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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기계과 대학원 워크샵에서 진행했던 싯다운 코미디

대학원 워크샵을 다녀왔다. 우리 연구실끼리 간 것은 아니고, 총 인원이 80명 쯤 되었을까 여튼 꽤 큰 행사였다.

 

강릉으로 1박 2일이었는데, 일정이 상당히 빡빡했다. 그 와중에 먼 훗날에도 깔깔 웃으며 자랑할 만한 애드립이 두 가지 있어 기록을 해두고자 한다. 적고 나면 사소한 일이겠지만 (사실 적기 전에도 사소한 일이다) 가끔씩 이렇게 자신감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


1. 미리 준비해둔 애드립이 잘 먹힌 사례

 워크샵을 가기 전에 이런 생각을 했더랬다. "분명히 나이 많은 연구원분들도 많이 오실 건데,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오갈까? 옛날 이야기를 하고 계시면 농담을 하나 던져야겠다." 

 

 아니나 다를까, 워크샵에서 짜인 팀이 있었고 팀별 멘토가 한 명씩 배정되었다. 우리 연구실을 졸업한 젊은 교수님이었는데, 2005년 당시의 연구 상황을 이야기 하고 계셨다. "이야 진짜 오래 전이네요. 여러분들이 그때 몇 살이었죠?" 라기에 망설이지 않고 "2005년이면 세 살쯤 되었겠네요" 라고 들어갔다. 깔깔깔

 

 당연히 농담은 잘 먹혔고, 모두들 환하게 웃었더랬다. 이 농담은 물론 내 외관이 전혀 스무 살로 보이지 않기에 먹히는 농담이고, 다들 2002년생보다는 나이가 많기에 적절했던 농담이다. 한 가지 가슴에 사무치도록 아쉬운 것은 팀에 남자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다른 팀은 적어도 한 명, 많게는 세 명까지도 본 것 같은데, 7명이 모이는 팀에서 이렇게 성비 불균형이 이뤄질 줄은 몰랐다. 워크샵을 가기 전에 미리 계획할 때에도 역시 높은 주파수의 웃음소리를 기대했건만, 현실은 다들 책상을 치며 호방하게 웃는 것이었다. 회심의 멘트였고 잘 작용했음에도, 거 참 아쉽다.

 

2. 각 잡고 뱉은 애드립이 잘 먹힌 사례

 발표 시간이 있었다. 미래의 기술 발전이 어떻게 될 것인지 각 팀에서 가볍게 생각한 내용을 이야기 하는 자리였다. 우리 팀이 중간 순서로 발표를 하고 나서는 살짝 심심해졌다. 워크샵에서 발표를 한 번도 못해봤기에, 한 번쯤은 주목 받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각 팀의 발표가 끝난 뒤에는 한 두 명씩 질문을 받곤 했기에, 그 시간을 노려야겠다 마음 먹었다.

 

 마음 먹은 순간, "혼술을 도와주는 로봇"에 대해 발표한 팀이 있었다. 질문을 모집하는데 마침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난 처음부터 손을 들고 있었지만, 강당이 넓다보니 사회자가 나를 보지 못했더랬다. 그럼에도 나는 처음부터 당당하게 손을 한 10초간 (손을 들고 있기에는 뻘쭘한 시간일 수 있다) 들고 있었다. 마이크를 건네 받고는 바로 "아, 아, 발표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혼술을 하는데 로봇이 술을 따라주고 있으면 더 외로울 것 같은데" (장내에 퍼지는 웃음 소리) "혹시 더 기분이 좋아지게 할 만한 요소가 있을까요?" 를 들어갔다. 깔깔깔

 

 물론 답변이 궁금해서 한 질문은 아니었고 한 번쯤 모두를 웃겨봐야겠다 싶어서 한 것이다. 바람빠지듯 퍼지는 웃음 소리가 강당 저 멀리부터 불어왔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내 팀원은 크게 웃었더랬다. 사회자는 다시 마이크를 가져가며 "아우 질문이 세다" 라고 말하셨고, 워크샵이 끝난 후에 친구는 발표에서 웃었던 기억으로 꼽아주었다. 


 적고 보니 사소하기 그지 없는 순간들이다. 기계과 대학원생이 왜 싯다운 코미디를 자랑스럽게 여기는지에 대해서도 고찰이 필요하지만, 웃음을 만들어내며 뿌듯해 한다는 것은 자랑스럽게 여길만 하다. 깔깔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