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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동대문 와펜 매장 방문기 - 폴스미스, 폴로 제품과의 비교

시작은 폴로 랄프로렌이었다.

가슴팍에 손톱만한 패치를 하나 달고 있을 뿐인데

가격은 일반 셔츠의 4~5배 쯤 되니 참 신기할 따름이었다.

 

더 신기한 것은 답도 없이 이뻐 보인다는 거였는데,

이런 나를 보며 "정말 미친놈인가" 하던 친구도

지금은 폴로 수집가 행세를 하고 있으니 말 다했다.

 

7달러 셔츠 입는 랄프로렌 옹

한창 랄프 로렌에 대한 조사를 해보다가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정작 본인이 입고 있는 옷은 K마트에서 7달러 주고 산 셔츠라고 했다.

아니, 고객들한테는 100달러짜리 팔아먹으면서

본인은 7달러짜리 옷을 입으면 

도대체 사 입으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헷갈리는 것이다.

 

사실 인터뷰 하던 기자도 못알아보고, 

"랄프로렌 옷 아니었어요?" 하고 반문했으니

폴로 옷을 폴로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역시 

가슴팍의 패치밖에 없다는 생각에

동대문 종합시장을 방문했다.

 

동대문 시장 앞 (베트남 아님)

이전에도 몇 번 가본적이 있었지만, 

시간이 마땅치가 않아 와펜(옷에 부착하는 패치)을 파는 상점을 방문하진 못했다.

종합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끔 상당한 규모로 옷 부자재를 판매하고 있어서

"이거 와펜 상점만 한 층 규모로 있는 거 아냐?" 했지만

정작 와펜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상점은 두 곳 뿐이었다.

 

위 이미지들이 거의 두 상점에서 찍힌 것들일 테다

"서광랜드"와 "환희토탈"이라는 곳인데

동대문종합시장 B동 1층에 위치한다.

네이버 지도에 찾아봐도 등록이 안되어 있길래 왜그런가 했더니

어차피 정확한 좌표가 찍히더라도 그곳만 방문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원체 사람이 많고 길이 좁아서 모든 상점을 돌 수 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해당 두 상점은 보일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폴스미스 지브라

여기서 내 기대치를 먼저 설명할 필요가 있다.

폴스미스 제품군 중에는 위와 같은

무지개 색 지브라를 패치로 장착한 라인이 있는데

"저 정도 지브라 패치라면 내가 따로 구해다가 달 수 있겠군"

하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인터넷 매장의 와펜 모음

하지만 내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두 가지 측면에서 실망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첫 번째는 형태이다. 

 

폴로 랄프로렌의 "폴로를 하는 사람" 형태나

폴 스미스의 "지브라" 형태에는

지금은 그 자체만으로도 '브랜드'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상점에 놓인 와펜들은 아무런 메시지가 담겨있지 않기에

나로서는 그저 난잡해 보이기만 할 뿐이었다.

위의 인터넷 매장 사진을 봤을 때 처음 드는 생각이 '너저분하다'인 것과 같다.

 

두 번째가 더 중요한데, 제품의 퀄리티이다.

'뭐 패치 만들어봐야 얼마나 차이가 나겠어' 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퀄리티 차이가 굉장히 많이 난다.

 

폴 스미스의 지브라 패치는 2x2 [cm] 정도의 크기에 

무지개색 실이 몽땅 들어간 데다가, 

감침질(패치를 둘러싸는 부분)을 활용해서 일종의 입체감도 준다.

폴로의 경우 한층 업그레이드 되어서

아예 패치 자체에 두께감을 통해서 입체적인 느낌을 살렸다.

말의 몸통에도 다양한 색상의 실을 써서 음영을 표시했고

심지어 말의 다리가 겹쳐지는 부분은 다른 색깔로 선을 줌으로써

구분까지 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동대문에서 판매하는 와펜은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있다.

요즘에는 재봉틀이 원체 잘 나오는 덕에 

이미지 파일만 입력하면 재봉틀이 자수를 뽑아주는 기능이 있지만

애초에 그 이미지 입력부터 퀄리티 차이가 나는 것이다. 

 

 

게다가 크기 차이도 상당해서, 좀 정교하다 싶은 제품은

손바닥 크기 이상이 된다.

조금 포인트만 주려고 했는데

"저 사람 가슴에 유니콘 달고 다니네..." 하는 느낌을 주고 싶진 않다.


결과적으로 동대문을 방문해서 느낀 것은

"아, 패치가 없는 무지티도 이쁘겠다!" 하는 것이었다.

 

"그 정도 깨달음은 인터넷만 보고도 충분히 얻을 수 있잖아"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나의 경우는 실제로 경험하기 전에는

많은 것을 깨닫지 못하는 편이라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