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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2023 서울대학교 후기 학위수여식 "다양성" "공생" "협력"

2023년도 서울대학교 후기 (8월 졸업) 학위수여식의 주제는 "다양성", "공생" 그리고 "협력"이었다. 졸업생 대표는 외국인 학부생이 맡아서 했고 본인이 소수의 편에 속하면서도 왜 다수를 대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고, 축사는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가 맡았다. 최재천 교수의 축사는 100세 시대에서 (100세 시대라는 말을 들을 때는 몰랐는데, 타자로 치고 나니 굉장히 고리타분하게 느껴진다!) 서울대 졸업이 주는 의미는 여기까지이며, 타인과 공생을 통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비대면으로 참여한 학위수여식

 

 나쁜 말은 아니었다. 카페에서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축사를 들을 때는, 그래 좀 느리더라도 바르게 살자-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모든 행사가 끝난 이후에는 뭔가 허전한 마음이 컸다. 왜 허전했을까? 초등학교 "바른 생활"에 담겨있을 법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사례를 통해 동기부여를 해주든,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주장에 근거를 싣든 해야 기억에 남을 텐데, 정론만 제기하다가 끝이 난 느낌이다. 최재천 교수 본인의 소개는, "학부 시절 수업도 제대로 듣지 않다가 도피처로 유학을 선택하여 어찌 저찌 살다가... 가슴 속의 작은 양심이라는 불꽃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하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소개됐다.

 그 옛날에 도피처로 어떻게 유학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안이 잘 살았겠지?) 과연 정말로 양심을 따라 행동했기 때문에 교수 본인이 현재의 입지를 가지게 된 것인지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집안이 잘 살아서 탱자탱자 놀다가도 유학이라는 길을 선택할 수 있었고, 연구를 하며 정신을 차려서는 생물 공부를 열심히 했기에 현재 입지를 갖게 됐다면, 단순히 정론을 제시하는 축사로 끝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신을 차렸던 계기에 이야기해줬더라면 더 좋았을 테다.

 

 

최재천의 아마존

자연과 인간 생태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www.youtube.com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2019년 전기 (2월 졸업) 학위수여식에서 방시혁 빅히트 대표의 축사는 그런 점에서 울림이 있다. 현재 자신이 속한 음악 업계의 현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느끼는 분노, 그 분노를 원동력으로 달려온 현재를 짧은 멘트 속에 잘 녹였다. 단시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 학위수여식의 전반적인 컨셉은 아쉬웠다고 생각된다.

 

 

[전문] 방시혁, 서울대 졸업식 축사 “여러분도 분노하고, 맞서 싸우길” 당부

서경스타 > 가요 뉴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서울대 졸업식에서 축사를 통해 “‘분노의 화신’ 방시혁처럼, 여러분도 분노하고, 맞서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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