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대학원생의 도시락 (1) - 모닝빵 샌드위치

식사시간 루틴

 

 

 내가 상주하는 연구실은 서울대학교 312동이다. 학부생 시절에는 전혀 가볼 일이 없는 건물인데, 이름 자체도 정밀연구소에 딸려 있는 "실험동"이기 때문이다.

 실험동답게, 인테리어 따위는 일절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아득바득 건담도 가져다 놓고, 앞으로는 또 뭘 놔볼까 고민도 해보지만, 뭐 거기서 거기다. 근본적인 차가움이 건물 자체에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문제인 것은 식당까지의 거리이다. 위 지도와 같이, 밥을 먹으러 가기 위해서는 302동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학교가 오르막길이다보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것도 경사는 또 얼마나 가파른지, 런지 보폭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도시락을 준비하기로 했다. 어제 삼일절을 맞아 친구와 코스트코에서 잔뜩 구매를 해서는 기숙사 냉장고에 넣어뒀다. 가격표(근사값)는 대략 아래와 같다.

 

1. 모닝빵: 3,500 원, 무려 36개나 들어있다. 친구에게 네 개 정도 나눠줬다.

2. 에그샐러드: 10,000 원, 짜 먹을 수 있어서 간편하기 그지없다.

3. 샌드위치용 햄: 3,000 원, 10개들이 6팩인데 믿을 수가 없는 가격이다. 알고보니 유통기한이 3월 4일까지라서 원가로 판매하는 듯 했다. 하지만 햄의 소비기한은 유통기한에서 일주일은 더해줘야 하므로 냉큼 구입했다.

4. 딸기 잼: 7,000 원, 코스트코답게 대용량밖에 팔지 않는데 그 와중에 제일 작은 걸로 골랐다. 그래도 750g

5. 닭가슴살: 11,000 원, 이미 구워져서 개별포장되어 있다. 상당히 간편하다.

 

냉장고에 잠들어있는 식량들

 기타 등등해서 대략 34,000 원 정도 썼을까? 학식은 한끼에 5,000 원 선이니 학식을 먹을 경우 하루에 12,000원 정도는 쓰게 된다. 그럼 사흘 정도의 가격으로 며칠 분 식사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모닝빵 32개면 먹는데 얼마나 걸리려나?

 

하루 식사

 모닝빵을 대략 하루에 다섯 개 정도를 먹는다 치면, 6일 정도의 도시락을 사온 셈이다. 5개를 만드는 데는 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아침에 씻고 나와, 책상에서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빵을 가르고 잼을 바르고 있자면 참 흐뭇하다. 빵 냄새가 너무 좋은 것이다.

 

 친구는 "매일 먹으면 질리지 않겠어?" 하고 물어왔지만 노노, 질릴 때까지 먹으면 그만이다. 일단 내일 먹을 샌드위치가 기대되는 것을 보면 충분히 안질리고 꾸준히 먹을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나저나 지금 너무 배가 고프군. 이건 극복해내야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