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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한눈에 보기/산업 트렌드

재활용 산업 종사자들의 삶은 어떨까? - 짧은 인터뷰

 가열차게 조사했던 K-재활용은 본래 목표를 끝까지 이루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산업 종사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학원생인데, 학교 프로젝트로 재활용 관련 조사를 하고 있어서요. 혹시 짧게 사소한 질문 좀 드려도 될까요?" 하는 말에 모두들 눈물을 글썽이며 "아이고 대학원생이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하고 응답해주었다. 어제 오늘, 짧은 시간 동안 세 팀의 대상자를 만나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1. 스타벅스 방이역점

재활용 품목 구분없이 배출되는 폐기물

 

 재활용 산업 종사자라고 부르기는 힘들지만, 카페 직원들은 누구보다도 재활용에 힘쓰게 된다. 카페에서의 쓰레기통이 분리배출하게끔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분리수거 안될 거, 고객 편의라도 살리자" 하는 마음으로 통합된 쓰레기통을 운영 중인 것 같다.

 

 "일괄 배출된 폐기물은 이후에 어떻게 처리되나요?" "모두 다시 꺼내서, 저희가 직접 일일이 씻어서 품목별로 분류해요." 사실 그렇게까지 수고스러울 것이라고는 상상치 못했기에 조금은 놀랐다. 쓰레기 수거업체가 폐기물 분리 상태나 세척 상태를 확인하지는 않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업체간 신뢰에서 비롯된 결과이지 결코 분리 및 세척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고 한다.

 

2. 서울대학교 관악학생생활관 시설 직원

관악사 재활용센터 모습

 

 학교 기숙사는 대규모의 생활 쓰레기가 발생하는 곳이다. 각 호실에서 배출하는 폐기물은, 스타벅스와 마찬가지로 각 동마다 배정된 미화담당자들이 다시 꺼내서 분리하게 된다. 어느 정도 분리가 되면 한데 모아 자원재활용센터로 보내지게 되는데, 하루에 한 번씩 오던 예전과는 달리 현재는 일주일에 한 번 수거업체가 방문한다고 한다. 주말에 수거가 되는데, 바로 다음날인 월요일에 수거된 양만 위의 사진과 같다. 저런게 7일간 쌓이면 정말 답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시설 직원 분들은 1) 음식물이 묻은 폐기물의 처리와 2) 생활 쓰레기의 분리배출 미흡, 두 가지를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분리수거를 제대로 할 공간이 없는 좁은 호실에서, 쓰레기통 하나에 온갖 쓰레기를 밀어넣다보니 분리배출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것 같다. 스티로폼 택배에 붙은 스티커, 페트병 라벨 등도 직접 일일이 떼다보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하셨으니, 생각보다 재활용에 세심함이 더 필요하단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3. 서울대학교 정밀설계연구소

버려진 산업 폐기물들

 학내 연구소는 생활 폐기물보다 산업 폐기물들이 더 문제인 곳이다. 대청소라도 하게 되는 날에는 구석에 처박아뒀던 날선 기기들이 들고 일어서는 것이다. 이런 물품들은 따로 전문 수거업체를 연락해서 수거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역시 제대로 분리되어 배출되는 경우가 적고, 각종 음식물이 묻은 일회용품과 섞이면서(음료가 든 플라스틱 컵 등) 수거업체에서도 처리가 난감한 상태로 배출되곤 하는 것이다. 


 간단한 인터뷰(설문조사에 가까운)였지만, 중요한 깨달음을 얻은 것은 단순히 분리수거를 자동화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수퍼빈(재활용 로봇)의 개선 정도면 충분한 상품이 될 줄 알았는데, "세척" 이라는 더 큰 난관이 있었다. 게다가, 오염물질을 씻어 내려야 하는 세척단계는 로봇이 진입하기 상당히 취약한 영역이다. 폐기물 배출자들의 생활습관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당장 해결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재활용 로봇을 개발하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은 버리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재활용을 잘 할 수 있을지 이번 인터뷰를 통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다른 방식으로도 조사를 이어나가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