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 들여다보기/뇌 속 풍경

(98)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 - 블랙 스완: 기가 막히는 공포영화 내가 처음으로 봤던 공포영화는 2013년도 개봉한 컨저링이다. 연도까지 잘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첫 여자친구와 사귀기 전날 봤기 때문이다. 썸을 타던 것은 기분 좋았지만 영화 자체는 기가 막히게 무서웠다. 귀신이 안 나오면서도 무서운 영화라기에 내심 안도하고 봤는데 후반부에 쏟아지는 귀신에 아주 까무라쳤던 기억이 난다. 이후로는 딱히 공포영화랄 것을 본 적이 없다. 반면 스릴러는 아주 좋아한다. 공포와 스릴러의 차이는, 전자가 귀신이 나온다면 후자는 사람만 나온다...라고 멋대로 정의하고 있다. 군 시절에 봤던 곡성의 경우에는 공포일까 스릴러일까? 여튼 그것도 재미있게 봤다. 블랙 스완, 2011 예고편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볼만한 영화를 찾아보다가 "언젠가는 봐야지" 하고 남겨뒀던 블랙스완을 넷플릭스..
내일을 기다리며 - 미팅과 세미나의 날 최초로 내일을 위한 일기를 쓰고자 한다. 이럴 수도 있나? 일기는 본래 하루를 되돌아보는 용도일텐데. 굳이 굳이 내일을 위한 일기를 쓰는 이유는, 내일이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미팅과 세미나로 점철되어 있기 때문이다. 11시 30분 팀미팅, 13시 랩세미나, 15시 과제 미팅, 17시 세미나, 18시 30분 과제 미팅. 이렇게 쓰고도 믿기지가 않는다. 네 개인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다섯 개네. 이러니 오늘이 어쨌던 간에, 아직 오지 않은 내일에 대한 생각밖에 들지 않는 것이다. 오늘도 딱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팀프로젝트를 위한 시제품을 만들고 결국에는 1차 완성을 해내고서 하교할 수 있었다. 뚝딱뚝딱 힘을 합쳐 만들어가는 과정이 꽤 즐거웠다. 시제품이 잘 작동하는지 확인해보는 것은 또 다..
넷플릭스 - 에놀라 홈즈: "네 마음만 있니?" 어린 시절 말싸움할 때 단골 멘트는 "내 마음이다!" 와 "니 마음만 있냐! 내 마음도 있다!" 였다. 지역별 차이를 뛰어넘는 문화로 자리잡은 것을 보면, 어린 시절 인지능력 발달이 모두 비슷비슷한 수준에서 이뤄지는구나- 하고 감탄하게 된다. 넷플릭스 영화 에놀라 홈즈는 셜록홈즈의 여동생이라는, 가공의 인물의 가공의 인물을 활용한 영화다. 추리/미스터리 장르에 속해있지만, 영화 내내 중학생 수준을 위한 페미니즘 교육 영화라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되다 만듯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오마주와 엉성한 플롯은 둘째 치고, 모든 인류의 평등을 지향하는 가치에서 나온 생각인지 드문드문 나오는 중세 영국 동양인과 흑인 등장인물들은 도대체 영화의 배경이 언제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해외 영화계에서 '화이트 워..
노하우 뒤에 찾아온 깨달음 - 납땜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보다 오늘도 밤 열시가 다 되어 하교하게 되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배선과 관련된 디버깅을 하다가 늦어진 것이다. 분명히 노하우 같은 것들을 찾아본다고 했는데, 아직도 멀었는갑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노하우를 지식으로 쌓았으니 이제 몸으로 익히는 것에 시간이 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 분명하게 느꼈던 것은 납땜 같은 기술에는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이다. 두 개의 전선을 이어붙이는 것에 이렇게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뜻이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겠어" 라는 외국 관용어구가 있다. 납땜용 클램프 같은 부가 장치는 납땜을 할 때 분명히 세 번째 손의 역할을 해주지만, 효과는 딱 고양이 손 정도에 그친다. 도대체가 전선들을 잘 붙잡아주질 못한다. 이런 저런 추가 ..
자가격리시설의 하루 - 대학원생의 경우 TLDR: 자가격리시설로 들어갈 때는, 챙길 것을 꼼꼼이 모조리 챙긴 뒤 들어가세요 아침에 볼 일이 있어서 느지막이 연구실로 출근했다. 11시 30분쯤 연구실로 도착했을 것이다. 잠시 메일을 정리하고, 어제 하기로 했던 디버깅 방법론을 도입하던 찰나, 연구실에서 공지사항이 울려퍼졌다. "잠시 중앙으로 모여주세요-" 요지는 이러했다. 현재 두 개의 방으로 나뉜 연구실 중, 반대편 연구실(A연구실이라고 하자)에서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이 나왔다는 것이다. 내가 있던 연구실(B연구실)은 결과적으로 당사자와 접촉한 경우는 없지만, A연구실의 다른 사람들과 활발하게 소통을 해오던 사람이 있어서 위험하다. A연구실은 현재 모두 퇴근 및 자가격리 조치를 시행했으니, B연구실 역시 즉시 퇴근하며 코로나 검사를 ..
