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88)
대학원생이 교수님 주도 창업 팀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잠깐 좀 올라오렴" "네 알겠습니다" 점심을 먹고 룰루랄라 갈릭크림치즈 베이글까지 챙겨서는 연구실 휴게공간 책상에 앉으려던 찰나, 교수님 부재중 전화가 눈에 들어왔다. "어라?" 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하니, 딱 위 두 마디로 대화가 종결되었다. 그렇게 교수님 방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가면서 별 생각을 다했더랬다. 혹시 블로그 글 보셨나? 문제될 만한 글이 있던가? 문제가 되면 왜 문제가 되는 건가? 머릿속으로 쉐도우 복싱을 하면서 연구실에 도착하니, 교수님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내셨다. "창업을 하려고 한다" 사실, 지난 번 두 차례에 걸쳐서 창업 관련 노크를 해 본 적이 있었다. (관련 글) 단번에 퇴짜를 받는 두 번의 경험은 교수님이 야속하게도 느껴졌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잘못이었다...
"이카루스의 날개가 뭐 어때서?" - 과거의 영광에 대한 집착 연구실의 박사 형이 해준 이야기이다. 산업공학과 수업을 들을 때, "이카루스의 날개"에 대해 배운 적이 있다는 것이다. 본인이 들은 경영학에 가장 가까운 수업이 산업공학과 수업이라는 것에서 시작한 대화였다. 경영학과 산업공학이 비슷하던가? 내가 알기로는 산업공학이 훨씬 학문에 가깝다. 이카루스 이야기는, 어린시절 읽었던 그리스로마신화 만화책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미로에 갇혔던 발명가 다이달로스는,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서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 때 아들에게 "너무 하늘로 높이 날아오르면 태양열 때문에 밀랍이 녹으니 주의해라" 라고 일러둔다. 하지만 성급하기 짝이 없던 이카루스는 하늘을 난다는 감정에 취해 하늘 높이 올라가고, 결국 밀랍이 모두 녹아 추락한다는 것이다. 박사 형이 ..
타인과 함께 일하는 것은 왜 어려울까? - 직장 vs. 대학원 나로서는 단언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면 - "대학원생의 삶이 정말 즐겁다!" "이런 삶이 주어진 것에 정말 감사하다!" 이렇게 텐션 높은 감사함을 항상 느끼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누군가가 "대학원 어때요?" 하고 물어본다면 위와 같이 대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오늘은 옛 직장의 동료들을 만났다. 사실 동료라고 딱딱하게 말할 것까지도 없고, 이제는 친한 형들이다. 이 형들을 만나면 늘 하는 것이 있다. 직장생활의 푸념을 듣는 것이다. "XXX XXXXX XXX (욕)" "하이고 힘들겠다" "XXXX XXXX (더 심한 욕)" "취미생활로 스트레스 좀 풀어야겠어" "하... XX XXXX XXXX" 뭐 이런 식의 대화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래 나도 이런 직장생활을 했더랬지, 하..
징징이로 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느 순간부터인가, 불평 불만을 하는 내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연구 주제"에 대한 것이다. 다른 연구원들과 연구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내가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라든가, "이 분야는 뭐가 없는 것 같다" 같은 부정적인 말을 쏟아내는 것이다. 이렇게 징징대는 이유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타인의 공격에 대비하여 우선 자학부터 하는 것이다. 네이버 붐의 전성기 시절에 (2000년대 후반) 인터넷을 접했던 나에게는 위와 같은 짤방보이가 익숙한데,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악플을 대비해 미리 저런 사진을 첨부해놓는 것이다. 그런 행동들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 나이 되어서도 하고 있다는 것이 참 그렇다. 그래서 인터넷에 (이 정도면 내 삶의 지도가..
"수요가 넘쳐나니, 공급만 잘 하면 되겠군" - 콜롬비아 마약상과 대학원생의 공통점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참 끈질겨서, 모든 추천 리스트에 오리지널을 끼워둔다. 나로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보고 마음에 들었다고 느낀 적이 손에 꼽는다. 이상하게 죄다 조금씩 허술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를(관련 글) 만났었고 무엇이든 팔아넘길 수 있는 사람에 대한 무한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더랬다. 그리고 이번에는 콜롬비아 마약상에 대한 드라마, "나르코스"를 보게 되었다. 사실 나르코스는 "세일즈"에 관한 내용은 아니다. 단지 내가 평소에 정말 접하기 힘든, 마약 암시장에서 벌어지는 혈투를 다룬 것이다.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는 내가 주된 소비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렇게 산업이 발전해왔을까 궁금했다면, "나르코스"에서는 비슷한 궁금증이 생길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다. 다만, 드라..
