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6일, 친구가 대뜸 "클하"를 아느냐고 물어왔다.
짐작조차 가지 않는 이름에 무엇인지 확인해보니,
아이폰에서만 사용가능한 앱, 클럽하우스라는 것이었다.
안드로이드를 쓰는 친구가, 아이폰을 쓰는 나에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클럽하우스를 하고 있는 것인지 물어온 것이었지만
역시나 나는 하고 있지 않았다.
이후로 갑자기 클럽하우스에 관련된 뉴스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략 2월 7일에 검색량이 두 배 넘게 상승했으니
친구가 아주 유행에 빠삭한 것이 틀림없다.
"그런갑다-" 하고 멍하니 있던 찰나에
주식을 공부 중인 웹툰 작가 주호민 님의 유튜브에서
클럽하우스 관련 주식이 뜨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상하이와 미국 실리콘밸리에 각각 본사를 두고 있는
"아고라"라는 어플인데 ZOOM 처럼 화상 회의 등을 지원해준다.
문제는 아고라 자체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기업이며
클럽하우스와의 연관성 역시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고라가 한 달 만에 150% 넘는 주가 상승을 경험할 수 있던 이유는
1) 클럽하우스의 앱 코드에 "아고라"라는 이름이 적혀있었고
2) 클럽하우스의 창업자들이 "아고라"라는 앱을 자주 사용한다고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고라와 클럽하우스 간 연관성은 확실치 않지만,
클럽하우스 자체는 정말 날개돋친 듯이 인기를 얻고 있다.
2020년 5월 1,500 명의 사용자에 기업가치 $100M (약 1,100억 원)으로 평가받던 클럽하우스는
2021년 2월 현재 200만 명이 넘는 사용자에 $1B (약 1조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사용자가 600만 명까지 늘었다는 추산치까지 있을 정도이다.
몇 개월 만에 1,000배가 넘는 사용자 수 확대에 10배의 기업가치 상승을 거둔 데에는
2010년 이후 가장 핫한 남자 일론 머스크의 등장이 큰 힘을 줬겠지만
일단 클럽하우스의 폐쇄적인 정책이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고 생각한다.
클럽하우스는 기존 사용자의 초대를 받아야만 입장할 수 있는데
기존 사용자 역시 초대권을 두 장까지밖에 쓸 수 없기에 빠른 확산을 시킬 수가 없다.
글을 쓰는 플랫폼인 티스토리 역시 초반에는 초대권을 기반으로 운영이 되었고
브런치 역시 글을 숨김 상태로 수 차례 쓴 이후에, 정식 작가로 등록될 수 있게 되어 있었기에
이런 폐쇄적인 정책은 낯설지 않다.
정작 낯선 것은, 이런 폐쇄적인 정책으로 거둔 엄청난 성공인데
티스토리가 초대권 제도를 없애고, 브런치는 그냥 저냥 운영 중인 것에 비해
클럽하우스만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해버린 것이다.
클럽하우스가 폐쇄적인 정책으로 성공할 수 있던 배경에는,
중국의 반정부 메시지들이 클럽하우스에 모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중국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SNS를 전부 막고
자체 검열이 가능한 웨이보 등만 정식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클럽하우스는 미국과 중국에 모두 본사를 운영하고 있는 SNS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정식으로 앱을 금지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중국 본토 사람들과 더불어 미국 유학 중인 중국인들이
클럽하우스를 본격적으로 활용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의 초석을 다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월 8일 클럽하우스가 정식으로(?) 금지되었지만
이미 클럽하우스는 다음 단계로 이동한 후인 것이다.
글에서 사진으로, 그리고 영상에서 입체로
점점 생동감있는 SNS로 발전해왔던 역사가
클럽하우스로 인해 대뜸 오디오 플랫폼으로 다운그레이드 된 것이
단순히 일시적인 유행에 지나지 않을지,
아니면 더 다각화된 기술 발전의 효시가 될 것인지 확인하는 것도 기대가 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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