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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한눈에 보기/산업 트렌드

록스타 원칙 - 최고 실력자는 평균의 10배 이상은 가뿐히 해준다

 규칙없음 책을 건네 받은 지도 한 달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못 읽었다니 참 누구에게랄 것도 없지만 면목이 없다. 겨울방학 때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려고 6만 원을 내고 졸업생 회원권을 구매하기도 했을 정도였는데, 연구실에 들어오고나니 책은 커녕 운동도 손에 잡히지 않은 것이다. 거 참 난처하게 되었군.


 그래도 최근에 장거리 대중교통을 탈 일이 있어 오랜만에 책을 꺼내들었다. 남들은 모두 휴대폰을 보고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에서 책을 읽는 것은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다. 휴대폰으로도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다. 

록스타 원칙 - 10명 보다 나은 한 명

  이번에 읽은 챕터는 넷플릭스의 연봉 체계에 관한 부분이었다. "규칙없음" 이라는 제목답게, 연봉 체계 같은 것은 없다. 그래서 부하 직원이 상사보다 많은 돈을 받는 것은 흔한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유일하게 적용하는 규칙이 있는데, 최고의 인재에게 업계 최고의 연봉을 준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투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명확한 출처는 아니지만, 과거에 실험이 하나 진행되었다. 여러 명의 프로그래머를 데리고, 같은 업무를 주고서 성과를 체크하기로 했다. 물론 개인별 능력치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된 상태인지라, 가장 우수한 프로그래머가 두세 배 정도 성과가 잘 나오겠지 싶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최하위와 20배 정도 차이가 난 것이다. 


 유난히 책을 읽은 지 며칠이 지난 오늘, 저 문구가 와닿았던 이유가 있다. 프로젝트 1차 발표를 앞두고 시제품을 완성해야 하는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학교에 도착해서는, 연구실로 향하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샐러드를 샀다. 점심 정도는 가뿐하게 제껴주겠다는 각오가 담겨있었다. 

 

 그러고는 랩세미나가 열리건~ 수업이 열리건~ 계속해서 코딩과 디버깅의 싸움이었다. 심지어 수업은, 있는 줄도 몰랐고 다 끝난 뒤에 공지를 보니 휴강이었다. 아침에 봤던 엉망진창의 상태와 대비해서 오후 다섯시에 시제품을 작동시키고 나니 감개무량할 따름이었지만, 요모 조모 따져보니 별달리 한 일이 없었다. 오히려 잘 되어 있던 코드를 괜히 이것 저것 만지다가 고장나게 한 일이 많았던 것이다.

 

 "이 정도라면 20배 낫다는 말이 맞겠구나" 하고 절로 인정하게 되었다. 쉬는 시간 포함 8시간 걸렸으니, 최고의 프로그래머라면 30분 정도면 끝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봐도, 딱 그 정도의 업무일 것도 같다. 상당히 먼 길을 돌아온 것이다.


 최고의 실력자가 아니기에, 현재의 나로서는 20배가 넘는 시간을 투입하는 수 밖에 없다. 조금은 허탈하기도 하고, 억울한 감도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최고의 실력자와 비등한 결과물을 내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사실 아침에는, 시제품을 완성시키지 못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조차 하고 있었다. 록스타고 나발이고, 임무를 완수한 것에 감사해야 하는 지경이다.

 

록스타 원칙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

 

 게다가 록스타는 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팀워크를 훌륭하게 해냈다. 남들보다 20배 뛰어난 사람인데, 어디 팀 플레이가 가당키나 하겠나. 혼자서 다 하고 말지. 난 모르는 걸 물어가며 팀 프로젝트를 완성한 것이다. 팀원에게 물어보는 것만으로 팀워크가 이뤄진 건 아니라고? 맞는 말이다. 마땅히 1인분의 몫을 했어야 하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지금으로서는 이렇다는 소리다. 차츰 차츰 실력이 늘어나면, "옛날에는 8시간씩 걸려 디버깅하고 그랬다-" 하고 껄껄 웃으며 회상할 날이 올 수 있을 테다. 오늘 그렇게 쩔쩔 맸던 것도,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꽤나 즐거운 기억이다. 마무리가 잘 되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