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트렌드 한눈에 보기/학계 트렌드

기계공학의 최전선 (1) - 종이접기를 활용한 충격파 흡수

 지난 글들에서도 누차 이야기해왔지만, 기계공학이라는 학문은 현재 산업에 바로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있다. 지금 산업에 필요한 내용은 1900년대 중반까지 연구된 내용이 주를 이루며(기계 설비 효율화 등), 기계공학의 최전선은 오히려 "이걸 어디다 써?" 하는 질문이 자연스레 나올 정도로 신박한 것 투성이다.

 

Science Robotics 2월호 표지 논문 "이걸 어디다 써"

 물론 해당 신기술들의 마무리는 "향후에 ~~ 같은 분야에 쓰일 것을 기대해본다" 라는 것으로 끝나지만, 해당 분야가 실제로 산업에 쓰이기까지는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2010년 이후로 기계공학 논문 중 각광받고 있는 분야는 다름아닌 "종이접기 구조"이다. 종이접기는 영어로 일본어를 그대로 사용해서 "Origami (오리가미)"라고 부를 정도로 동양권의 문화인데, 어쩌다가 기계공학 계열의 최전선에 서게 되었을까?


 오리가미의 가장 큰 매력은 쉽게 형태를 변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색종이 같은 걸로도 충분히 부피가 큰 결과물을 만들어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기계에 쓰이는 종이접기도 이와 동일해서, 필요에 따라 부피와 형태를 변화시키면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종이접기 구조를 활용한 로봇 팔

 뿐만 아니라, 종이접기를 통해 변한 형태는 전체 구조의 기계적 특성마저도 변화시킨다. 위 영상은 종이접기를 통해 드론 팔을 만들어낸 논문을 설명하고 있는데, 얇게 접혀있던 구조물이 길게 뻗어나와서 단단하게 고정되는 과정을, 종이접기를 통해 상당히 간단하게 구현해낼 수 있었다. Science Robotics에 실린 이 논문은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에서 발표했다.

 

Science Advances 에 수록된 논문, 워싱턴 대학의 양진규 교수님이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한층 더 나아가서, 종이접기 구조가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것에 탁월하다는 연구가 있다. 종종 영화에서는 터미네이터나 아이언맨이 높은 곳에서 떨어지며 땅바닥에 쿵! 하고 멋진 자세로 강력하게 착지하는 모습이 나오곤 하는데, 실제 사람이라면 충격파로 인해 온 몸이 터져서 죽고 말 것이다. 

 

 종이접기 구조는 변형이 많이 일어날수록, 조그마한 힘에도 쉽게 변형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를 활용하면, 단순한 레이저커팅을 활용해서 만들어낸 종이접기 구조물이 외부 충격에 대응하는 파동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이 논문 역시 카이스트 출신인 워싱턴 대학의 양진규 교수가 참여했다.

 


 기계공학의 최전선답게(?) 아직 오리가미 구조가 산업에 본격적으로 들어선 예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첨단 산업에서는 꾸준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가장 큰 예시는 인공위성이다. NASA에서는 종이접기를 활용한 태양광 충전패널을 탑재한 인공위성을 개발 중인데, 스스로 접히고 펼칠 수 있게 함으로써 로켓 발사를 보다 용이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종이접기를 활용한 인공위성용 태양광 발전

 이를 개발한 엔지니어는 미국인이지만, 어린 시절 일본에서 공부한 경험을 통해 이를 생각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꾸준히 내 근처에서(동양 전체...) 한 분야의 정점에 오르는 것은 역시 흐뭇한 일이다. 발판의 추진력을 활용해서 나 자신도 도약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추가로 종이접기 구조를 활용한 타이어 기술도 있다. 한국타이어에서 이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타이어를 열심히 상용화 작업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