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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한눈에 보기/산업 트렌드

1조 원 이상 투자를 받고도 망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 하편

상편에서 이어집니다.


3. PicoBrew - 누적 투자액: $15.1 M (약 160억 원)

PicoBrew는 특이하게도 가정용 맥주제조기를 판매하는 사업을 펼쳤다.

"어라? 커피머신은 가정용으로 많이 팔리는데,

커피만큼 많이 마시는 맥주도 팔릴 수 있지 않을까?"

대충 이런 생각으로 만들어낸 상품일 것이다. 

 

물론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생각이다.

커피야 잠도 깰 수 있고, 다이어트에도 효능이 있으므로

"그래, 나를 위한 투자이자 커피스틱 일일이 사는 것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금전적으로도 도움이 될테야" 하고 커피머신을 살 수 있겠다만

맥주는 건강 측면이건 생활측면이건 도움이 될 수가 없다.

간혹 스타트업 라운지에서 맥주를 내려먹으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아마 실제로 맥주 마시면서 일하고 있다면 

지나가는 대표한테 뺨 맞기 십상일 것이다.

LG 홈브루

그럼에도 불구하고, PicoBrew는 맥주업계에서 선구자적인 포지션을 가져왔다.

LG는 자체 상품인 LG 홈브루를 뒤따라 만들어내기도 했고

세계적인 주류 기업 AB Inbev는 닥터 페퍼를 운영하는 Keurig와 협업하여

가정용 칵테일 제조기를 판매하기도 했다.

물론 현재까지 두 제품이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은 없다.

AB Inbev & Keurig 공동제작 Drinkworks

하지만 LG 홈브루가 300만원 이상의 가격을 가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PicoBrew의 50만원 정도하는 가격은 꽤 메리트 있는 제품인 것 같다.

그렇다면 왜 망했을까?

코로나 시대를 맞아 집안 맥주파티라는 특수를 맞이하기도 전에

PicoBrew는 2020년 2월달에 파산신청을 해놓은 상태였다.

 

문제는 사업전략적인 측면에 있었다.

맥주 기계가 시장에 제대로 자리잡기도 전에

콜드브루 커피라든지, 정수기 같은 제품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물론 맥주 제조 기술을 생각하면 정수 기능은 필수적이기도 하고,

콜드브루 커피도 충분히 곁다리로 만들어낼 수 있는 제품이었다.

하지만 제품군을 다양화함과 동시에 

수제맥주 제조기계를 전문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동력을 잃고 말았다. 

 

또한 가격 자체도 문제가 되었다.

맥주 제조를 위한 효모 등을 캡슐로 판매하는데

한 잔에 2 달러 정도 소요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수제 맥주를 전문적으로 마시는 사람에게는 약간 부족한 맛이고

캔맥주만 먹어도 충분한 사람에게는 기계가 복잡하고 비쌌던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사업성이 아예 없는 분야는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잘못된 사업 전략으로 회사가 정리된 만큼

후발 주자가 들어선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지 않을까?


4. Mixer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Mixer는 누적 투자액이 제대로 공개되지도 않았고

2016년 경에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되면서

온전한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공동창업자의 나이가 창업 당시에 13살과 15살이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주목할 만한 회사라고 생각된다. 

스타트업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는 Mixer 창업자들

 

Mixer는 말하자면 현재의 트위치 같은 역할을 하는 스트리밍 플랫폼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하면서, 

트위치의 유명 스트리머였던 사람들을 

연간 2~300억 원 규모로 스카웃해오기도 했을 정도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기도 했다.

 

코로나를 맞아서 게임업계가 전반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히려 Mixer사업을 폐지한 후에

페이스북 게임 사업부와 협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Mixer가 사업을 접어야 했던 가장 큰 이유는 트위치의 존재이다.

애초에 트위치의 후발주자로 게임 스트리밍 사업에 진입했었는데

끝내 트위치의 아류로 전락해버렸던 것이다.

 

"애초에 그런 기업이 스타트업 경연대회에서

우승까지나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한다면

나름 새로운 기능들이 있었다.

스트리머들이 시청자들의 투표로 게임을 진행하는 등

보다 시청자-스트리머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장치들을 삽입했던 것이다.

Mixer 사용 화면

하지만 트위치가 구축해 놓은 커뮤니티 기능을 가져오는 데는 실패했고

큰 규모로 투자했던 1500만 트위치 구독자를 보유한 스트리머는

Mixer에서는 320만 명을 모으는데 그치며 기대 이하의 결과를 보였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인수 3년만에 Mixer를 포기한다.


게임이나 자율주행처럼 요즘에 가장 크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군에서

나름 크게 투자를 유치했던 스타트업도 망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사회 변화가 특히 빠르게 진행되는 점도 

사업 유지에 어려움을 주는 부분도 있겠지만,

투자가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젊은 사업가들이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음 어렵나? 그럼 다른 거 할래" 하는 식으로 사업이 금세 사라지는 것이다.

 

빠른 방향 전환이 사업 운영에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만큼 신중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사업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