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졸업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석박 통합으로 들어왔을 때, 석사 졸업으로 전환은 못하게 되어 있단다. 그냥 쭉 박사를 하든, 자퇴를 하든 둘 중 하나야"
내 친구가 본인 연구실에서 겪었던 일이다. 비단 내 친구만이 아니라, 꽤나 많은 대학원생들이 위와 같은 대화를 교수님과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는 살짝 다른 것이, 교수가 먼저 내게 "석사 졸업으로 전환하지 않겠니" 하고 제안해왔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시간이 꽤나 흘렀고 (약 7개월) 내일은 내가 "석사 졸업으로 전환하려고 합니다"를 말하려고 한다.
내가 가진 계획과, 교수님이 가진 계획이 있을 것이다. 교수님의 7개월 전 계획은, "얘를 석사 전환시킨 뒤에 내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해야겠다" 라는 것이었다. 내 지금의 계획은 "스타트업을 할 거라면, 올해 상반기 안에 판가름이 나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제 갈 길을 가겠습니다" 라는 것이다. 비슷한 것 같지만, 둘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 "얘는 어디까지나 내 밑에서 일하겠군" 하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다. 나는 내일 "아닌데?" 라며 그 전제를 남김없이 부숴버려야 한다.
물론 남은 대학원에서의 날들을 생각하면, "아닌데?" 같은 말투는 온당치 못하다. 철저하게 교수님의 계획을 수용하는 척하며,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것이다. 현실왜곡장을 펼치는 교수님의 성격상, 내일 미팅에서도 내가 계획을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교수님이 말하는 비중이 높을 것이다. 그 이야기 안에는 물론, 스타트업 향후 장밋빛 미래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고. 나는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하면서, "근데 제가 이제 석사로 졸업하게 되었을 내년 2월에 마냥 불안정한 상황일 수는 없습니다. 만에 하나 스타트업 계획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에는 제 진로를 따로 설정해야 할 텐데, 그건 올해 9월이 될 거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올해 8월까지는 투자 논의 단계까지는 밟고 있어야 제가 마음놓고 스타트업에 매진할 수 있습니다" 라는 말을 띄워야 한다.
큰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는, 작은 것들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어깨 CPM 진행이 어떻게 되었는지, 다음 기계학회 포스터발표는 어떤 주제로 할 것인지를 먼저 이야기한 뒤에 석사 진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겠지. 내일 아침에는 그 두 가지에 대한 짧은 정리를 해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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