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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하려던 일이 어그러졌을 때 빠르게 방향을 트는 방법

 

지난 한 주간 가열차게 조사했던 K-재활용

 

 3월 7일부터 열심히 조사해온 K-재활용 시리즈의 본래 목표가 어그러지고 말았다. 본래 목표라 함은, 학내 "대학원생 창업동아리" 지원이었다. 학부생 시절 한 번 선정된 바 있는 프로그램이기에, 일단 서류를 내기만 하면 붙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서류를 내기도 전에 어그러지고 만 것이다.


 

 달팽이 눈 움츠러들듯 이렇게 빠르게 행동을 멈춘 이유는, 애초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게 될까?" 하는 의문은 항상 존재하는 것 같다. 창업동아리 제도는 그런 과정에 보다 자심감을 불어넣어주고자 서울대 산학협력단에서 추진하는 제도라고 이해하고 있다. 굳이 창업 "동아리" 라고 이름 붙인 것을 보고 내 멋대로 판단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어쨌든 교수님의 "이건 아닌 것 같다" 한 마디에 "그럼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가 되어 버린 셈이다. 교수님의 생각은 내가 연구하는 주제로 창업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인데, 나는 하루라도 빨리 창업 생태계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제 유의미한 연구 결과가 나올 줄 알고 창업을 준비하겠는가. 

 

 

 

 

 단순히 빠르다고 능사가 아니란 것을 알기에, 이번에는 잘 멈췄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교수님과 내 생각에 존재하는 간극을 알리는 데는 성공한 셈이다. 이로써 "빨리 창업하고 싶어요" 라고 외치는 내 생각이 어느 정도는 전달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로서도 "좀 더 역량을 갖추어라" 하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에서 수행생활을 하던 싯다르타가 장사꾼에게 사업을 배우려고 찾아가는 장면이 있다. 장사꾼은 "당신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오" 하고 묻지만 싯다르타는 "생각을 할 수 있고, 기다릴 수 있고, 단식을 할 줄 압니다" 라고 대답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장사꾼은 대번에 코웃음 치고 만다. "그게 다입니까? 단식하는 것은 대체 어디다가 쓸 수 있는 겁니까?"

 

 하지만 싯다르타의 대답이 걸작이다. "아무 것도 먹을 게 없다면, 단식이 가장 현명한 해결 방법입니다. 만일 제가 단식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면, 저는 주린 배를 채우고자 아무 일이나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차분히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원하는 목표를 향해 설 수 있습니다."

 

 요컨대, 생각을 하는 것이 첫 번째이다. 올바르게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둘째로 기회를 기다리면서, 셋째로, 그 과정에서 눈앞의 유혹에도 굴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생각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 첫째이니, 이왕 어그러진 김에 내 자료조사부터 제대로 되었는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사업이 막혔을 때, 빠르게 방향전환을 하는 것을 Pivotting이라고 부른다. 원래 단어가 있겠지만, 내가 익힌 의미는 농구에서 한 발을 축으로 몸을 회전시켜 이동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한 발을 축으로" 두라는 것이다. 축 발이 떼어져서 다시 땅에 닿으면 규칙 위반이 되고 만다. 

 

 진행방향에 수비수가 있을 때, 규칙 위반으로 끝나고 말지 아니면 피벗을 통해 골대로 나아갈지 결정하는 것은 선수 본인의 역량에 달려있다. 피벗은 그렇게 어려운 동작도 아니고, 한 번 익혀두기만 하면 두고두고 실전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인 만큼, 이따금씩 찾아오는 피벗 상황을 눈여겨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