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탄에서 이어집니다
오늘로써 두 번째 TA 세션을 진행했다. 두 번째라 함은, 4회의 TA 세션을 진행했다는 뜻으로,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아직 택도 없는 소리다. TA 세션을 시작하기 전에는 손발이 차가워지며 숨이 가빠오곤 한다. 긴장한 탓이다.
학생들에게 "필수"로 참여할 것을 강조해놓고서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로 시간을 때울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좋은 TA가 되는 법" 같은 고민을 했더랬다. 하지만, 비대면으로 진행하는데다가 과제를 몇 문제 풀어주는 수업이 양질의 내용을 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학생들은 줌 화면을 켜놓고 딴짓을 하다가, 내가 지목해서 "~~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고 물어본다한들 숨쉴 시간도 없이 "잘 모르겠습니다" 하는 대답을 하곤 한다.
이럴 거면 뭐하러 그렇게 긴장을 하나- 싶지만서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나조차도 오늘 있었던 대학원 수업의 TA세션에서 귀를 기울인 구간은 단 1초도 없었다. 틀어놓고 딴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던 이유는 물론, 수업 내용이 이미 아는 것들인데다가 진행 속도가 너무 느렸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좋은 TA 세션에 대한 감이 잡히는 것은, 일단 과제를 일일이 풀어주는 방식의 수업은 할 필요가 없다는 것, 그리고 속도감 있는 진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TA 세션이라면 적어도 나한테는 좋은 시간일 것이다. 다만 과제를 일일이 풀어주지 않는다면, 그 이상의 것들을 TA세션마다 담아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모든 과제에 생각할 거리가 포함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갑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참 애달프다. 하지만 1차 중간고사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것을 생각하면, 학생들 역시 TA 세션을 허투루 보내지 못할 것도 같다. 지금 이런 고민이 어쨌든 더 나은 TA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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