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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대학원생이 되어 다시 생각해보는 "공부 잘하는 방법"

 "여러분들은 뭐 별다를 거 없이, 좋은 습관 하나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근데 대학교만 들어오면 그런 좋은 습관들을 싹 갖다 버려요." 대학에 들어와서 어떤 교수님이 한 말이다. 상당히 맞는 말인지라 고개를 주억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열심히 좋은 습관을 버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대학원에 들어오니, 더욱 헷갈리기 시작한다. 어떻게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중학생들을 상대로 멘토링을 하게 된 이후이다(관련 글). 내가 뭘 안다고 "멘토"까지 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나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되고 있는지는 다른 문제이지만...

 

 학생 때는 공부를 참 잘했더랬다. 여기서 "공부를 잘한다" 라는 표현을 상당히 뭉뚱그려서 표현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할 필요가 있다. 어떤 부분에 재능이 있었으며, 어떻게 연구로 끌어와야 하는지 파악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했다는 것은, 시험을 잘 봤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시험문제들의 의도를 빠르게 해석하고 기계적으로 정답을 찾아내는 연습이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제의 의도를 빠르게 해석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의도에 맞도록 풀이 과정을 접근할 수 있었을까? 기본적으로는 많은 연습이 되었기 때문이다. 상당히 오랜 시간을 들여 심화문제를 푸는 연습을 했고, 심화과정이 끝난 이후에는 (고등학교 3학년 무렵) 상당히 많은 시간을 다양한 문제를 접하는 데 할애했다. 이러니, 록스타 원칙(관련 글)에 따라, 남들보다 20배 이상의 실력을 키울 수 있었을 테다. 


 대학원생으로서 역할은, 중/고등학생 때의 문제 풀이 방식과 사뭇 다를지도 모른다. 일단 주어진 문제를 기계적으로 해석하면서 시험 문제를 푸는 것보다는,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문제를 푸는 것에만 집중하던 나로서는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 서툴기 마련이다.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문제 정의를 교수님이라든지 선배들로부터 전달받을 수도 있는데, 그것들을 정교하게 해석해나가는 역할도 필요하다. 이 부분은 어쩌면 중/고등학생 때의 문제풀이 방식과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대학생활 동안 열심히 좋은 습관을 버린 결과, 지금으로서는 아무런 연습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와 같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무작정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 /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연습해야 한다. 이는 다시 말해 더 많은 좋은 논문들을 읽으면서 해당 논문들의 접근 방식들을 익히고 따라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어떻게 연구를 계속해나가야 하나 고민이 많은 터였는데, 이렇게 쓰고 보니 결국 기본기를 다지는 것부터가 시작인 느낌이 든다. 이렇게 명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하지 않는다면, 인간도 아니다 진짜.

 

 "춤을 추는 거야, 음악이 계속되는 한" - 무라카미 하루키, "댄스 댄스 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