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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회전근이 아프다면? - 스스로 만드는 어깨 재활 기기

"수영을 해봐야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즐겨보던 군인시절의 나는

잦은 외출을 활용해서 수영을 다니기로 했다.

그렇게 수영복 세트를 가방에 넣고 학교 수영장으로 쭐레쭐레 와서는

30분 정도 헥헥거리면서 하고 나니,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었다.

소설에서 그리는 수영의 자유로운 모습과

수영 초보자가 느끼는 물의 공포감은 그 깊이부터가 달랐다.

 

수영 초보자로서 힘들었던 것은 둘째치고, 

다음 날 어깨가 도통 움직이지를 않았다.

잠을 잘못 잤나- 싶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수영 때문인 것 같았다.

자유영에서 스트로크 동작이 어깨에 무리가 간 것이었다.

 

그 때 처음으로 내 어깨의 연약함에 대해 알게 되었고,

이후 크로스핏을 하며 한 번 더 어깨를 한계치로 몰아넣게 되었다.

조금 유연해진다- 싶으면 금세 뻣뻣해져버리는 것이 야속할 정도였다.


그런 시절은 뒤로 한 채, 이번에 연구실에서 처음으로 참여하게 된 프로젝트는

어깨 재활 기기를 만드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CPM(Continuous Passive Motion)이라고 하는

재활 동작을 보조해주는 기기를 만드는 같은 팀 형을 보조하는 역할이니

어깨 보조 기기 제작 보조 역할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CPM 기기 예시

 

어깨는 인체 관절 중에서 가장 복잡한 움직임을 보인다고들 하는데

벽에 볼펜을 수직으로 붙이는 모습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테이프로 칭칭 감듯이 붙이는 것인데, 나름 튼튼히 붙였다고 생각되는데도

당연히 조그마한 외력에 뚝 떨어지고 만다.

 

테이프의 역할을 다양한 어깨 인대들이 수행하고 있는데

역시 당연히, 쉽게 툭툭 끊어지고 망가진다.

그런 인대들을 잘 이어 붙이기도 하고, 새로운 테이프로 교체해주기도 하는데

인대와 뼈가 잘 붙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인대로 직접 뼈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뼈를 움직이면서 인대가 떨어지지는 않는지 확인해줘야 한다.

 

CPM의 역할도 그와 같아서, 어깨에 힘을 쭉 뺀 채로

외부 기기가 어깨를 움직여주는 재활 운동이 되는 것이다.

재활사가 직접 어깨를 움직여주는 방식,

위 사진처럼 기기를 이용하는 방식,

또는 아래 사진처럼 몸을 미끄러뜨리면서 운동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꽤나 간편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재활 운동이 가능한데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운동이 이뤄져야 하는가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

그냥 "아 여기 뻣뻣하다아악!" 하면서 영차영차 반복해주는 것이 전부인 셈이다.

그런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어깨의 위치와 힘 등을 모니터링 해주는

어깨 재활 기기를 연구실에서 만들게 되었다.

 

나야 어깨 보조 제작 보조니까, 직접 만드는 요소가 적기에

오히려 잘되었다 하는 마음으로 폭넓은 자료조사를 해보았는데

웬걸, 알면 알수록 복잡한 세계였다.

 

 

정부에서 제작한 가이드라인까지 있는 데다가, 

각종 안전사고 예시들까지 신나게 읽어내려갔는데

제작보조의 입장으로서,

"제작 담당 연구원님, 제작하실 때 이런 부분이 중요하답니다"

"그래요, 근데 부탁드린 일은 마무리 되었나요?

"아 이런 것들 알아보느라고 아직 못했습니다"

같은 만담이 벌어질 것 같아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겠다.

 

일단 내일은 맡겨진 일들을 위주로 처리한 뒤에 

또 다른 안전사고 사례들을 신나게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