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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 들여다보기/관정도서관 서재

[도서리뷰]64조 원 자산가가 첫 매출이 나기도 전에 회사를 팔아버릴 뻔 했던 사연 - 마이클 블룸버그 스토리 (2)

그는 해고된 뒤에, 주식을 거래하던 경험을 살려서

보다 트레이딩을 간편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정보의 전산화 센터인 지금의 "블룸버그"였다.

당시에는 Innovative Market System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블룸버그 터미널 초기 모델

하지만 곧바로 데이터 사업을 시작한 것도 아니고,

컨설팅 업무로 금융계에 들어서게 된다.

금융업계의 "컨설팅"이란, 자료조사 업무와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이런 저런 자료들을 모아서 보고서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투자회사 메릴린치를 첫 고객으로 모셔와서는 

그래도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했다.

그리고는 아직 완성하지도 않은 

컴퓨터 기반 데이터베이스를 6개월 뒤에 납품해서

만족스러울 경우에 돈을 받겠다는 요상한 계약까지 완성시킨다.

 

이미 메릴린치 내부에서는 놀림거리가 된 계약이었고,

블룸버그의 회사도 본인이 보유한 1000만 달러 중

400만 달러를 소모한 상태였다.

마이클은 하루라도 빨리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지만

이왕 계약을 성립시킨만큼,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기로 마음을 다잡는다.

 

실제 계약서를 작성하기까지 약 2개월이 소모되었으니

총 8개월에 걸친 막막한 제작기간을 거쳐서

토요일인 마감시한을 다음 주 월요일로 바꾼 후,

시간을 명시하지 않았으므로 오후 늦은 시간에

마이클은 터미널이 설치된 컴퓨터를 들고 메릴린치로 향했다.

 

사실 버그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았지만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식으로 시간이라도 맞추려고 간 것이다.

그런 상황이니 전원을 켜고서 한창 제품 설명을 하는데,

"소프트웨어를 삽입하세요" 하는 정상작동 문구가 화면에 나왔을 때

마이클을 포함한 현장의 모든 사람이 놀랐던 것은 당연하다.

블룸버그 단말의 로그인 화면

결국 기능을 작동시킬 새도 없이 컴퓨터가 다운되어 버렸지만

"어느 정도 작동하는" 제품을 완성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데이터 전산화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충분했다.

더군다나 첫 고객이 일류 투자회사인 메릴린치였으니,

뒤따라서 주문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책에는 잠깐 지나가듯이 나오지만, 블룸버그의 성공을 정의하는 한 구절이 있다.

"...(인생에서는) 매일 작지만 놀라운 기회를 많이 맞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회가 가치는 있을지라도

약간의 진보로만 연결되는 것일 뿐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단 한 번에 복권 1등 당첨을 노리는 것보다는 

한 걸음씩 작은 진보를 많이 엮어야 한다"

 

실제로 물리학도였던 마이클이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금융 데이터를 보유한 회사의

88% 지분을 가지고 있는 사업가이자,

뉴욕 시장을 3선 역임한 정치가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연과도 같은 일들이 많이 지나갔다.

 

아무도 가지 않는 주식중개인의 길을 친구가 추천해준 일이나,

연필을 부러뜨리면서 주식팀으로 이동하게 된 일,

회사 정치에서 밀리면서 데이터 전산화를 접한 일 등등.

따지고보면 당시로서는 그다지 좋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그런 일들을 하나 하나 훌륭하게 엮어낼 수 있었고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책 후반부는 블룸버그가 언론의 역할을 맡게되는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하지만

전반부는 몇 번 반복해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