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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한눈에 보기/산업 트렌드

2019년 중국발 쓰레기 대란 이후 잊혀진 K-재활용의 현황 (4)

지난 글에서 이어집니다


 재활용 산업의 최종 비전은 "환경을 가꾸는 일에 혁신적으로 기여하자" 정도가 되어야 옳다. "재활용을 통해 얻은 원료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 같은 맥락에서는, 누가 먹다 남긴 찌꺼기들만 쫓다가 말게 될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재활용 산업에 진출한 스타트업의 현황을 조사해보고 서로 비교해보았다.


1. 신소재 스타트업

식물소재 플라스틱 제조기업 - Vericool

 엄밀히 따지자면, 재활용이라고 할 수는 없는 영역에 가깝다. 오히려 새로운 물질을 소비하게끔 만드는 산업이니, 정반대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환경을 가꾸는 일"이라는 시선에서는, 왜 재활용이 아니라 신소재가 정답인지 너무나도 명확하다. 플라스틱은 제 아무리 연료로 쓰든, 다른 플라스틱병으로 재탄생시키든 간에 유해한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영어단어 Plastic이 "복구 불가능한" 같은 의미로도 쓰이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간다.

 

계속해서 나오는 생분해 플라스틱 기업들

  

  신소재라니 범접하기 어려운 분야다~ 싶지만서도,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조 기업은 매년 나오는 추세이다. 한국에서도 LG화학 등에서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문제는 10년째 스타트업, 연구성과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일상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플라스틱인데, 왜 이렇게 상용화가 더딜까?

출처: 조선비즈

 문제는 역시 가격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아직 기존 플라스틱보다 세 배 이상 비싸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선호하는 소비자군이 형성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보관 등의 문제에서 검증되지 않은 영역이 더 클 것이기에 쉽사리 제품 생산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아직 스타트업이 뛰어들만큼 세분화된 시장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2. 혁신적인 재활용처

플라스틱 원료로 로켓 연료를 만드는 Skyrora

 영국에 위치한 Skyrora는 3D프린터로 로켓을 만들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연료로 사용한다. 2022년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것을 1차목표로 운영 중인데, 지구에서 사라지지 않는 플라스틱을 우주로 보낸다니 환영할만한 일인 것 같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지탄받을 일일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비전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이 기업의 흠이라고 할 수 있다. 로켓이라고 하면, 현재로서는 비용을 감축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래서 플라스틱 쓰레기로 연료를 만들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효율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낳고 있을 수 있다. "당신이 버린 플라스틱, 이렇게도 쓰일 수 있다!" 하는 선전문구 정도로는 적당할 것 같기도 하다. 


3. 극단적인 뽑아먹기

Redwood Materials에서 수집하는 휴대폰 배터리

 배터리 분리형 스마트폰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 데에는 용량을 혁신적으로 늘린 배터리 기술이 한몫 했다. 분리된 배터리들은 실업자 신세가 되어 고객 서랍속을 전전긍긍하는데 그치고 있다. 

 

 Redwood Materials는 원래 파나소닉 같은 배터리 생산 업체에서 나오는 폐기물들을 모아서, 그 안에 있는 희토류(코발트, 니켈, 리튬 등)를 추출하는 기업이다. 그렇게 추출해낸 원료를 다시 파나소닉에게 판매하는 정책을 펼친다. 지하철 환풍기로 발전을 하자는 생각만큼 희한한 발상으로 들리지만 전 테슬라 공동창업자이자 CTO였던 JB Straubel이 새로이 창업한 회사라고 하니, 그래도 뭔가 좀 알고 있는 회사인 것 같다.


 스타트업 조사 내용을 갈무리하는 마지막 글을 쓰려고 했지만, 뭐가 마땅치 않다. 기존 산업에서 약한 연결고리라고 여겨졌던 부분은 "재활용 방안"이었는데, 이를 노리고 들어가는 부분은 한 군데도 없기 때문에, 내가 생각을 잘못 하고 있던 게 아닌가 싶다. 하긴 그저 약한 연결고리라기에는 지나치게 방대한 범위인 것도 맞는 말이다.

 

 재활용은 어쩌면 허울 좋은 눈가림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차라리 프라이탁처럼 브랜드를 만들어 비싸게 팔아먹는 것이 "혁신적인 재활용" 같은 무지개를 좇는 것보다도 나은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아직까지도 세상을 뒤덮고 있는 플라스틱들이 언제 내 목을 죄어올지 모르는 것이다. 어떻게 되었든 간에, 해결책은 찾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