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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한눈에 보기/산업 트렌드

페이스북에서 유출된 향후 10년 계획

 

 처음 페이스북을 접했던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에 막 입학했을 때는 싸이월드의 시대였는데(오래전이다!) 어느 순간엔가 페이스북이 물밀듯 치고 올라왔다. 대학교 1~2학년 때까지는 퍽이나 많이 했던 것 같은데, 한 번 계정을 지우고 나니 두 번 다시 접속하지 않게 되었다.


저커버그와 대담 중인 Yann LeCun 교수

 그것과는 별개로, 페이스북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서(중간 중간 난관도 많았지만) AI로 가장 유명하다고 뽑히는 석학들은 죄다 Facebook AI 연구소에 소속되어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대담하게도, Facebook에서 노리는 미래 10년 먹거리를 블로그를 통해서 공개했다. 따라와보라지, 하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페이스북 10년 계획의 중심: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사실, 뭐 비밀이랄 것도 없는 주제인 것이 AR을 주제로 앞으로의 미래를 그려나가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AR, 증강현실은, 가상 현실을 고글을 통해 그려주는 VR과는 달리, 실제 환경에 추가적인 요소를 그래픽으로 구현하는 것을 뜻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역시 유튜브 TED 강연으로 유명한 Pranav Mistry의 SixthSense이다. 

 

Mistry가 발표한 SixthSense 데모

 SixthSense(TED 영상)는 빔프로젝터와 손끝 색깔 데이터로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기기였다. 내가 중학생 때 발표되었으니 굉장히 오래된 기술임에도, 아직까지 실생활에 쓰이는 기기는 찾아볼 수가 없다. 영상에서 표현한 신문 기사 표출, 식품 정보 탐색 혹은 심지어 사진찍기나 전화걸기 기능 등은 모두 연출된 장면이었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Mistry는 이후 삼성 Galaxy Gear 사업부 대표이사를 맡는 등 승승장구하게(?) 된다. 

1968년 마우스 데모영상

 어쨌든 핵심은, AR 기술이 그만큼 상용화 되기 어려운 장르라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Facebook에서 내건 AR의 가치는 보다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컴퓨터의 마우스인데, 그 전까지 DOS 명령어로 컴퓨터를 수행했던 것과는 다른 차원으로 인도하는 발명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첫 번째 GUI(그래픽 기반 유저 인터페이스) 제품인 애플 1 컴퓨터(1976년)가 나오기까지 8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면 왜 지금 와서 AR을 향후 계획으로 발표하는 것일까? 마우스 이후 충분한 시간이 흘러 상용화 제품이 나왔듯이 "아 지금끔 상용화를 노리면 시장을 한꺼번에 먹을 수 있겠다" 하는 계산적인 면모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AR처럼 일상 생활과 밀접하게 접목되어 있는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했다는 설명이 더 정확할 것 같다. 

 

 

 AR을 연구하는 Facebook Reality Labs에서는 네 가지 원칙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는데, 첫 번째는 기술의 투명성이다. 구글이 사용자 데이터 축적 등으로 지속적인 논란에 휩싸이는 것을 보면서 AR 처럼 대놓고 사용자 시선 염탐이 필요한 기술에서 어떤 부분이 논란의 소지가 있을지 확인해왔던 것 같다. 이런 원칙들을 잘 지키면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제품을 개발하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AR을 목표로 하겠다" 라는 선언과 함께 나온 데모 제품이 있다. 바로 손목형 컨트롤러이다. 블로그에는 시연 영상(페이스북 동영상 형식이라 티스토리에서는 첨부할 수가 없다...)도 풍부하게 올라와있으니, 어느 정도 완성형으로 제품이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 손목에 EMG 센서를 부착하여 근육의 움직임을 그대로 디지털화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데, 페이스북 언어 AI와 결합해서 타자를 치는 모션을 보면 기술이 상당한 수준으로 결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페이스북 워치 사용 모습


 물론 Mistry의 SixthSense가 그랬듯, 페이스북에서 현재 당장 상용화 가능한 제품을 발표한 것은 아니다. 10년 전에도 그랬듯이 단순히 데모 영상 발표에 그치는 것이다. "야 그 AR 어떻게 됐어?" "응?" "너 그 AR 한다는 거 그거 어떻게 됐냐구" "뭔 소리야?" 하는 식의 만담이 이뤄질 수도 있다. 물론 이런 대화는 마우스가 발명된 이후 애플 컴퓨터가 나오기까지 8년 동안 꾸준히 있었을 것이므로, 페이스북의 호언장담을 한 번 믿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AR, 이번에는 다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