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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한눈에 보기/산업 트렌드

쿠팡이 나스닥 상장을 노리게 된 이유와 한국기업들의 나스닥 도전사

난 처음 알았지만, 쿠팡의 목표는 처음부터 나스닥 상장이었다고 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발빠르게도, 작년 1월 기사에서부터

"쿠팡이 2021년 나스닥 상장할 것이다" 라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정보가 빠르게 퍼지는지 모를 일이다.

아니면 모든 종류의 정보가 떠다니다가, 

어떤 일이 일어난 이후에는 그것과 관련된 정보만 남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왜 갑자기 나스닥이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2020년 7월 기준 누적 적자만 3조 7000억 원이 넘는다고 하니

적어도 흑자 전환은 한 뒤에 상장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이제까지 한국 기업 중에서 나스닥에 상장해서 

아직도 살아있는 사례는 한 곳 뿐이다.

그라비티(Gravity)인데, 처음 들어봤을 때는 뭐하는 곳이지 싶었다.

알고보니 라그나로크를 운영하는 게임회사였다! ㄴㅇㄱ

 

2000년도에 설립된 그라비티는 2005년에 나스닥에 상장되었는데,

도대체 왜 나스닥까지 가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인기있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 잘 하면 중국 정도로 동아시아에 국한되는데

미국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차트가 말해주듯이, 2020년도에 아주 가파르게 관심을 받았다.

가장 큰 이유는 라그나로크 모바일 버전의 유행이다.

2020년 3분기까지만 해서 매출이 2935억 원이었다고 하니, 

코로나로 현실이 팍팍해서 다들 게임 세상으로 들어가버린 것은 아닌가 싶다.

내년에는 해당 게임이 일본에도 출시가 되기에 주가가 저렇게 뛰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았다.

한국기업이 나스닥까지 가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뭘까?

 

한국기업의 나스닥 입성 사례가 워낙 드물어서

중국기업의 나스닥 입성 분석 자료를 보고서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결국에는 홍보 효과인 것이다.

싱가폴이니 홍콩이니, 아시아에도 증권이 발달한 동네는 분명히 있지만

세계 투자자들이 관심있어 하는 한 곳은 역시 미국이었다. 

 

일단 홍보가 되기에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을 노린다면 

분명히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맞다.

게다가 나스닥 상장은 오히려 국내보다 요건이 빡빡하지 않다.

한국 증권시장은 매출액부터 회사 규모까지 다양하게 규제되는 반면에

상당히 간단한 요건만 갖추면 언제든지 나스닥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나스닥에서 상장을 심사하는 사람들까지 무난한 것은 아니며

나스닥 상장을 유지하는 비용이 연간 35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기업이 나스닥에 도전했다가 나가떨어졌구나, 싶다.

한화큐셀도 현재는 상장 폐지, 출처: 머니s


그렇다면 쿠팡은 왜 나스닥으로 가려고 할까?

지금까지의 분석 결과를 찬찬히 살펴보면 목적은 명확하다.

조그마한 한국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2019년에는 월마트 임원 출신 인사를 영입하기도 했고, 

쿠팡 최대 지분 소유 회사 Coupang LLC는 애초에 미국에 있다.

 

이렇게 보니, 한국에서 제일 많은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해서

코스피에 상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오히려 순진한 것 같다.

 

쿠팡 나스닥 상장의 두 번째 이유는 기업가치 평가에 있다.

전자상거래 회사가 코스피에 상장한 사례는 많지 않다.

인터파크 정도가 코스닥에 상장해 있을 뿐이다.

 

쿠팡은 인터파크에 비해 규모도 훨씬 큰데, 

막상 비교할 만한 기업이 없다보니

기업가치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아마존, 월마트, 이베이 등 e커머스 기업이 산재한 미국에서는

"어라, 이 친구도 전자상거래군. 그렇담 아마존 규모 정도 될라나?"

하는 식으로 기업가치 평가가 후하게 매겨질 수 있는 것이다(그럴 리 없습니다).

어쨌든 비교 대상이 있어야 기업가치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쿠팡맨이라든지 로켓배송 따위의

숱한 한국용어들을(한국말은 아니지만) 만들어낸 기업으로서

코스피에 상장하지 않는다니 뭔가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스닥을 발판삼아 글로벌 시장까지 야금야금 먹어나가라구!