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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수요가 넘쳐나니, 공급만 잘 하면 되겠군" - 콜롬비아 마약상과 대학원생의 공통점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참 끈질겨서, 모든 추천 리스트에 오리지널을 끼워둔다. 나로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보고 마음에 들었다고 느낀 적이 손에 꼽는다. 이상하게 죄다 조금씩 허술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를(관련 글) 만났었고 무엇이든 팔아넘길 수 있는 사람에 대한 무한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더랬다. 그리고 이번에는 콜롬비아 마약상에 대한 드라마, "나르코스"를 보게 되었다.


실제 주인공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드라마 나르코스에서의 장면

 

 사실 나르코스는 "세일즈"에 관한 내용은 아니다. 단지 내가 평소에 정말 접하기 힘든, 마약 암시장에서 벌어지는 혈투를 다룬 것이다.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는 내가 주된 소비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렇게 산업이 발전해왔을까 궁금했다면, "나르코스"에서는 비슷한 궁금증이 생길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이다. 

 

 다만, 드라마 속에서 이런 구절이 나온다. "수요는 넘쳐나니, 공급만 잘해주면 된다." 1980년대에 미국에서 마약을 사려는 사람은 넘쳐나는데 구할 길이 막막하니, 파블로가 돈이 되겠거니 생각하여 뛰어들려던 차에 하는 말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말로 그런 분야가 돈이 되는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내 삶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하는 연구들은 누가 수요를 확실하게 가지고 있긴 한 걸까? 아무도 원치 않는 주제를 "연구로서 가치가 있다" 라며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공부 잘하는 방법"(관련 글) 을 생각해보며,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렀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문제가 있다. 중학교 1학년 시절, 전교에서 10등 이내에 드는 것도 간당간당 했던 시절이 있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과학 경시대회" 에 나가서는 한 문제도 풀지 못하고 돌아왔던 것이다. 연습이 필요하답시고 "내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이 뭘까?" 하고 거창하게 생각해봤자, 지금으로서는 과학경시대회에 나간 엄사중학교 이제우가 될 뿐이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해보자. 좀 작은 주제부터 시작해서 해결해 나가는 연습을 해야 겠다. 물론 큰 주제를 정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큰 문제에만 매달리면, 수요가 없는 공급만 만들어낼 뿐이다. 나조차도 이해를 못하는 문제를 어떻게 팔아넘길 수 있겠는가. 조급해하지 말고, 할 수 있는 일부터 천천히 해 나가자...라는 것을 마약상 드라마를 보면서 깨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