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충북 음성군에서 태어났다.
태어나던 당시에도 "군" 단위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게 헷갈릴 정도로 상당히 산골짜기였던 것은 기억난다.
7살 때 타 지역으로 이사온 뒤로,
20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한 번 음성군을 방문했다.
아, 정확히는 "충북혁신도시"를 방문했으므로
음성군과 진천군 사이를 방문했다고 하는 것이 공정할 테다.
뭐가 되었든 간에, 내가 기억하는 음성군의 모습과는
상당히 달라졌음이 틀림없기에 공정 운운할 때가 아닐 수도 있다.
터미널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건물들이
가스안전공사와 한국소비자원이다.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공익을 위해
사적인 생활 기반을 모두 포기하고 멀리까지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새삼 놀라울 정도로 아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동네이다.
남부터미널에서 1시간 10분여 시외버스를 타면 도착하는데
생각보다 멀지 않고 교통편이 잘 되어 있다.
하지만 멀다고 하자면 분명히 먼 곳이기도 하다.
이런 곳을 20년만에 방문한 까닭은 진천에 사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친구 정도는 중간지점에서 봐도 되는거 아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진천과 서울의 중간지점에서 만나는 것은
진천사람에게도 서울사람에게도 딱히 득이 되는 일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상대편의 지역으로 직접 가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 수고를 감수하면서까지 친구를 만난다는 점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내가 꽤나 한가하기 때문이다.
한가한 사람은 간단한 일에도 상당한 시간을 들이게 된다.
진천에서 뭘할까 고민을 하다, 친구에게 트레킹을 제안했다.
걸으면서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새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레킹 제안은 친구가 흔쾌히 받아들였지만
새 구경에 대한 내용은 지독하게 놀림받았다.
이러나 저러나 트레킹하기에 좋은 '미르숲'으로 이동했는데
웬걸, 20분 정도 걸려서 도착한 미르숲은 코로나로 폐쇄된 상태였다.
12월 말부터 닫혀있다고 하는데,
홈페이지에도 확실한 공지가 되어 있지 않아 낭패를 본 셈이다.
그래서 다시 어디로 갈까 고민하면서 이동하는 길에
웬걸, 쇠부엉이를 마주쳤다.
사실 무슨 새인지는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이미지를 검색해보니 쇠부엉이가 틀림없다.
좀 더 가까이서 관찰했더라면,
또는 좀 더 오래 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차 안에 있었던 데다가 금세 날아가버리는 바람에 그러질 못했다.
다음에는 꼭 사진까지 찍어보는 날이 오길 바랄 뿐이다.
일종의 여행이었기에, 오며 가며 많은 생각을 했지만
글로 풀어낼 만큼 공식적인 생각은 될 수 없다.
생각의 씨앗만 남겨서 어디까지 자라나는지 확인해보는게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의 씨앗은 결국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하는 공통된 화분에 담겨져 있다.
자라나는 싹들이 나를 더 열심히 살게 해주는 방향으로
이끌어줬으면 좋겠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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