다운펌의 서로 다른 세 가지 방식: 셀프, 미용실, 미용실에서 해주는 셀프 내 연구실에는 아주 잘생긴 친구가 있다. 이런 식의 표현은 지극히 평범해서 별로다. '아주 잘생긴' 이라는 말도 평범해진다니! 아침에 연구실에 일찍 도착해 있으려고 하면, 그 친구가 머리를 말리며 슬그머니 나타나곤 한다. 그러곤 묻는다. "무얼 해?" 실제로 이런 소설같은 대사(강신재, 젊은 느티나무)는 치지 않지만, 옆에 오기라도 하면 자연스레 물끄러미 바라보게 된다. 지난 번에는 그러다가 머리를 자른 것을 발견했다. "어 머리 잘랐네?" "응 그랬지" "다운펌도 한건가?" "아니, 직모라 그냥 이렇게 달라붙던데?" 잘생긴 사람의 직모는 옆머리에 착 달라붙는구나!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나로서는 곧게 뻗어나오는 생직모를(샤프심 수준이 아닐까?) 보유하고 있으며 머리가 자라는 모습을 대략적으로 그려보면 ..
크로스핏 3개월 + 헬스 6개월 + 휴식 3개월 뒤 몸의 변화 - 인바디 2020년 4월부터 6월까지 크로스핏을 참 열심히 했다. 3개월 기간이 끝난 뒤에 헬스로 갈아타서는 헬스도 참 열심히 했다. 그러고서는 거짓말처럼 한 3개월을 운동을 하지 않고 쉬었다. 코로나가 심해진 탓에 헬스장 운영이 중단된 것이다. 과연 그 이후 내 몸 상태는 어떨까? 1. 체중 작년 4월 크로스핏을 처음 시작할 때 몸무게는 76쯤 되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운동을 핑계로 야식을 습관화 하자 82kg까지 찍었던 것이 인생 최대 몸무게였다. 운동을 하면서는 78kg 이하로 내려오질 않더니, 12월 이후 운동을 쉬고나자 거짓말처럼 체중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깨달은 점은, 나라는 신체는 기본적으로 운동을 해야 몸이 좀 튼튼한 존재라는 것이다. '튼튼'의 개념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딱 봤을..
가스라이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는 생소하기 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참 많이 다루는 단어이다. 사실 관계를 교묘하게 조종하면서, 대화 상대방을 헷갈리게 만들거나 심지어는 자신이 원하는 상태로 빠뜨리게 하는 일을 뜻하는데, 일종의 최면에 가깝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사실 관계를 어떻게 교묘하게 조종해야, 사람 마음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거지" 하는 의문이 들기 쉽지만,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사람의 마음은 조종된다. 촉망받는 정치인이던 안희정을 단숨에 나락으로 빠뜨린 "그루밍 성폭력" 역시, "피해자가 가해자(안희정) 앞에서 애교를 부렸다" 라는 안희정 부인의 진술을 "안희정이 정신 지배를 통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면서 불륜이 아닌 성폭행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코난 오브라이언, 장도연과 "실수 효과" 박진영은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코난 오브라이언의 개그 철학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바로 "자신을 망가뜨리고 게스트를 높이면서" 웃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막상 코난 TV쇼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장면들도 더러 있다만, 정말 유쾌한 웃음을 선사해주는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한국에도 같은 유머 코드를 지닌 코미디언이 많이들 있다. 당장 생각나는 예시는 장도연이다. 한 시상식에서 초대가수인 블랙핑크가 제 시간에 오지 않자, 주최즉이 바로 직전 수상자인 장도연에게 "시간을 좀 많이 써달라"라는 요청을 한 적이 있다. 곱씹어보면 꽤나 무리한 (혹은 무례한) 부탁일 수도 있지만, 장도연은 굉장히 능숙하게 해당 역할을 해냈다. 끊임없이 자신을 망가뜨려가면서. 패션 시상식에서의 장도연 "실수 효과"라는 것이 있다..
차라리, 아예 다 뒤집어 엎고서 새로 시작하는 편이 나을까? - 사고의 한계 지난 사흘간은 연구실에서 하루 평균 14시간은 있었던 것 같다. 주 100시간은 집중할 수 있어야 어떤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지극히 단순한 작업들인 납땜과 배선 정리 등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계항공공학부 학부과정 4년간 배우는 것을 단기간에 속성으로 하고 있구나- 하고 그러려니 넘긴다. 이런 것들이 밑바탕이 되어서 내 연구도 할 수 있겠지. 나를 그간 괴롭히던 문제는 상당히 많았다. 다음주까지 해야 하는 일이 대략 5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면, 각 단계별로 난관을 만나고 있는 셈이다. 그래도 영차영차 잘 헤쳐나가고 있었는데, 어제 막힌 문제는 정말 맷돌(머리)을 아무리 굴려봐도 대책이 나서질 않았다. 그때 이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