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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한눈에 보기/산업 트렌드

코엑스 KiMES 국제의료기기 병원설비전시회 후기

 재활기기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에, 코엑스에서 열린 의료기기 박람회에도 참석해보았다. 사실 박람회의 존재 의의를 잘 모르겠다. 나를 비롯한 관객 입장으로서는 이런 저런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좋지만, 전시자로서는 고객 이외에게 물품을 홍보하는 것은 체력 소모일 뿐만 아니라 각종 핵심 정보 노출(예를 들면, 가격) 같은 느낌도 들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런 입장까지 헤아리다가는 참 피곤해질테다. 입장비 10,000원을 내고 냉큼 다녀왔다. 


 의료기기 박람회인지라, 정말 온갖 물건들이 출품되었는데 내가 관심을 가질만한 건 역시 재활기구 분야 뿐이었다. 다른 분야들도 찬찬히 둘러보면 도움이 되었겠지만(사실 별 도움은 안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엔젤로보틱스 워크온 수트

 

 가장 큰 수확은 역시 엔젤로보틱스 제품을 실제로 본 것이었다. 시연이나 부품 세밀히 관찰한 것은 아니지만, "본 적 있다" 하는 느낌이랄까...? 관련 글까지 쓰고 나니, '아 저게 사이클로이드 기어구나' 하고 감탄할 수 있던 것이다. 

 

 그 외에도 느낀 점을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소프트 로봇이 아직 끼어들기는 무리인가보다

 출품된 재활 기기들은 전부 다 모터를 사용 중이었다. 엔젤로보틱스의 수트만 하더라도, "착용형" 보다는 "탑승형" 이라는 이름이 어울릴만큼 대형이다. 재활 기기를 굳이 작게 만들 필요는 없으니, 부피가 큰 모터들을 등쪽으로 옮길 수 있는 Tendon 형이나, 유압형들을 사용할 유인이 없다고 이해는 가지만, 관련 제품이 전혀 없다는 점은 역시 놀라웠다.

2. 재활 프로그램이 정말 다양하다

 RONFIC이라는 업체를 방문했을 때, 담당자가 정말 자세하게 설명해줘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재활 프로그램이 상당히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어깨 CPM(continuous passive motion)이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는, "아 단순히 관절에 기름칠하는 정도겠구나"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론픽 제품, 재활용이자 운동 모니터링 용으로 쓰인다

 RONFIC의 재활 프로그램은 총 다섯 가지로 이뤄진다. 1) 신장성 모드 2) 등속성 모드 3) 댐핑 모드 4) 탄성 모드 5) 진동 모드인데, 이렇게 세분화되는게 의미가 있나 싶지만서도 막상 보면 구체적으로 다들 다르다. 특히 등속성 모드진동 모드가 신기한데, 등속성 모드는 일정 속도로 기기를 제어하면서 환자로 하여금 힘을 주게 만들어서 재활 운동을 하는 것이다. 담당자는 "벽을 민다고 해서 부상을 당하진 않잖아요" 라고 설명해줬는데,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부상 위험이 적으면서 재활 효율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동 모드는, 기기에서 일정한 진동을 가해주는 모드인데, 쉽게 말하자면 벤치 프레스의 바에 50Hz~100Hz의 진동이 가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왜?!" 라는 질문이 절로 나왔는데, 막상 해보니 이마를 탁 쳤다. 마사지건과 같은 원리로, 속근육을 자극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사람들은 잘도 이런 운동법을 생각해냈을까, 감탄하게 된다.

 

3. 재활기기이지만, 그렇게 완벽하지는 않다

 환자가 직접 써야하는 기기이기 때문에, 안전 같은 측면에서 엄격하게 심사되어 나온 제품일 것으로 제멋대로 상상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았다. 예를 들어 RONFIC의 제품은 시연 중에 무게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일이 있어서 홈 화면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어깨 CPM 보조 기기를 아두이노로 제작하면서 "이런 저사양 컨트롤러로 안전한 제어가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실제로 다양한 오류를 낳았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녀석이었던 것이다. 그 정도면 충분히 잘 하고 있어! 하고 아두이노를 격려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박람회 관람 전에는 괜히 시간만 낭비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했었지만, 실제 재활기기를 본적도 없는 나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스스로 뭘 해보는 것보다도, 최대한 많은 정보를 축적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시기인만큼 앞으로 이런 기회들을 잘 살려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