 뽑아 놓으면 대학원 간다고 금방 내빼" "그 정도 끈기로 뭘 하겠어" 하는 말도 기꺼이 감수했더랬다. 

 

 혼자서 일하든 타인과 일하든, 내가 하는 일이 온전히 나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은 정말 즐겁기 짝이 없다. 난감한 일이 있어도 잘 헤쳐나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