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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관정도서관 서재

니체를 읽기 전 준비운동을 해보자 - 니체 '이 사람을 보라'

 "심연을 들여다볼 때는 주의해야 해. 심연도 너를 들여다보고 있을테니까"

 

 내게는 배경지식의 범위가 굉장히 넓은 친구가 있다. 이야기를 할 때 친구가 던지는, 주제에 쏙쏙 들어맞는 역사적 사례들과 철학 사상들이 "참 세상은 넓구만" 하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그 친구가 해준 니체의 말이었다. 심연을 들여다볼 때는 주의해라.


이 사람은 니체 자신을 의미한다

 

 맥락은 이러했다. 내가 이제껏 해보지 않은 영역에서 "탐색"을 해보려고 한다는 말을 전했던 것이다. 그 영역이 나를 집어삼키는 것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테니 주의하라는 의미였다. 집어삼켜지게 되면 자신을 찾아오지 말라고도 했다. 아니, 탐색하러 간다는데 구명줄 같은 역할 해줄 수도 있는거 아냐?

 

 시적 요소가 잔뜩 포함된 저 말의 진짜 의미는, 우리가 선과 악, 옳고 그름으로 표현하는 모든 것들은 사실 잘 포장된 무의식의 집합에 불과하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정말로 선과 악이 있는지, 옳고 그름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진지하게 성찰하려고 하다가도 "성찰"로 포장된 무의식이 찾아올 수 있다. 

 

 "그럼 어쩌라는 거야" 그래서 니체를 읽어보려고 한다. 그런데 도통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쓰인 글이 아니어서, 친구에게 위 책을 추천받았다. 해당 문구가 나왔던 '선악의 저편' 혹은 더 유명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을 쓴 이후에, "책이 너무 어려웠지? 사실은 이런 뜻이었어" 하는 식으로 머쓱하게 쓴 책이다. 근데 그마저도 어렵게 쓰였다. 무슨 뜻인지 이해하려면 같은 줄을 여간 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니체가 55년간 고통 속에서 써 내려간 그의 생각들을 이렇게 편하게 이해하려고 하니,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도전해볼 가치는 있다. 어디까지 내 사고가 발전할 수 있을지도 추적해봄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