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이 나오는 드라마, 영화 등에 꼭 나오는 장면이 있다.
어떤 밀폐된 공간에서 국방장관이며 각종 군대 인사들과 다른 장관들
그리고 대통령이 심각하게 회의를 하는 모습이다.
"아, 그냥 회의실인가보다" 하고 무심결에 지나갈 수 있는 장면인데
'백악관 상황실'이라는 엄연한 정식 명칭이 붙어있는 곳이다.
이런 이름까지 붙여놓은 회의실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 자리에서 바로 핵 미사일을 발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사가 다망한 미국 대통령이
핵 미사일 발사를 위해 하루 종일 상황실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원격 발사가 가능한 핵 가방을, 대통령 이동시에 군인 수행원이 항상 가지고 다닌다.
아쉽게도 핵가방 안의 모습이 어떤지는 사진으로 나와있는 것이 없지만
대통령 수행원으로 근무했던 군인이 자세하게 묘사한 책이 있어서
그 내용물을 짐작해볼 수 있다.
책에 따르면 핵가방 안에는 네 가지가 들어있다고 한다.
1. Black Book
보복 옵션이 담긴 책이다. 단순한(?) 유도 미사일부터
미국이 405 대나 보유 중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설명되어 있는 책자이다.
말그대로 책자여서, 디지털로 연결되어 있거나 한 것이 아니라
그냥 무기 옵션과 코드가 적혀있다.
2. 각국 도시 및 기밀 장소가 적힌 책자
미국의 스파이 위성이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밀리에 관리해온 적국 군사기지 위치들이 적힌 책자이다.
이 역시 말 그대로 책자여서, 도시 이름과 코드가 적혀있을 뿐이다.
3. 비상 방송 안내 매뉴얼이 담긴 파일
결정은 대통령이 하지만, 국민들 역시 상황을 알고는 있어야 하기에
관련 매뉴얼이 적힌 책자가 있다.
8~10장 정도 A4용지에 적혀있다고 하는데
급박한 상황에서 읽기는 글렀으니, 아마 평소에 교육을 받아놓을 테다.
4. 암호가 담긴 카드
세로 7.5 cm, 가로 13 cm의 카드에 핵 발사 암호가 적혀있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핵가방에 핵 발사장치 따위는 없다.
집으로 간 트럼프가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버튼을 꾹 누르면
세계 이곳 저곳에서 버섯 구름이 뭉게뭉게... 하는 그런 일은 없다는 것이다.
좀 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는 영화 미션임파서블에서 나왔듯이
가방에 컴퓨터가 탑재되어 있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미사일의 발사를 결정하면 좋겠다만
사실 트럼프나 바이든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타자를 치고 있는 모습도 상상하기는 힘들다.
그럼 핵 발사는 어떻게 이뤄질까?
복잡한 사정 탓에 온전한 프로토콜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핵 가방의 역할은 암호를 미국 펜타곤(국방부)에 전달하는 것이다.
핵가방은 "Milstar"라고 하는 군사용 위성으로 직접 연결되어 있으며
대통령이 암호를 입력하면 국방장관이 "이거 대통령 맞다"라고 인정해준 후
펜타곤에서 무기를 발사하는 코드를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미사일들에 배포할 수 있다.
핵 미사일을 발사할 즈음이면 상황이 꽤나 긴박하게 돌아갈 텐데,
의외로 핵가방을 이용한 발사는 상당히 번거롭게 느껴진다.
어릴 적 만화영화에서
변신로봇이 변신하는 사이에 악당이 공격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현실에서 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미국 역사 속에서 핵가방을 둘러싼 믿지 못할 만한 이야기들도 많다.
일례로 지미 카터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들은 암호 카드를
자켓 안주머니에 보관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1981년에 레이건 대통령 암살 시도가 발생했고,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레이건 대통령의 자켓이 찢어지는 바람에
암호 카드가 무방비하게 바닥에 굴러다닌 것이다.
나중에 대통령의 신발 안에서 발견되기는 했다만(굴러댕기다가 쏙 들어간 모양이다)
암살 시도만큼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생각된다.
2017년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던 시기에도
핵가방을 둘러싼 소동이 있었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핵가방을 운반하던 미국 수행원들을
중국 수행원들이 난데없이 막아세운 것이다.
이에 미국 수행원들은 당황하지 않고 중국 수행원들을 몽땅 때려눕힌 뒤에
유유히 핵가방을 들로 트럼프의 곁으로 이동했다...라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말했지만
공식 기록은 '사소한 오해'가 있었다- 라고만 되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그 소식을 듣고는 호탕하게 껄껄 웃으며
"이 작은 가방이 나를 잘 따라다니고 있구나, 넌 내 것이다" 하면서
바이든에게 넘겨주기를 거부했다는 것은 역시 말도 안되는 내 소설이다.
하지만 결국 바이든에게 핵 가방을 넘겨주지 않은 트럼프는
집까지 핵가방을 가지고 간 첫 번째 미국 대통령이 되었지만
핵가방은 다시 워싱턴 DC로 되돌아 갔다.
어쨌든 암호 카드가 갱신되면서 핵을 발사할 수 있는 권한은
트럼프가 가지고 있던 핵가방에 전혀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핵가방은 영어로 Nuclear Football이라고 하는데,
일본에 투하했던 핵폭탄에는 Fat Man 과 Little Boy같은
귀여운 이름이 붙여졌던 것처럼 미국만의 작명 방식인 것 같다.
예전에 핵을 사용한 공격 플랜의 이름이 "Drop Kick"(미식축구 규칙이름)이었는데
그럼 핵가방 이름을 "Football"이라고 하자- 하는 천진난만한 방식으로 생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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