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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연구실 4주차의 숨고르기

 2021년 설 연휴가 끝난 뒤부터 연구실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므로, 나는 만 3주차이자 현 4주차 대학원생이다. 우습게도 숨고르기를 하려고 한다. 4년차도 숨고르기는 잘 하지 않는 것 같던데...

 

 복귀 직후에 맡게 된 업무는 어깨재활기구 제작의 보조였다. 정확히는 컨트롤러 부분을 맡아서 열심히 삽질도 하고, 게임보이를 딴 디자인도 해봤더랬다. 주말에도 집에 내려가서 비상정지버튼을 구현해왔으니 꽤나 열성적이었고, 또 굉장히 즐거웠다.

 

 

 그런데 웬걸, 어제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다! 사실 말하자면, "아 쥰내 하기 싫다!" 하고 입 밖으로 소리치고 싶지만, 정말로 하기 싫어질까봐 차마 그렇겐 하지 않았다. 블로그가 대나무 숲이 되어 내뱉지 못한 말을 열심히 타자로 치고 있는 것이다. "아 쥰내 하기 싫다!!"

 

 불과 하루만에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된 이유는, 우선 샌드위치가 질려가기 시작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질릴 때까지 먹어보자!" 하는 마음이었으니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게다가 모닝빵도 다섯 개 남은 참이니, 하루 식사량이면 끝이 난다.

 

 연구실에서 돌아오는 길에 맥주를 사마셔야 하나, 초코우유를 사 마셔야 하나 오래도 고민했다. 모닝빵을 먹기 시작하면서 하루에 돈을 안쓰는 날이 생기기 시작했는데(오늘도 그랬다) 편의점 음식 1000원~1500원으로 하루 지출을 기록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편의점에 들러서 맥주와 초코우유 중 고민하다가 레모네이드를 냉큼 집어들고는 꼴깍꼴깍 빨리도 마셨다. 샌드위치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조금이나마 채워진 것 같아 흡족하다.

 

 두 번째 이유는, 컨트롤러 제작이 정말 해도 해도 끝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은 외관 디자인이었고, 다음으로 부품 선정, 조립 이후에는 주욱 알고리즘을 수정 중이다. 그런데 아직 하드웨어도 확정된 것이 아니기에, 조만간 다시 한 번 외관 디자인을 손봐야하고, 부품 조립에 들어가야 한다. 알고리즘은 OLED 구현과 비상정지버튼 추가가 완료되었고, 오늘은 두 번째 아두이노로부터 센서값을 받아오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내일은 총체적으로 알고리즘 통합을 시도해야 한다.

 

 이렇게 그동안 한 일을 주욱 나열하다보니,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두고, 일의 진행상황을 확인하면서 언제쯤 마무리될 수 있을지 명확하게 알아두는 것이 심신에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동안은 자리에 앉자마자 아두이노 테스트 하기에 바빴지만, 내일은 아침에 목록을 좀 완성시켜야 할 필요를 느낀다.

 

 다음 주 수요일 정도가 컨트롤러 제작의 데드라인이 될 터이다. 컨트롤러 제작이 끝나면 또 무슨 업무를 맡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동안 논문을 볼 생각도 못하고 지냈던 것이다. 그래도 내일~모레 중으로 컨트롤러 통합이 완성된다면 시간이 좀 날 것 같다.

 

 나름 열심히 조사를 하고 글로 풀어가고 있는 K-재활용 시리즈는 조회수가 0이다. 제목 역시 "2019년 이후 잊혀진" 이니까 별로 할 말은 없다. 잊혀진 주제로 글을 써내려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주 월요일까지 학내 창업동아리 신청을 해볼 참이고, 이를 위해서 교수님 면담을 해야 한다. 즉, 금요일까지는 자료조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쓰다 보니, 또 즐겁군. 중간 중간 지쳐갈 때마다 숨고르기를 하며, 수확체감의 법칙을 야금야금 연장시켜나가는 것도 대학원생으로서 지혜라고 할 수 있겠다. 4주차 치고는 많은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