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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관정도서관 서재

[도서리뷰] 이거 모르고 다이슨 v10 쓰면 손해입니다 - 제임스 다이슨, 계속해서 실패하라

먼지 봉투가 필요 없다는, 다이슨 초기 홍보문구는 제쳐두고

현재는 디자인의 가치가 훨씬 커져버린 상태로 생각된다.

하지만 다이슨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이

제품 속에 담아낸 5126번의 시행착오와 디자인철학을 모른다면

애초에 사지 않는 편이 좋다. 그냥 차이슨 사다 써도 똑같다.


다이슨은 현재 5가지 카테고리에서 제품을 판매 중이다.

  1. 무선청소기
  2. 헤어케어
  3. 공기청정기, 가습기
  4. 핸드드라이어 (?)
  5. 조명 (!)

다이슨 조명, 라이트사이클 모프

핸드 드라이어나 조명처럼 생소한 분야도 있지만,

무선청소기, 헤어 드라이어 혹은 스타일러, 날개 없는 선풍기 등은

언제나 기꺼이 한국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했다.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 비싸다.

동일한 기능의 차이슨은 10만원 안팎에 살 수 있고

듀얼 사이클론 기술이라면 3만원 대에도 구할 수 있는게 무선청소기인데

다이슨 무선청소기는 싸게 사면 40만원, 기본 50만원부터 시작한다.

우리가 사고자 하는 다이슨의 가치는 무엇일까?

 

다이슨은 영국의 왕립예술대학에서 산업 디자인 분야를 전공했다.

제품의 디자인에 그치지 않고, 그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에

더 흥미를 가졌는데 첫 제품은 놀랍게도 보트였다.

물과 닿는 면적을 획기적으로 넓히면서 부력을 최대화했고

결과적으로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어낸 것이다.

해당 제품은 부자들의 장난감으로, 혹은 군사용으로 만들어지면서

기업을 상장시켰고, 다이슨은 젊은 나이에 꽤 큰 돈을 벌게 되었다.

다이슨 첫 작품, Sea Truck

다음 제품은 볼배로라고 하는, 정원용 손수레였다.

이 쯤 되면 다이슨에 대한 환상이 깨질 법도 하다.

"멋진 디자인에 목숨 거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냥 저냥 만들어내는 사람이구나"

스티브 잡스가 가로본능 폰을 들고 프레젠테이션하는 기분이랄까,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다.

다이슨 두 번째 작품, Ballbarrow

그럼에도 해당 손수레는 정말 잘 팔렸다.

정원에 보기 싫은 바퀴 자국이 남지도 않았고,

한 쪽 바퀴가 진흙에 빠져서 넘어져버리는 난감한 일도 없었다.

 

그렇게 손수레를 만들던 중, 공장에 집진기를 수리할 때가 왔다.

먼지를 잘 빨아들이지 못해 공장 가동이 계속해서 중단되었던 것이다.

회오리를 이용해 먼지를 빨아들이는 초대형 "사이클론"(현재 청소기 이름과 같다)은

1970년 대에 75000 파운드였으니, 단순 환율 계산으론 1억 원,

당시 가치론 5억 원 이상이었을 것이다.

제재소의 집진기 '사이클론'

다이슨은 "이럴 바에야 만들어서 쓰겠다" 싶었는지

근처 제재소에 설치되어있던 사이클론을 몰래 구석구석 탐방한 후

손수레 공장에서 손수 용접해가며 사이클론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거기서 청소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조금만 작은 사이클론을 만들면 먼지를 이렇게 획기적으로 빨아들일 수 있겠군!"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이지만, 손수레 회사에서 계속해서 힘을 잃어가던 다이슨은

아예 그냥 사퇴를 쓰고 나와서는 1978년 Air Power Vacuum Cleaner 회사를 차린다.

하지만 말이 좋아 회사지, 조금의 자본금과 사이클론에 대한 아이디어 뿐이던 다이슨은

1993년까지 무려 14년간 자신의 이름으로 제품을 생산하지 못했다.

3년간의 제품 개발(혼자 집 마굿간에서-집에 마굿간이 있어?- 진행했다)에 지쳐

특허를 이용한 판매를 시도했지만,

판매는 깨작깨작 이뤄지는 반면, 아이디어 유출로 소송은 무지하게 진행했다.

그래도 시장에 대한 확신이 결국에는 섰는지

14년 만에 "다이슨 듀얼사이클론"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다이슨 청소기의 시초 DC-01

정리하자면 다이슨의 제품 개발기는 이른바 "실패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3~4년 암흑기도 아니고 무려 14년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제품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살았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6개월 쯤 되었을 때

"이제 그만하면 됐다" 하며 국밥이라도 사주곤 공무원 시험을 보도록 독려했을 테다.

 

다이슨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유도 그와 같다.

지금이야 중국의 제조회사들에서 한창 베껴서 만들어내며

획기적으로 가격을 낮췄지만,

끊임없이 '더 나은 제품'을 고민하며 확신을 가지고 발명해 낸

오리지널 사이클론 다이슨 제품을 가짐으로써

내 집에 대한 온전한 소유권과 계속해서 개선시키겠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모르고 다이슨 제품을 사느니

차이슨 5대 사다가 집안, 차량, 사무실 곳곳에 비치해놓는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