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보단 현대가 심합니다."
현대그룹의 딱딱한 문화를 설명하는 한 마디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 산학장학생 설명회에 참석했을 때
강연자 중 한 명이던 산학장학생에게 현대의 문화를 물어봤을 때 나왔던 대답이었다.
물론 "그런 말은 옛말이구요~ㅎㅎ 이제는 달라요~^^" 하는 것이 요지였지만
삽시간에 주변 실무자의 표정이 흙빛이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현대자동차는 2025년 친환경 부문 자동차 Top 3안에 포함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공개 콘퍼런스에서 선언했다.
0. Open RnD Day의 의미
콘퍼런스는 13시부터 16시 30분까지 3시간 30분 간 꽤 길게 진행되는데,
다양한 분야에서의 사업다각화를 추진 중인 상태에서
왜 이런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자리이다.
현대자동차의 미래는 아래 두 가지로 설명된다
-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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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
좀 더 팬시한 이름으로 붙였으면 좋았겠다~ 싶지만
이게 현대의 스타일이다. 딱딱하기 그지없다.
쉽게 풀어쓰자면, "지능형"이라함은
기존의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대량생산으로의 산업 전환이
자동차 산업까지 뻗치게 되었는데,
이에 맞춰 제품 디자인, 생산 등을 최적화하겠다는 의미이고
"모빌리티"로 표현한 것은
기존에 자동차에 국한되어 있던 사업분야를
UAM (Urban Aerial Mobility)로 대표되는 항공 영역과
인간 자체의 이동을 돕는 웨어러블 영역까지 확대하겠다는 의미이다.
"제품"과 "서비스"가 구분되어 있는 것은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제조업의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더 잘 활용할 수 있게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모빌리티에 활용되는 콘텐츠를 통합 관리할
"플랫폼"이 필요하므로, 결론적으로 제품과 플랫폼을 병행 제작하겠다 하는 의미이다.
1. 세 가지 세부 사업 영역
그렇다면 지능형 모빌리티를 만들어 나갈 세부 사업영역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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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an Mo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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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dom in Mo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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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ected Mobility
Clean은 수소연료를 말한다. 현대는 이제 수소로 올인할 생각이다.
Freedom은 자율주행으로 2022년까지 해당 플랫폼을 완성하겠다는 목표이다.
Connected는 현재 언택트 산업이 활성화되는 것에서 착안한 모양이다.
사실 많은 부분이 비대면으로 바뀌었는데,
차 운전대를 잡기만 하면 비대면과는 관계가 없어진다. 그냥 운전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 안에서도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시스템을 재편하겠다는 말이다.
2. 콘퍼런스 세부 발표
총 12명의 연사가 강연에 나섰지만, 강연시간은 제각각 달랐다.
발표 내용도 이에 따라 심하게 달라졌는데,
20분 이상의 발표는 미래상까지 세세하게 다룬 반면에
10분 대 혹은 최소 9분(인공지능 분야!)으로 진행된 발표는
간략히 자신의 부문이 하고 있는 일의 소개와 함께
해당 부문의 인재상을 말하는데 그쳐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강연 내용이 알찼던 것은 수소, UAM 분야였기에
아 로보틱스나 인공지능 쪽은 주력 사업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수소와 UAM은 사람들이 의문을 많이 가지는 영역이기에
일부러 힘주어 발표했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수소와 UAM만 간략히 정리해보자면,
수소의 경우 유럽에서 2020년 3월 Europe Green Deal 이라는 정책 아래에
일정량의 순수한 수소를 계속해서 만들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에서 전기를 생산해서는
물을 전기분해하는 데 사용하여 유럽 전역에서 사용가능한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명백한 사업기회가 있으니 현대자동차에서도 기를 쓰고 매달리는 게 이해가 갔다.
전기자동차와 비교해 봤을 때,
전기자동차는 가볍고 단거리용 차량에 적합한 반면
수소자동차는 중대형 장거리용 차량에 특화되어 시장을 나눠먹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꽤 탄탄한 근거들을 그러모았군, 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발표였다.
UAM의 경우, "왜 현대자동차는 하늘을 날아야하는가"를 제목으로 발표가 진행되었는데
확실히 현대자동차에서 가지고 있는 강점이 보였다.
대중 교통으로서의 드론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자동차 업계가 가지고 있는 탄탄한 생산망이 필수적인 것이다.
다만 더 중요한 항법이나 안전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아직 손도 대지 못한 상황임이 발표 중에 여실히 드러나버렸다.
"이런 저런 게 확보된다면, 현대자동차는 잘 해낼 기반이 있습니다" 하는 느낌이랄까,
근데 이런 저런 게 확보되기가 너무 어려워보인다.
그래도 그런 편견쯤이야 "해보긴 해봤어?" 하며 일갈할 현대 문화이기에
다른 돌파구를 찾아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3. 콘퍼런스 총평
학계에서는 비대면 콘퍼런스가 잘 자리잡았다.
산업계에서도 네이버 "DEVIEW"를 비롯한 비대면 콘퍼런스가 잘 개최되었는데
이번 현대자동차 RnD Day는 알맹이가 부족했다고 느껴진다.
네이버 "DEVIEW"의 경우에는 네이버에서 진행 중인 '연구'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네이버 인재상에 맞는 연구원들을 자연스럽게 타게팅한 반면에,
한 강연에 진행 중인 연구와 바라는 인재상을 몽땅 집어넣다보니
애초에 왜 콘퍼런스를 열었는지조차 불분명해졌다.
주류로 밀고 있지 않은 사업부문에서도 콘퍼런스 참가를 강요하게 한건지
별 내용 없이 인재상만 말한 부문도 있었으니 약간 안타깝다.
하지만 주요 부분을 발췌해서 본다면 (수소와 UAM 등)
왜 해당 분야를 연구하는지, 앞으로 그리는 미래가 어떤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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