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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질투는 나의 힘

원펀맨에서 주인공 사이타마는 너무나도 강해진 나머지, 히어로 활동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시시해져 버린 사람이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격한 감정을 느끼는 대상은, 마찬가지로 히어로 활동을 하는 인간계 최강 킹과의 게임을 할 때이다.


그런가하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노르웨이의 숲’이었던가..?) 이런 장면을 넣었다. "당신은 나를 사랑하겠지요. 하지만 당신은 나의 정신과 몸, 둘 중에 하나만 가질 수 있어요." 이 때 느끼는 주인공의 감정 -'온몸이 갈갈이 찢기고, 안에서부터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질투라고 규정한 것이다.

미국에서 직장을 다녔던 친구와 이야기 중에 이런 내용이 나왔다. 상사 혹은 동기 중에서 정말 일처리가 뛰어난 사람들을 볼 때면, 자격지심 때문에 힘들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질투다. 늘 "최고"의 집단에 속해있던 사람이 더 이상 그렇지 못할 때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 테다.

파레토 법칙에 따라, 상위 20%의 결과물은 전체의 80%를 해낸다. 이탈리아 인구의 20%가 전체 토지의 80%를 차지한다는 빌프레도 파레토의 논문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는 자연 현상에서도 자주 발견이 되는데, 개미 등의 군집 생명체들에서도 생산량이 좋은 20%가 전체 인구를 먹여살린다고들 한다(출처는 불명확하지만). 20% 밖에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스스로를 무능력하게 느끼는 임포스터 신드롬에도 빠지기 쉽다.

"넌 어때?" "나? 나는 그런 게 별로 없는데" 사실이다. 나로서는 주변에 한국 과학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인물들이 즐비하지만, 결코 그들에게 질투를 느낀 적은 없다. 록스타 원칙(관련 글)에 따라, 내 10배를 하는 동료가 있다면, 10배의 시간을 투자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일 테다. 모자란 실력은 시간으로 때운다. 그게 나의 방침이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보통은 그렇게 뛰어난 사람들이 잘생기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연구실에 기가 막히게 잘생긴 친구가 있다고 했다(관련 글). 사진이 있냐는 말에, 연구실 홈페이지에 나온 프로필을 보여줬다. 아무리 봐도 친구의 미모를 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게 뭐가 잘생겼어' 하는 말을 들을까봐 조마 조마했다. 그런데,

"와 진짜 잘생겼다!" "아 그렇지?" "운동도 열심히 하나보다!" "아 그게 보이니?"

그 때부터 나의 안에서부터 무엇인가가 타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세상에나.


내 생각에는, 내가 열심히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원천은 "질투"이다. 사소한 예로서는, 어린 시절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 때, 나보다 오래 앉아있는 사람을 발견하면 괜히 혼자 불타오르는 것이었다. 그런 감정들이 10배의 시간을 투입하겠다! 하는 다짐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그렇다.

그런데, 외모에 관해서는 할 말이 없었다. 안으로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 뿐. 불을 꺼뜨릴 방법이 없었다. 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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