"기계과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 중학생 대상 멘토링 두 번째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는 직업 특성상 여러 나라를 여행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라오스에 간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다들 이랬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오늘 있었던 두 번째 멘토링은 대학 전공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시간이었다. 왜 이런 전공을 선택했는지, 여기서 어떤 것들을 얻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중학생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저 나이대에는 뭐라도 많이 접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 때는 이런 게 다 뭐야, 대학생 만나는 것도 어려웠단 말이야. 그래서 다른 친구 하나에게 부탁하여 "중학생들에게 기계과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느냐"를 물어보며 붙잡아두고 이야기했다. 나 역시도 복수전공으로 진입해서는 대학원에 들어왔기에, 기계과에 ..
대학원생이 되어 다시 생각해보는 "공부 잘하는 방법" "여러분들은 뭐 별다를 거 없이, 좋은 습관 하나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근데 대학교만 들어오면 그런 좋은 습관들을 싹 갖다 버려요." 대학에 들어와서 어떤 교수님이 한 말이다. 상당히 맞는 말인지라 고개를 주억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열심히 좋은 습관을 버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대학원에 들어오니, 더욱 헷갈리기 시작한다. 어떻게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중학생들을 상대로 멘토링을 하게 된 이후이다(관련 글). 내가 뭘 안다고 "멘토"까지 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나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되고 있는지는 다른 문제이지만... 학생 때는 공부를 참 잘했더랬다. 여기서 "공부를 잘한다" 라는 표현을 상당히 뭉뚱..
비교우위 이론과 대학원생의 역할 일상적으로도 가끔씩 사용하는 단어이다. "비교 우위". 경제학적인 용어로는 한계비용의 우위를 뜻한다. 어떤 일을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다면, 다른 일을 제쳐두고 해당 일에 몰두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필요한 다른 일들은, 자신이 잘 하는 일에서 얻은 수익을 통해 사들이는 편이 낫다. 애덤 스미스는 1776년 국부론에서 "절대우위" 이론을 말했다. 엄밀하게 따지면, 절대 우위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설명한 것은 아니다. 다른 곳에서 더 싸게 물건을 구할 수 있다면, 스스로 만드는 것보다 그걸 사는 편이 낫다고 말했을 뿐이다. 언뜻 보면 똑같은 문장처럼 보이지만, 비교 우위에서는 "남들보다 잘" 혹은 "남들보다 더 싸게" 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것이 다르다. 위와 같은 예시로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
실제 무라니시 도루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 넷플릭스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 시즌 2 넷플릭스에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라는 일본 드라마가 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본 AV 업계를 이끌었던 '무라니시 도루'의 생애에 관한 내용이다. 주인공은 크로우즈 제로에도 나왔던 "야마다 타카유키"가 맡았다. 고등학교를 주름잡았던 인물이 나중에 커서는 천신만고 끝에 AV 업계도 주름잡는 건가... 하는 왠지 모를 향수에 젖게 한다. 드라마에서 야마다 타카유키가 연기한 캐릭터 "무라니시 도루"는 엄청나게 매력적인 사람이다.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의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주인공과 같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고 법을 어기는 범죄자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화술과 행동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다. 요컨대 사기꾼이다. 시즌 1이 ..
중학생을 상대로 대학생/대학원생의 멘토링이 의미가 있을까? 중학생들을 길거리에서 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났다. 이불킥이 절로 나오는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관련 글). 그런데 막상 한 테이블에서 같이 오손도손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때의 나와 화해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역시 말도 안되는 일이다. 여전히 불쑥 불쑥 찾아오는 이불킥의 기억들 때문에 고통받았다. 학내에 붙은 플래카드 등의 홍보를 통해서, 시흥시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학내 대학생/대학원생들의 멘토링을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차례 면접을 진행한 후 어제(7월 3일 토요일)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 오리엔테이션이 채 10분도 지나기 전에 깨달았다. 여기 앉아있으면 안되겠구나.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박수를 누구보다도 빨리, 오래, 크게 치거나 대중을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