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지난 글에서 100m 7초대 주파를 위한 수트를 1,600억 원을 투자해서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소개한 바 있다. 기반 기술로 예시를 든 것은 Conor Walsh, Steve Collins 등 Tendon(인대 등과 같은 끈 구조)으로 움직임을 보조하는 연구였지만, 모터를 사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KAIST의 공경철 교수와 그의 창업팀 엔젤로보틱스 이야기다.
우선 Tendon 구조와 모터 구조의 장단점부터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Tendon 구조는 우선 가볍다. 사람의 팔다리를 생각하면 된다. 근육들이 팽창-수축하면서 관절이 굽혀지듯, 도르래와 실을 활용해서 로봇팔을 제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연한 실을 사용하는만큼, 힘이 약하고 제어가 불규칙하다.
반면 모터 구조는 힘이 상당히 강하다. 오랜 기간 연구되어온 분야(바퀴가 나온 이래로 주욱 연구되지 않았을까?)이기 때문에 제어도 상당히 정확하다. 하지만 또 굉장히 무겁다. 위의 사진은 사지마비 환자들이 웨어러블 수트를 입고 일정 동작을 수행하는, Cybathlon 이라는 경연대회이다. 해당 대회에서 우승한 엔젤로보틱스 Walk-on Suit의 무게는 30kg에 달한다. 쌀 한 가마를 짊어지고 이동하는 것과 같다.
물론 수트 자체가 무게를 견디게끔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착용자가 무게를 감당할 일은 없다. 그러나 그만큼 배터리가 빠르게 소모된다는 뜻이고, 이는 비효율적이라는 뜻과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체마비 환자가 온갖 장애물을 헤쳐나갈만큼 정확한 제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공경철 교수는 웨어러블 수트를 위한 모터를 학창시절부터 주욱 연구해오다가, 결국에는 엔젤로보틱스라는 회사까지 창업했다. 4년만에 15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받았는데, 아직 명확한 시장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성과인 셈이다.
오랜 기간 모터제어에 힘써온 만큼 다양한 연구가 상당히 높은 인용 수를 자랑하고 있는데, Walk-on Suit에서 가장 눈여겨 보면 좋을만한 기술은 "Cycloid Gear"이다. 공경철 교수가 발명한 기어는 아니지만, 웨어러블에 이만큼 잘 사용하는 사람은 공경철 교수만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Cycloid Gear는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기어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일단 가운데 축이 원의 중앙에 위치해있지가 않다. 일부러 스을쩍 빗겨나가게 축을 꽂은 것 같아서 약간 열도 받는다. 작동 영상은 아래와 같다. 덜컹 덜컹 하는게 더 열받는다.
이렇게 요상한 모습으로 기어를 만든 이유는, 역시 제어 때문이다. 기어가 잔뜩 달려있는 자전거를 떠올려보자면, 체인이 기어와 맞물리기 위해서 기어의 톱니와 꼭 맞는 사이즈의 체인이 사용되어야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일정량의 여유분이다. 너무 꼭 맞는 체인은 마찰이 너무 심해서 톱니에 들어맞지 않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여유분을 Backlash라고 하는데, 이런 오차들이 쌓여서 모터 제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Cycloid Gear에는 저런 오차가 없다. 기어끼리 꼭 맞물리게끔 디자인이 된 것인데, 이는 원이 굴러가는 궤적(Cycloid)을 따라 톱니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어의 축이 비대칭형으로 꽂혀있는만큼, 회전이 빨라질수록 진동에 취약하다(피겨스케이팅에서 팔다리를 모았을 때 회전이 빠른 것과 같은 이치이다). 결국 Cycloid Gear빠른 회전이 필요 없으면서 정확성이 필요한 시계 같은 곳에 제한적으로 쓰이는 기술이었는데, 공경철 교수를 통해 웨어러블 기기에 꼭 필요한 요소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웨어러블의 양대산맥(기어 vs Tendon) 중에서 어떤 기술이 우위를 차지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어쩌면 우위를 차지할 일도 없이 시장이 성장하지 않아서 차분히 각자 할 일을 하며 살아갈 수도 있는 노릇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두 기술 모두 각자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강화시키는 단계이므로, 앞으로 발전한 여지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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