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실제 무라니시 도루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 넷플릭스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 시즌 2

 넷플릭스에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라는 일본 드라마가 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본 AV 업계를 이끌었던 '무라니시 도루'의 생애에 관한 내용이다. 주인공은 크로우즈 제로에도 나왔던 "야마다 타카유키"가 맡았다. 고등학교를 주름잡았던 인물이 나중에 커서는 천신만고 끝에 AV 업계도 주름잡는 건가... 하는 왠지 모를 향수에 젖게 한다.

 

주인공 야마다 타카유키


 드라마에서 야마다 타카유키가 연기한 캐릭터 "무라니시 도루"는 엄청나게 매력적인 사람이다.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의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주인공과 같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고 법을 어기는 범죄자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흔들어놓는 화술과 행동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다. 요컨대 사기꾼이다. 

 

 시즌 1이 무라니시 도루가 어떻게 영어책을 파는 판매원에서 AV 업계의 거물로 성장하게 되는지 그 찬란한 역사를 다룬다면, 시즌 2는 또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지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끝없이 추락하는 모습이 보기 안쓰러워 마지막 두 화는 빨리감기와 스킵을 병행하여 관람해야 했다.

 

 '도대체 왜 이렇게 주인공을 못살게 굴지' 하는 마음에 투덜대며 무라니시 도루의 실제 삶을 찾아보니, 가관이다. 1948년 생으로, 실제 영어 교재 판매원에서 AV 업계의 거물로 급부상했다가(1985년), 위성에 대한 투자가 실패하며 파산한 뒤에는(1992년) 전성기 시절의 카리스마를 보여주지 못했다. 드라마의 기승전결이 드라마틱한 이유가 있다. 실제 삶이 그랬기 때문이다. 

무라니시 도루와 AV 배우 시라이시 마리나


 

 실제 무라니시 도루는 이외에도 배우 출연료를 횡령하는 등 완전한 범죄자의 면모가 있었다. 드라마는 시즌 1에서 발단-전개를 그리며 카리스마 있는 모습만 보여주다가, 시즌 2에서 위기-결말을 소개하며 추악한 면모만을 담았으니, 온도 조절에 실패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무라니시 도루가 이럴리 없어!" 하는 인지부조화가 오기 때문에 캐릭터와 실존 인물을 분리해서 보는 것이 편하다.

DMM.com 카메야마 케이시

 

 반대로, 무라니시 도루처럼 AV 업계로 산업에 등장하여 현재까지도 왕성한 기업활동을 하고 있는 인물도 있다. 2021년 5월 기준 3200만 명의 회원을 거느린 DMM.com 의 회장 카메야마 케이시이다. DMM.com은 일본에서 AV 스트리밍 서비스부터 온라인 쇼핑, 전자책, 게임(배그 모바일도 유통한다!)까지 인기 콘텐츠는 다 다루고 있다.

 

 카메야마 케이시와 무라니시 도루의 차이점은, 투자 대상이었다. 무라니시 도루가 위성 산업에 홀딱 반해서는 가진 돈 모두를 위성에 꼴아박은 것에 비해, 카메야마 케이시는 "인터넷"에 집중했다. 물론 무라니시 도루가 위성 산업에 꼴아박은 시기는 1992년으로 인터넷이 나오기도 전이기에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다. 다만, 위성 수신료를 값비싸게 내면서(드라마 상에서는 당시 금액으로 3만 엔이 넘었다) AV를 감상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현명하지 못한 결정 같다. 드라마 상에서도, 실제로도, 무라니시 도루는 당시 경영자와 결별하며(1988년) 독립 회사를 꾸리면서 자신의 결정을 방해할 요소는 전부 제거해둔 상태였다. 그렇기에 Local Optima 에 빠져서는 Exploration 할 기회를 놓치며 변화하는 환경을 쫓아가지 못했다는 것이 내 견해이다.


 시즌 2 마지막 화의 제목은 "돌의 의지"이다. 모든 것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 무라니시 도루가 "살아있으니 어떻게든 발버둥치겠다" 라며 다시금 힘차게 살아가는 것이다. 실존 인물 무라니시의 모든 안 좋은 점은 제끼고, 그런 마음가짐만 있다면 해내지 못할 일이 없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