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MIT 유학을 가는 친구를 만나러 마산으로 놀러갔다 왔다.
"마산에 뭐가 있는데요?" 하고 물어본다면
"주남 저수지가 있습니다" 하고 대답할 것이고,
"그거밖에 없어요?" 하고 다시 물어온다면
"마, 니 좀 치나?" 하고 달려들 테다(이번에 새로 배워온 사투리다).
"삼계탕이랑 초밥이 맛있는데 뭐먹을래?"
"마산 정식 같은 건 없나? 삼계탕이랑 초밥은 다 똑같은데"
"마, 니 좀 치나?"
그렇게 점심 메뉴는 초밥으로 결정이 되었다.
저녁은 국물이 좀 필요하겠다 싶어서 국밥을 먹었다.
마산은 결국 음식을 기대하고 가는 곳은 아닌 것이다.
대신에 철새들이 모이는 '주남 저수지'를 볼 수 있고
사소한 것에도 득달같이 달려들 줄 아는 정신을 배울 수 있다.
1. 주남 저수지
새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온갖 철새가 모여든다는 주남저수지만큼 좋은 관광지도 없었다.
과연 저수지에 도착하자마자 고니(백조)와 쇠기러기 떼가 엄청났다.
꽥꽥 우는 소리에, 백조 울음소리가 이렇게 경박하구나 처음 깨달았다.
"아, 여기 잘못 들어왔다."
알고 보니 저수지의 전망대 등이 있는 정문이 아니라
후문 같은 곳에 도착한 것이었다.
새들이 정문 쪽에 모여있다고 하고,
새를 잘 볼 수 있는 망원경 같은 것도 설치되어 있다하여
다시 정문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웬걸, 정문은 조류 인플루엔자 탓에
전망대고 데크고 망원경이고 몽땅 진입 차단되어 있었다.
"아니, 후문은 멀쩡하게 놔두고 정문만 이렇게 통제하면 뭐하나"
허탈해진 마음을 달래며 다시 후문으로 돌아가 새들을 구경했다
아쉽게도 새 이름을 잘 몰랐고, 맨눈과 휴대폰 촬영으로는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전망대 데크에는 새 정보가 많이 적혀있는 것 같았는데, 공부 좀 하고 올걸 그랬다.
알고보니 9월부터 AI 방지를 위해 진입을 차단해놨다고 해서
사전조사가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된다.
그래도 새덕후 채널에서만 봤던 저어새와 고니를
맨눈으로 볼 수 있었음에 행복했다.
2. Brown Hands
바다가 보이는 카페로 가자 결정한 뒤에
"여기 보면 서울 못 올라간다" 호언 장담하는 친구를 따라
Brown Hands라는 카페로 갔다.
옛날 버스 정비소가 있던 건물을 통째로 카페로 개조해서는
각종 정비 설비들을 보전해 놓아서 인테리어로 활용했는데
인테리어 센스가 아주 기가 막혔다.
코로나 없었을 적에는 주차장이 꽉 찼다고 했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완전 한산했다.
전망이 기가 막힌 곳에서 커피를 마시려니 커피값도 기가 막혔지만(5000~8000 원)
분명히 제값을 하는 카페였다.
3. 마! 니 좀 치나?
부산에서 시민과 3초 이상 눈이 마주치면
"마 자신 있나" 하면서 달려든다고 했는데
경험해본 바 1초면 충분했다.
마산에서는 변형이 존재해서 "마, 니 좀 치나"를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초등학생 때는 그냥 지나가는데 "뭘 야리노" 하고 때리고 간 중학생도 있었다고 하니
정말 사람 사는 동네가 맞나 싶었다.
하지만 내가 중국이나 베트남 여행을 가서 찾아헤맸던
'새로운 경험'을 여실히 담고 있는 동네였다.
"나중에 마산으로 유학와서 정신 개조 좀 하고 가야겠다" 라는 내 말에
친구가 친절히 커리큘럼을 알려줬다.
용마고등학교(강호동, 이만기 등을 배출한 학교) 교복을 딱 입고
골목에서 담배를 좀 피우고 있으면 슬금 슬금 NPC들이 모여온다.
"첨 보는 놈인데"
"오늘 전학 왔다. 마, 니 좀 치나?"
그렇게 일주일이면 세상 모든 일에 득달같이 달려들 수 있는 정신력을 배울 수 있다.
그 뒤에 두들겨 맞든, 치고 나가든 하는 것은 개인의 역량 차이겠지만
새로운 상대를 도발할 수 있는 자세는 배울만 하다고 생각된다.
집 근처 산스장에는 입구에 태극기를 걸어두고
입장할 때마다 경례하면서 들어가야 하는 곳도 있다고 하니
손윗사람에게는 확실한 복종을 하되
손윗사람 이외는 모두 손아랫사람으로 보는 시민의식이 있다고 생각된다.
낮 12시에 도착해서 저녁 8시까지 놀다간 짧은 코스였지만
원효대사가 해골물을 마시고 깨우침을 얻은 것만큼 강렬한 배움을 얻고 간다.
스스로 좀 나약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용마고 교복 트레이닝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번쯤 방문해봄직한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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